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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에선 쌀값만 알려줘도 공개처형' 앰네스티 보고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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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민이 공개재판장으로 끌려가고 있다. (출처:중앙포토)

북한 함흥에서 공장 노동자로 일하던 정모씨가 남한에 건너간 친구에게 중국산 불법 휴대 전화를 이용해 몰래 전화를 걸었다. 그는 친구에게 “요즘 북한의 쌀값이 얼마더라” 등 근황을 전했다. 그러나 그는 당국에 적발돼 공개 처형을 당했다.

13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국제 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이 최근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을 담은 연례 인권 상황보고서를 펴냈다고 전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북한에선 6개의 정치범 수용소에서 수천 명이 수감돼 고문과 강제노역에 시달리고 있다. 수감자들은 정씨처럼 ‘사소한 위반(minor infractions)’에도 처형을 당하고 있다고 한다.

보고서는 "정권에 대한 비판을 철저히 봉쇄하기 위해 언론을 통제하고 주민을 정치범 수용소에 가두는 등 심각하고 조직적이며, 지속적인(serious, systematic and sustained) 인권 유린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주민은 외국 방송을 몰래 듣다 잡히면 장기간 수감되고, 식량을 구하기 위해 중국에 갔다 구타와 감금을 당하고 강제 추방되기도 한다. 한국 민간단체와 접촉할 경우 고문 등 더 심한 고역을 치른다.

보고서에 소개된 한국 군인 출신 정상은(84)씨의 사례도 그렇다. 그는 한국전쟁 당시 북한에 포로로 잡혔는데 지난 2월 식량을 구하기 위해 중국에 갔다 중국 공안에 잡혀 강제북송 됐다. 북한 당국은 걷지도 못하는 80대의 노인을 재판도 없이 함경남도 요덕의 정치범 수용소로 보냈다고 한다.

보고서는 "북한이 심각한 인권 탄압을 개선하라는 국제사회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거듭 비판했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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