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태호, 나라 위한 일 하고 곤경 빠져…1억5000만원 항공료 물어줄 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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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태호 정책관

해외 체류 중인 국민의 안전을 위해 백방으로 뛰었던 공직자가 거액을 물어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주인공은 국토해양부 도태호(50) 건설정책관(국장). 그는 지난 2월 중동 지역의 소요사태가 심각해질 당시 국토부 중동대책반장을 맡았다. 당시 리비아가 내전사태로 치닫자 정부는 교민과 건설근로자를 리비아에서 철수시키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교통편이 문제였다. 전세기를 보내기로 한 대한항공 측이 항공료 문제가 선결돼야 운항할 수 있다고 버틴 것이다. 결국 도 국장이 결단을 내렸다. 2월 25일 자신이 직접 운임 보증을 선 것이다. 세 시간 뒤 트리폴리행 비행기가 인천공항을 이륙했다. 이튿날 이 비행기는 교민 238명을 싣고 리비아를 빠져나왔다.

 문제는 한국에 도착한 교민과 건설근로자가 돈을 못 내겠다며 태도를 바꾼 것이다. 이들은 “중국도 국가에서 비용을 댔다”며 “해외 체류 국민의 안전보장은 정부 고유업무이니 비용도 정부가 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중소 건설업체 소속 25명과 함께 탄 현지 교민 38명이 1인당 250만원씩(총 1억5000여만원)의 요금을 내지 않고 있다. 특히 일부 교민은 연락도 끊었다. 도 국장은 “정부에는 이럴 때 쓸 예비비나 관련 규정이 전혀 없다”며 “이들의 심정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해결 방안이 마땅치 않아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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