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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페어 참가하는 나라 요시토모 e-메일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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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나라 요시토모의 아크릴 회화 ‘무제’. 반항적이면서도 슬픔이 가득한 소녀의 얼굴이다. 작가의 대표적인 캐릭터다. 193㎝ⅹ183㎝. 2010.


일본 출신의 세계적 팝아티스트 나라 요시토모(奈良美智·52)가 9~1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더 라움’에서 열리는 신개념 프리미엄 아트페어 ‘갤러리 서울 11’에 참가한다. 위악적이지만 슬픈 소녀의 얼굴 등 그의 일러스트와 디자인은 국내에서도 폭넓은 인기를 끌고 있다. 2005년 서울 로댕갤러리(현 플라토)에서 열린 개인전에는 관객 9만여 명이 몰렸다.

나라 요시토모

그의 일러스트집, 그림책도 속속 소개됐다. 요시모토 바나나 등 인기 작가의 소설 일러스트로도 유명한 그는 일본 대중문화의 영향을 작품에 녹인 작가다. 그는 이번 아트페어에 예의 소녀 얼굴 세라믹 조각과 회화, 뉴욕에서 만든 목판화 등을 출품한다. 그를 e-메일로 만났다.

-6년 전 한국 팬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관객의 반응을 생각하고 작업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이유는 잘 모르겠다. 단 관객도 크게 두 종류가 있다. 눈에 보이는 표면적 이미지에 반응하는 사람과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적인 것에 반응하는 사람이다. 어느 경우든 많은 사람이 내 작품을 좋아한다면,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는 것을 그렸기 때문일 것이다. 복잡한 사고 회로를 통하지 않고서도 감상할 수 있다. 내 작품은 이해하기보다 느껴는 작품이다. 내가 느끼는 것에서 작품이 출발하고 관객도 느끼며 작품을 받아들인다.”

 -슬픔을 간직한 여자아이가 주된 캐릭터다. 어떻게 탄생한 것인가.

 “내 감성은 어린 시절 혼슈(本州) 북단 아오모리현(<9752>森<770C>)의 생활환경에서 형성된 것이다. ‘열쇠아이’(鍵 っ子·부모가 일하러 나가면 집에 아무도 없어서 열쇠를 갖고 다니는 아이)였던 나는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보다 나무나 산과 하늘, 개나 고양이와 대화하곤 했다. 아무도 없는 집안에서 가까운 미군기지의 라디오 방송국에서 흘러나오는 팝송을 들었다.”

 -대중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만화나 애니메이션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지만 그보다는 이와나미(岩波) 소년소녀문고나 일본·서양의 그림책에서 영향을 받았다. 또 작품세계에 영향을 미친 오타쿠적 요소가 있다면 팝송일 것이다. 레코드 재킷에 구멍이 날 정도로 바라보면서 노래를 들었다. 생활습관도, 종교나 문화도 전혀 다른 곳에서 생겨난 이국의 노래를 느끼고 이해하려 한 것이, 느낌의 상상력을 단련시킨 것이 아닐까, 최근 깨닫곤 한다. 17살 때 펑크락을 들으면서는 표현하는 법을 배웠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일본사회가 혼란스럽다. 당신 작품에도 변화가 있을까.

 “내가 사는 도쿄도 피해가 컸다. 정전이 되고 촛불로 밤을 지샜다. 전기가 복구되고서 그림을 다시 그리기 시작했지만 과민해진 것 같다. 평소보다 감정적인 그림이 많았다. 물론 이번 일로 내 그림에 직접적인 변화는 오지 않을 것이다. 단 큰 재난이 일어났는데 그림을 그리는 것만으로 괜찮은 것인가, 사람으로서 무언가 할 일은 없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떠올랐다. 피해지역을 방문,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이와테(岩手)·미야기(宮城),후쿠시마(福島)를 방문해 미술 애호가나 학생들 앞에서 슬라이드쇼를 했다. 차로 물품을 옮기기도 했다. 앞으로도 피난소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돕거나, 고등학교를 방문할 예정이다. 예전에는 한번도 느껴본 적 없는 종류의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

 -계획이 있다면.

 “내년 여름 요코하마 미술관에서 100% 신작으로 구성된 대규모 개인전이 열린다. 일본뿐 아니라 아시아·오세아니아를 순회할 예정이다. 한국도 포함됐으면 한다.”

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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