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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어선 단속하는 해경함 기관장은 명 고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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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망망대해 바다를 감시하는 경찰관들에게 국악은 최고의 취미입니다. 돌발적 상황을 앞두고 느끼는 무거운 긴장감·압박감을 해소하는 데 가장 좋은 묘약이지요.”

 최근 전북 전주시에서 열린 ‘제31회 전국고수대회’ 명고부에서 대상을 받은 군산해양경찰서의 김성식(53·사진)경감. 김 경감은 심청가 중 ‘뺑덕어멈 행실 대목’의 판소리에 맞춰 다양한 북장단과 추임새를 선보이며 소리꾼과의 호흡이 절묘하고 감각이 천부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2007년 전남 순천에서 열린 팔마국악경연대회에서 판소리 고법 대상을 받기도 했다.

 김 경감은 소리꾼으로 활동하는 작은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어릴 때 국악 장단을 몸에 익혔다. 고교시절에는 농악부에서 활동했고, 20대 들어 본격적으로 북채를 잡았다. 김 경감은 명고수에 오른 비결을 경비함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군산해경 소속인 3010함의 기관장이다. 이 배는 서해안을 누비는 해경함정 중 가장 큰 3000t 규모로, 대원이 50여 명이나 된다.

 “바다에서는 종일 북을 쳐도, 아무리 큰 소리를 내질러도 시비할 사람이 없습니다. 딴 곳에 신경을 쓸 일이 없어 자연스럽게 연습에만 집중하게 됩니다.”

  해경의 경비함은 한번 출항하면 보통 일주일 정도를 바다에서 지낸다. 그는 틈 날 때마다 선상이나 식당 등 빈 공간을 찾아 소리와 북장단을 공부했다. 1시간 배우고 30시간 이상씩 연습을 했으니 실력이 늘 수밖에 없었다.

 김 경감은 “불법조업 어선 단속 임무를 마치고 귀환할 때면 저절로 장단이 나오고 어깨가 들썩거리기도 한다”며 “함께 배를 타는 대원들과 국악동호회를 만들어 사회복지시설이나 소외계층을 위한 봉사활동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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