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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호 기자의 현문우답 <96> 베드로와 닭울음 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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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풍경1 : 최후의 만찬 때였습니다. 예수는 말했습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 가운데 한 사람, 나와 함께 음식을 먹고 있는 자가 나를 팔아 넘길 것이다.”

 그는 가롯 유다였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예수께서 누구를 가리키는지 아무도 몰랐습니다. 그때 제자들이 차례로 물었습니다. “저는 아니겠지요?”“주님, 저는 아니겠지요?”

 그리스도교 역사를 돌아봐도 그렇습니다. 예수를 팔아 넘기는 이들은 멀리 있지 않았습니다. 그들 중 상당수가 예수와 음식을 나누던 이들이었습니다. 중세 때 예수의 이름으로 치렀던 숱한 오류가 그랬고, 오늘날 예수의 이름으로 치르는 교회 안의 다툼이 또 그렇습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금권선거 논란으로 얼룩져 있습니다. 얼마 전 길자연 대표회장측과 이광선(전 한기총 대표회장) 목사 측이 만났습니다. 화해를 위한 중재 테이블이었습니다. 그러나 서로 입장 차이만 확인하고 돌아섰습니다.

 교계에선 “상대를 꺾지 않으면 내가 꺾인다는 입장만 재차 확인했다”고 평합니다. 소박한 마음으로 그리스도를 믿는 숱한 크리스천들이 푸념합니다. “한기총 사태 때문에 오히려 기독교가 욕을 먹는다. 차라리 한기총이 없는 게 더 도움이 되겠다”고 말입니다. 오죽하면 그런 말이 나올까요.

 최후의 만찬 때 예수는 분명히 말했습니다. “나와 함께 음식을 먹고 있는 자가 나를 팔아 넘길 것이다.” 이 말이 가롯 유다에게만 해당되는 것일까요. 과연 그럴까요. 그건 우리 모두를 향한 경고가 아닐까요.

 그래서 묻습니다. “나는 지금 예수를 팔아넘기고 있진 않나? 그의 가르침, 그의 말씀을 외면하며 예수를 팔고 있진 않나?” 그런데 한기총에선 이런 메아리만 들려옵니다. “저는 아니겠지요?” “주님, 그게 저는 아니겠지요?”

 #풍경2 : 최후의 만찬을 마친 뒤 예수가 말했습니다. “너희가 다 나를 버릴 것이다.” 이 말을 들은 제자 베드로가 반박했습니다. “사람들이 다 버릴지라도 저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그러자 예수는 “오늘 밤 닭이 울기 전, 너는 나를 세 번 부인할 것이다”고 예언했습니다. 베드로가 더욱 강하게 반박했죠. “제가 주님과 함께 죽을지언정 주를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겟세마네 동산에서 체포된 예수는 대제사장의 집으로 끌려갔습니다. 베드로도 그곳에 갔습니다. 사람들이 “너도 예수의 일당이 아니냐?”고 따졌죠. 베드로는 잡아뗐습니다. “나는 그 사람을 알지 못한다”고 부인했습니다. 그렇게 세 차례 부인하자 닭이 울었습니다. 밖으로 나간 베드로는 예수의 말씀이 생각나 통곡하며 울었습니다.

 여의도순복음교회가 몸살을 앓았습니다. 조용기 원로목사는 모든 직책을 내려놓았습니다. 교인 수가 80만 명에 달했던 세계 최대 규모의 교회를 일군 조 목사의 내려놓음은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합니다.

 왜냐고요? 우리는 늘 ‘두 번씩 고개 저은 베드로’이기 때문입니다. 언제가 될 지 모릅니다. “나는 예수를 모르오!”라며 세 번째 고개를 저을 때가 말입니다. 우린 항상 “꼬~끼~오!”하는 닭울음 소리를 듣고서야 통곡을 하니까요.

 닭이 울기 전에 우리는 이렇게 물을 뿐입니다. “저는 아니겠지요? 주님, 설마 그게 저는 아니겠지요?”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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