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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 사장, 20억짜리 그림 ‘재키’ 받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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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미국의 팝아티스트 앤디 워홀이 판화 기법으로 그린 ‘재키(Jackie)’ 시리즈 가운데 한 작품. 오리온 비자금 의혹 사건의 핵심 당사자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재키의 가격을 20억원으로 매겨 거래했다. 재키는 미국 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의 부인이었던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의 애칭이다.

오리온그룹 비자금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들 사이에서 미국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의 작품 ‘재키(Jackie)’가 거래됐던 것으로 1일 확인됐다. 오리온 총괄사장 조모(53·구속)씨와 오리온 계열사가 지은 서울 청담동 빌라의 시행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조씨는 2007년께 시행사 대표인 박모씨가 추진한 경기도 가평군 일대 펜션 사업과 관련해 박씨에게 40억원을 빌려줬다. 이후 자금난을 겪은 박씨가 돈 대신 그림 ‘재키’를 조씨에게 건네 20억원을 갚은 것이다.

 재키는 1963년 11월 케네디(John F. Kennedy) 대통령이 암살된 뒤, 그의 부인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Jacqueline Bouvier Kennedy Onassis)를 소재로 한 앤디 워홀의 시리즈물이다. 작품 이름 ‘재키’는 재클린의 애칭이다. 미국인의 사랑을 받다 비극적 운명을 맞은 한 여인의 모습을 통해 현대사회에서 반복적으로 쏟아지는 뉴스가 만든 이미지의 공허함을 표현했다. 시리즈 가운데 세계 경매시장에서 최대 약 280만 달러(약 30억원)에 거래된 작품도 있다. 2007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189만 달러(약 20억원)에 낙찰된 재키는 1964년에 그려진 것으로 가로·세로 약 50X40㎝ 크기다. 조씨가 받은 작품도 제작 시기와 크기가 이와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조씨가 박씨에게 건넨 40억원은 2006년 7월 오리온 소유의 서울 청담동 창고 부지 매각 뒤 서미갤러리에 입금돼 비자금 의혹을 받고 있는 40억6000만원과는 별개의 돈이다. 이번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는 이 돈의 조성 경위와 이를 비자금으로 의심할 만한 추가 단서가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조씨 등은 검찰 조사에서 “순수하게 개인끼리 이뤄진 돈 거래”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향후 조씨의 자금 거래를 추적해 개인재산 형성 경위까지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조씨는 수십억원대의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지난달 구속됐다.

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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