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청와대 개편 … 임태희·정진석 퇴진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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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명박 대통령은 29일 “정치하는 사람들도 보면 남의 탓을 한다. 그런 사람 성공하는 것 못 봤다”고 말했다. 또 “실패했을 때, 힘들 때 자기 탓을 하는 사람이 성공한다. 기업·정부 모든 부문에서 그렇다. 거기에서 차이가 있다”고 했다. 동국대 창업보육센터에서 제85차 국민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하면서 “연구원들이 (창업을) 겸직해서 한다고 하는데 안 되면 되돌아온다는 생각으로는 성공하기 힘들다. 양다리로 하면 연구도 안 되고 창업도 안 된다”며 한 발언이다. 이 대통령이 경제 관련 회의에서 정치적 발언을 한 건 이례적이다.

 이 대통령은 전날 임태희 대통령실장 등과의 티타임에서 “자신을 희생할 생각은 하지 않고 좋은 자리가 어디 없을까 하는 생각만 하는 사람이 청와대에 있어서는 안 된다”거나 “자기 볼일이 있는 사람, 딴 생각을 하는 사람은 5월 중으로 (청와대를) 떠나라”고 말했다.

<중앙일보>4월 29일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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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대통령이 연 이틀 ‘정치인 행태’를 비판한 건 좀처럼 없던 일이다. 그와 가까운 인사들은 “그만큼 4·27 재·보선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조만간 개각을 먼저 한 다음 청와대도 개편할 방침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개각의 경우 준비가 돼 있는 만큼 5월 초쯤 이뤄질 것이며, 청와대 비서진은 다음 달 중·하순에 개편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인적 교체의 하이라이트는 청와대 개편이다. 재·보선 패배 이후 이 대통령이 새로 결심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초점은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1년10개월) 동안 끝까지 갈 사람으로 채운다는 것이다. 이른바 ‘순장조(殉葬組)’가 청와대에 남거나 들어가고, 기존 참모 중 내년 총선에 출마할 사람들은 갈린다는 얘기다. 그 때문에 3선 의원 출신인 임태희 대통령실장도 물러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청와대 개편의 상징적 자리인 대통령실장을 바꾸지 않으면 면모를 일신하는 걸로 비치겠느냐”고 말했다. 임 실장이 바뀔 경우 류우익 주중대사, 백용호 정책실장, 박형준 대통령 사회특보 등이 후임 후보로 거론된다. 이 대통령이 전날 티타임에서 “앞으로 정치가 중요해진다”란 취지의 발언을 했던 점을 들어 후임으로 ‘정무형 대통령실장’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청와대에선 3선 출신인 정진석 정무수석, 초선을 한 김희정 대변인도 총선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물러날 가능성이 있다. 출마 유경험자인 박명환 국민소통비서관, 김영관 정무1비서관 등도 ‘출마조’로 거론된다.

 개각의 경우 5∼7명의 장관이 교체 대상으로 꼽힌다. 특히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후임을 두곤 백용호 청와대 정책실장과 윤진식 한나라당 의원 등의 이름이 빈번하게 나온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후보로 두 사람 외에 경제관료 출신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물러날 경우 류우익 주중대사가 후임으로 지명될 가능성이 크다 한다.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나 이만의 환경부 장관,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도 바뀔 걸로 보인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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