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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네이도 173개 동시다발 … 6개 주 사망자 313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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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미국 중남부 6개 주를 강타한 토네이도 피해가 갈수록 불어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오전까지 확인된 사망자 수만 313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이는 1974년 13개 주에 걸쳐 335명의 사망자를 낸 토네이도 이후 최악의 재해다. 토네이도로 현지의 전기와 통신이 끊어진 상황이어서 아직 피해 규모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상 최악의 토네이도 피해는 747명이 숨진 1925년에 발생했다.

 이번 토네이도는 특히 주택가가 몰려 있는 도시지역을 주로 강타해 피해가 컸다. 특히 앨라배마주 헌츠빌 서쪽에 위치한 브라운스 페리 원전에선 전기 공급선이 끊어져 비상이 걸렸다. 그러나 발전소 측이 곧바로 비상발전기를 가동해 원자로를 냉각시키고 있다고 현지 당국이 전했다. 미 원자력규제위원회(NRC)도 브라운스 페리 원전은 안전시스템이 정상적으로 가동돼 가장 낮은 단계의 비상상황을 발령했다고 밝혔다.

 토네이도가 닥친 6개 주 가운데서도 앨라배마주의 피해가 가장 컸다. 앨라배마주립대학이 있는 터스컬루사에서 36명이 희생된 것을 비롯해 앨라배마주에서만 2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왔다.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은 앨라배마주를 비롯해 미시시피·테네시·조지아·버니지아·켄터키주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주방위군을 투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9일 앨라배마주를 직접 방문해 피해 현장을 둘러볼 예정이다.

 미 기상청에 따르면 27일에만 중남부에 173개의 트위스터(바람 기둥)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앨라배마주엔 직경 2㎞에 달하는 수십 개의 초대형 트위스터가 닥친 것으로 보인다. 거대한 토네이도와 함께 폭풍우가 함께 닥쳐 피해가 커졌다. 터스컬루사에선 도시 건물이 거의 파괴됐으며 전신주가 쓰러지는 바람에 전기·통신도 두절됐다. 이번 토네이도로 인해 델타항공과 아메리칸항공 등 미국의 대형 항공사들은 27일 1000편의 국내·국제선 항공기 운항을 취소한 데 이어 이날도 1300여 편의 운항을 취소했다.

 미 기상청은 중남부에 이어 미국 동부지역에도 토네이도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보하고 있다. 이달 말까지는 강풍을 동반한 게릴라성 폭우가 미국 전역에 내릴 것으로 보인다.

 대평원이 펼쳐진 미국 중부는 북서부 로키산맥에서 내려온 찬바람과 남동부 멕시코만에서 올라간 고온다습한 바람이 만나 해마다 폭풍우와 함께 토네이도가 발생한다. 올해는 남동부 멕시코만에서 유난히 습기를 많이 머금은 따뜻한 바람이 4월에 집중적으로 올라와 토네이도 피해가 컸다.

미국해양대기관리처(NOAA)에 따르면 올해 4월에만 토네이도가 600차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의 기상전문 사이트인 ‘애큐웨더닷컴(AccuWeather.com)’에서는 “제트기류를 남쪽으로 끌어당기는 라니냐 때문”이라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라니냐는 ‘엘니뇨’와는 반대로 적도 부근 동태평양의 바닷물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낮은 현상이 5개월 이상 지속되는 것을 말한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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