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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걱정 없고 부가가치 높고 … 철원·양주 “말 산업으로 갈아타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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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철원군은 강원도의 대표적인 돼지 산지다. 강원도 전체 돼지의 30% 정도를 철원군에서 생산한다. 그러나 구제역으로 대표 산지로서의 역할을 못하게 됐다. 전체 15만 마리의 돼지 가운데 13만9800마리를 살처분했기 때문이다. 돼지를 다시 입식 한다고 해도 예전의 모습을 되 찾으려면 2년 정도가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상황이 이렇자 철원군은 말(馬)산업에 눈을 돌렸다. 말은 구제역으로부터 안전하고 레저 등 다른 산업과도 맞물려 성장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철원군은 추경예산을 확보해 말 산업 육성종합계획을 세우기로 했다고 25일 밝혔다.

 철원군은 말 산업이 레저용 및 소득증대 산업으로 경쟁력이 높은데다 지역 재정 기여도도 높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말 산업 육성 지원방안을 의무화하는 말 산업육성법을 제정해 3월 9일 공포함으로써 사업 추진에도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철원군은 넓은 농경지에 말을 달릴 수 있는 농로와 제방이 많은데다 경기도 구리와 포천 신북간 고속도로가 준공되면 수도권과의 접근성도 좋아져 승마 인구를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승마와 한탄강의 래프팅과 연계한 관광레저산업도 활기를 띨 것으로 보고 있다.

 철원군은 조선시대 3대 임금인 태종 이방원이 동송읍 벌판을 사냥과 군사훈련을 겸했던 강무장(講武場)으로 지정한 후 정종, 세종 등 역대 임금들이 50여 차례 사냥을 위해 다녀간 곳으로 대마(大馬)리, 마현(馬峴)리 등 말과 관련한 지명도 많다.

철원군 기획계 김유희 주무관은 “국내 말 사육농가는 전체 축산농가의 1.8%에 불과하지만 희소성이 있어 부가가치가 높다”며 “무엇보다 말 산업이 육성되면 재활승마센터, 승마장, 사육시설, 조련시설 등 고용효과가 높다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기르던 소 44%(9700여 마리), 돼지 96%(12만9000여 마리)를 구제역으로 잃은 경기도 양주시도 말 산업 육성에 나섰다.

 양주시는 2월 말 조직개편을 해 ‘말 산업 TF팀’을 만들었다. 소, 돼지를 잃은 축산 농가에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말 산업을 권장해 육성하기 위해서다. 그 동안 TF팀은 일찍이 말 산업 육성에 나선 지역과 관련 기관을 방문해 자료를 수집하는 등 벤치마킹 했다.

 양주시는 우선 부업농 형식으로 말 사육을 시작할 계획으로 희망농가 수요조사를 벌였다. 이 조사에 구제역 피해를 본 농가 등 20농가가 신청했다. 구제역으로 50여 마리의 소를 잃은 신홍섭(54·양주시 은현면 서남리)씨는 “한우는 구제역이나 브루셀라 등 질병이 많은 데다 미래도 불투명하다”며 “축사와 놀이 공간 등 시설이 충분한데다 전망이 좋다고 해 말로 전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양주시는 사육 기반을 조성한 후 승마공원을 조성하는 등 종합적인 말 산업 육성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한편 경북과 제주도, 경북 영천과 상주, 전남 장흥과 담양 및 강진군 등은 구제역 이전부터 말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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