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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talk ④ 국회의원 조윤선의 가루파 요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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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2면

제 막내 고모가 요리를 굉장히 좋아하시는데 영국에 사세요. 언젠가 런던에 있는 고모 댁에 놀러간 적 있었는데, 고모가 저에게 요리를 가르쳐줬어요. 고모는 요리책을 내고 요리 강연을 다녔을 만큼 음식에는 자신 있는 분이거든요. 고모한테 토마토소스 파스타 만드는 법도 배웠지만, 제가 고모한테 배워 여태 자신 있게 만드는 요리는 따로 있어요. 고모가 밥이랑 같이 먹을 수 있고, 15분 만에 뚝딱 만들 수 있는 요리가 있다며 가르쳐준 거예요. 중국식 생선 요리인데, 정식 명칭은 가루파 요리라고 하네요.

 가루파는 농어과에 속하는 납작한 생선이에요. 가루파 요리(사진)는 광저우식 중국음식 중에서 아주 유명하대요. 중국 식당에서 시키면 가격도 무척 비싸요. 원래 가루파 요리는 찜으로 해서 먹는데, 고모는 껍질째 튀기는 방법을 개발해 저에게 알려줬어요. 한정된 재료를 응용해 제가 따라하기 쉽게 간단한 레시피를 만들어주신 거죠. 생선을 껍질째 튀기기 때문에 튀긴 껍질의 바삭한 느낌이 소스와 파하고 잘 어우러져 아주 맛있는 요리가 되더라고요. 만들기 쉽지요, 모양 근사하지요, 맛도 좋으니까 더 바랄 게 없었어요.

 저는 그때 고모한테 배운 가루파 요리를 지금도 종종 해먹고 있어요. 법률사무소나 법원에서 일할 때는 동료를 초청해 직접 해주기도 했어요.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는 너무 바쁜 엄마가 됐지만, 이 요리만큼은 아이들에게 자주 해줬어요. 가루파 요리는 달콤하면서 짭짤한 맛이 나서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기에도 좋은 음식이에요. 식당에서 사 먹으면 비싸지만 우리는 집에서 해먹는다며 아이들에게 은근히 자랑하기도 해요.

 재료도 많이 필요 없어요. 흰살 생선이랑 생강·식용유·설탕·간장·대파만 있으면 돼요. 흰살 생선이면 민어·우럭·도미 어떤 것도 상관없어요. 우선 생선 내장을 빼내고 가운데 칼집을 넣어서 다듬어 놓습니다. 이어서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중불에 데우다 생선을 넣고 속까지 다 익을 정도로 익힙니다. 그때 생강을 넣으면 생선 비린내를 잡을 수 있어요. 생선이 다 익으면 생선이랑 생강을 꺼냅니다. 생선을 키친타월로 기름기를 제거하면 더 좋고요.

 다음엔 소스를 만들어요. 생선을 튀긴 기름에 설탕이랑 간장을 넣고 저으세요. 기름이 너무 많으면 조금 따라낸 다음 캐러멜처럼 될 때까지 저어주면 돼요. 얇게 채로 썬 대파의 하얀 부분을 프라이팬에 소스를 넣고 대파가 한 번 숨이 죽을 때까지 살짝 둘러내고, 소스가 묻은 대파를 생선 위에 부으면 요리가 완성됩니다. 정말 쉽지요?

 사실 제가 요리를 잘하지 못해 응용은 안 돼요. 가루파 요리를 고모한테 배운 대로만 하는 것도 사실 이 때문일지 몰라요. 그래서인지 제 요리 철학이 있다면 ‘하라는 대로 하자’예요. 레시피를 보고서는 잘 만드는 편이거든요. 하지만 나름대로 무언가를 만들면 잘 안 돼요. 그래서 책에 나오는 대로만 만들어요. 제가 얼마나 하라는 대로만 하냐면, 라면을 끓일 때도 하라는 대로만 해요. 물도 계량컵에 재 넣고, 그 다음 순서도 시키는 대로만 해요. 그렇게 해보세요. 맛이 달라져요.

 제가 해먹었던 흰살 생선 중에서는 민어랑 도미가 가장 맛있었어요. 중국의 비싼 가루파 요리 레시피는 아마 따로 있을 거예요. 그렇지만 고모가 가르쳐준 이 방법은 너무 쉽고 간단한 데다 맛도 좋아요. 집에서 꼭 해보세요.

정리=손민호 기자

조윤선은 196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한나라당 국회의원. 1991년 사법고시를 합격하고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로 일하다 2002년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2008년 국회의원이 돼 한나라당 대변인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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