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탈북자엄마 앞에서 아이 질식사시키고, 기독교인 불 붙은 십자가에 매달아"北 인권침해보고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 "중국 국경을 넘다가 체포된 임산부가 구치소에서 아기를 낳았다. 군인 병원의 한 간호사는 아기 엄마가 보는 앞에서 아기를 젖은 수건으로 질식시켜 죽였다. 아기를 '중국놈'이라고 하면서 심각한 범죄자에게서 태어났으므로 자비를 베풀어선 안 된다고 하더라." (남신의주 인민보안성 안전부 구류장 수감. 탈북자 이미숙씨)

북한 군인이 중국 국경 지대에서 감시를 하고 있는 모습. [출처=주진조선]

#2. "어느 군인이 지나가다가 실수로 김일성 배지를 문에 긁었다. 들킬까 봐 다른 사람의 배지로 바꿔치기 했지만 결국엔 발각됐다. 군인은 화장실에서 목을 맸다. 동료에 의해 구조됐다. 그러자 이번엔 권총으로 자신을 겨누고 자살을 시도했다. 목숨은 건졌다. 이후 그는 어딘가로 끌려갔지만 행방은 아무도 모른다." (요덕수용소 수감. 탈북자 이영국씨)

최근 북한인권정보센터 산하 북한인권기록보존소가 탈북자들의 증언을 중심으로 엮은 북한 인권 침해 보고서를 내놨다. 이 보고서는 2007년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세계기독연대(Christian Solidarity Worldwide)'가 발간한 '북한의 반인도적 범죄에 대한 국제사회의 긴급대응(North Korea : A case to answer a call to act)'이란 보고서를 번역한 것이다. 북한전문매체 데일리NK가 이 소식을 전했다.

탈북자들의 증언에는 현대 사회에선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북한의 인권 탄압 실태가 여실히 드러난다. 김일성 초상이 들어간 그림에 잉크를 묻히거나 배지를 훼손하면 정치적 적군으로 간주된다는 사실부터 정치범 수용소에서 강제 낙태를 당한 여성들이 곧바로 일상적인 노동을 하거나 스트레스로 3년간 생리를 못했다는 이야기까지 다양한 사례가 빼곡하게 적혀 있다.

종교 박해 사례는 더욱 끔찍하다. 보고서는 1999년 토마스 벨크의 '북한 종교의 기독교 연구'를 인용해 "불이 붙은 십자가에 매달아 놓거나 스팀롤러(도로포장공사용)로 깔아뭉개는 등 잔인한 방법으로 기독교 신도들을 박해했다"고 전했다.

공개처형도 지속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보고서는 "(공개처형 후) 수감자들은 아직 피를 흘리고 있는 시체를 만지거나 시체에 돌을 던지도록 강요받는다"며 "정치범수용소의 수감자들은 처형 외에도 광범위하고도 체계적인 고문으로 죽는다"고 전했다.

요덕 정치범수용소 수감자였던 강철환 씨는 보고서에서 "당신이 굶주리고 있다면 당신은 음식을 찾아 어느 곳으로든 도망갈 수 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그런 도망이 허용되지 않는다. 지도부는 당신이 머물러서 굶어 죽기를 강요한다. 북한은 거대한 수용소와 같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향후 김정일을 국제형사재판소 제소할 상황을 대비해 마련한 증거"라고 출간 의의를 밝혔다.

김진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