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대법원장 “대법관 증원하면 국민 부담만 늘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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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이용훈(사진) 대법원장이 18일 대법관을 20명으로 증원하자는 국회의 법원 개혁안에 대해 “엄청난 사법 비용으로 국민의 고통만 늘어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법원소위가 이날 현재 14명인 대법관을 2013년과 2014년 각 3명씩 늘려 총 20명으로 증원하기로 합의한 것과 관련해서다. 이에 따라 20일 열릴 예정인 사개특위 전체회의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이 대법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장관급인 대법관 자리를 6명이나 늘려주겠다는 건 다른 나라에서는 깜짝 놀랄 일”이라며 “그렇지만 그게 과연 국민을 위한 일인지는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 해 상고심(최종심) 사건 수에 대해서도 “연간 3000건 정도가 적정하다”며 상고 제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지난해 상고 건수는 3만2000건(민사 1만1000건, 형사 2만1000건)에 달했다.

 이 대법원장은 “상고심 사건이 늘어나면 비싼 전관 변호사를 대고 사법 비용만 늘어나며 결국 변호사만 좋아질 뿐”이라고 말했다. 또 “상고심으로 한풀이를 한다고 하지만 원심이 파기되는 비율은 5%에 불과해 나머지 90% 이상의 사건을 놓고 국민이 물질적·정신적으로 피폐해지기만 할 뿐”이라며 “미국 연방대법원도 연간 2만 건의 상고가 들어오지만 실제 심리하는 사건은 150~200건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 대법원장은 이어 검찰과 신경전이 거듭되고 있는 구속영장 문제에 대해 “원칙은 불구속 재판이 아니라 무죄 추정이며, 무죄로 보는 사람을 가둬놓고 방어권을 보장하라고 할 수는 없다” 며 “1988년 22만 건에 달한 연간 구속자가 내가 취임한 이후 지난해에는 3만5000건으로 줄었다”고 제시했다.

 그는 사개특위에서 논의 중인 ‘양형기준법’ 제정에 대해서도 “ 법률에 의해 형을 얼마나 선고할지를 정하는 양형 기준은 사법부에 맡겨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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