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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그리고 … 찍고 … 한 장르는 너무 좁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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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고상우의 사진 ‘리버티 레이디’. 중국 출신으로 뉴욕에서 활동 중인 발레리나를 모델로 해, 자유로움과 여성의 아름다움을 풀어낸 연작이다.

고상우(33)씨는 사진을 찍는다. 주로 여성의 아름다운 몸에 앵글을 맞춘다. 그러나 단순한 사진작가는 아니다. 모델을 섭외하고, 바디 페인팅과 퍼포먼스(행위예술)를 한다. 꽃이나 나비 등 촬영에 사용되는 오브제도 직접 만든다. 또 그 과정을 비디오와 사진으로 담는다. 바디 페인팅을 하거나 모델의 퍼포밍을 돕는 과정에서 자신이 퍼포머가 되기도 한다.

 고씨는 여성의 몸이라든지 꽃 같은 흔한 소재로 작업한다. 하지만 상투적 소재를 통합예술적 제작방식과 특유의 ‘색채의 반전’을 통해 독창적으로 바꾸는 작가다. 페인팅, 오브제, 퍼포먼스, 사진이 뒤섞인 작업 과정을 작품 안으로 끌어들인다. 요즘 한창 유행하는 다원예술작가다. 얼핏 손쉽게 컴퓨터의 힘을 빌린 듯 하지만, 필름 카메라로 촬영하고 일일이 정교한 수작업을 거친다.

 고씨의 개인전이 다음 달 8일까지 서울 소격동 갤러리 선 컨템포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뉴욕을 근거지로 활동하는 그의 다섯 번째 국내 개인전이다. 역시 뉴욕에서 활동하는 중국 출신 발레리나를 모델로 한 사진 연작 ‘레이디 리버티’와 페인팅·퍼포먼스가 어우러진 제작과정 동영상을 함께 전시한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사진의 강렬한 형광빛 색감이다. 홍콩 개인전 당시 ‘푸른 색 사진예술의 선구자’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이 색은 모두 인화과정의 반전효과를 노리고 얻어진 것이다. 즉 사진의 푸른 피부는 원래 살색이며, 금발 머리는 원래 보라색이다. 애초부터 반전된 색감을 두고 작업했다.

 “필름을 햇빛에 비추면 사람 얼굴이 파란데, 나중에 노란 색으로 인화되잖아요. 사진을 배우며 그 환상적인 파랑(아쿠아 블루)에 매료됐고, 그 색을 실제 사진에서도 보고 싶어서 반전 효과를 생각하게 됐습니다.” 사진에서 가장 어두운 부분은 실제로는 가장 밝고, 가장 밝은 부분은 오히려 가장 어두운 부분이었다는 아이러니도 작품의 중요한 포인트다.

 작가는 바디 페인팅 후 붓을 모델의 머리에 핀처럼 꽂아 남긴다. 페인팅의 흔적이다. 이번 전시에는 자신이 광대 차림으로 분장한 사진도 내놓았다. “나는 광대다. 다양한 끼를 분출하기에 특정 장르는 너무 좁다.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찾아가기 위해 가능한 여러 장르를 섭렵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고씨는 미국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를 졸업했다. 2009년 중국 798베이징 비엔날레에 한국 작가로 초대되기도 했다. 02-720-5789.

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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