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진위를 밝히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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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가짜가 판치는 요즘 세상엔 진위를 가리는 일이 일상사가 됐다. 고가 미술품의 위작 가능성, 유명 인사의 학력 위조 논란, 사진의 조작 의혹 등이 제기될 때마다 “진위 여부를 밝히라”고 하지만 ‘진위 여부’는 어법에 맞지 않는 표현이다.

 ‘진위(眞僞)’는 참과 거짓 또는 진짜와 가짜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고, ‘여부(與否)’는 그러함과 그러하지 아니함을 뜻하는 말이다. ‘진위’에 이미 ‘여부’란 의미가 있으므로 “진위 여부를 밝히라”는 “진위를 밝히라”로 써도 충분하다.

 ‘성패(成敗)’도 마찬가지다. 성공과 실패를 아울러 이르는 말이므로 “성패 여부를 떠나”는 “성패를 떠나”라고 해야 자연스럽다. “성공 여부를 떠나” “실패 여부를 떠나”로는 쓸 수 있다. ‘여부’ 앞엔 ‘당락(當落)’ ‘존폐(存廢)’ ‘찬반(贊反)’ 등 서로 반대되는 의미가 어울려 이뤄진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여부’가 그런지, 아닌지를 뜻하므로 이들 낱말 뒤에 이어 쓰면 의미가 겹치게 된다.

 당선 여부, 낙선 여부, 존속 여부, 폐지 여부, 찬성 여부, 반대 여부 등처럼 ‘여부’ 앞에 상반되는 개념으로 이뤄진 단어가 오지 않을 경우에는 사용하는 데 문제가 없다.

이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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