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2K 지구촌 논란] 겁만 줬나 잘 막았나

중앙일보

입력

전세계를 들썩이게 했던 Y2K 문제가 큰 혼란 없이 지나가자 가장 많은 돈과 노력을 투자했던 미국에서 과잉대응 여부로 논란이 일고 있다.

신제품을 팔려는 컴퓨터 회사들의 농간에 넘어간 게 아니냐는 반발이다.
그러나 한쪽에선 오히려 "Y2K에 쏟아부은 이상의 효과가 나타날 것" 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 논란〓백악관 직속 Y2K대책위원회의 존 코스키넨 위원장은 새해 첫날 기자들로부터 집중타를 맞았다.
미국에서만 최소 1천억달러(약 1백12조원) 에서 최대 6천억달러(약 6백72조원) 로 추정되는 천문학적 액수를 Y2K 대책비로 투여했으나 애초부터 예상 피해가 너무 과장됐다는 추궁이었다.

특히 Y2K 대비가 미흡한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와 중국.인도네시아에서도 별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나자 "괜히 난리를 친 것 아니냐" 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나 코스키넨 위원장은 "대비를 잘 한 것도 문제냐" 고 일축했다.

그는 "일반 기업체들의 경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는 데 수십억달러씩의 거금을 투자했겠느냐. 미국내 기업들의 컴퓨터시스템은 실제로 위험에 처했었다" 고 설명했다.

또 미국내 네티즌 사이에서도 "사기꾼들" "내가 컴퓨터에 날린 돈을 돌려달라" 는 등의 항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 직.간접 투자효과〓장기적으로 볼 때 미국은 민.관 공동의 Y2K 대비과정을 통해 엄청난 생산성 향상의 부수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도 나온다.

약 85억달러가 투입된 연방정부 기관에서만 성능이 떨어지는 컴퓨터 장비 24%가 최신 기종으로 바뀌었고 노후 프로그램 20%가 폐기됐다.

자동차 메이커 다임러크라이슬러는 생산 및 판매공정을 운영하는 컴퓨터프로그램 7만개 가운데 1만5천개의 노후 프로그램을 없앴다. 그 만큼 효율과 생산성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는 Y2K에 대비하면서 행정전산망을 아예 인터넷 체제로 바꿨다. 각종 민원서류와 행정문의, 자동차등록.세금징수.도서관운영.학교배정 등이 Y2K 덕에 모두 인터넷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됐다.

Y2K대비 과정에서 수많은 컴퓨터 전문인력이 길러졌고, 기업들의 컴퓨터 활용과 위기대처 능력이 크게 향상된 것도 수확으로 간주된다.

또 지난해 4%에 이르렀던 미국의 경제성장에는 Y2K 호황을 누렸던 미국 컴퓨터업계의 외형 확대와 급성장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 새로운 투자의 원천〓미국 기업들은 Y2K문제가 일단 해소됐다고 보고 대대적인 신규투자에 나서고 있다.

Y2K 때문에 미뤄뒀던 새로운 컴퓨터 시스템 개발과 인터넷 전자상거래에 대비한 자체 시스템 구축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다우케미컬(화학) 과 벨 어틀랜틱(통신) 은 3일부터 Y2K문제에 투입됐던 인력과 예산을 인터넷 서비스 확충에 돌리겠다고 선언했다.

메릴린치 증권은 지난해 6월말 일찌감치 Y2K문제를 해소하고 여유 전문인력을 지난해부터 시작한 24시간 인터넷 주식거래 시스템 개선업무에 투입했다.

이같은 정보기술(IT) 투자의 증가는 지난해 Y2K로 잠시 주춤했던 기업의 공정관리 및 인터넷 관련 소프트웨어 수요의 증가로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해까지 Y2K문제에 대비하면서 하드웨어의 정비를 끝내고 앞으로 5년간 약 3조달러 규모로 늘어날 인터넷 상거래에 대비해 소프트웨어 구축작업을 본격화할 것이란 얘기다.

이밖에 Y2K 불안감이 해소되면서 개인용컴퓨터(PC) 수요의 증가세가 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인터내셔널 데이터사는 올해 미국시장의 PC판매가 지난해보다 2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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