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정책자문위 대표단 첫 방한 … 쉬둔신 단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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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171개국. 현재 중국과 국교를 맺고 있는 국가의 수다. G2로 부상한 중국으로선 챙길 나라도, 살필 사안도 급격하게 늘었다. 그래서인가. 베이징올림픽이 끝난 지 두 달 뒤인 2008년 10월 중국 외교부는 외교정책자문위원회를 신설했다. ‘널리 의견을 구해 효과를 높이자(集思廣益)’는 취지다.

전직 대사 22명과 후진타오(胡錦濤·호금도) 국가주석의 외교 브레인으로 불리는 왕지스(王緝思·왕집사)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원장 등 학계 거물 9명이 자문위원으로 위촉돼 있다. 자문위원회 소집은 현재 외교부 당서기이자 부부장(차관)인 장즈쥔(張志軍·장지군)이 맡을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그 외교정책자문위원회 대표단이 10일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12일 본사를 방문한 대표단의 쉬둔신(徐敦信·서돈신·77·사진) 단장을 만났다. 주일 대사와 외교부 부부장을 지낸 그는 1992년 한·중수교 회담 당시 중국 측 수석 대표로 활약했다.

 -한국을 찾은 이유는.

 “지난해 대치 상태로 일관하던 남북한 관계에 최근 미세하나마 변화의 움직임이 있는 것 같은데 이를 살펴보기 위해서다.”

 -남북한 긴장 상태를 풀기 위한 방안은.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다. 이는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다. 북한이 과거 6자회담을 원하지 않았던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회담을 바라고 있다. 그것도 ‘무조건’ 재개라는 입장이다. 북한에는 최근 또 한 가지 주목할 변화가 있다.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민생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한·중 관계는 불편한 측면이 있었다.

 “문제를 보는 시각이 서로 달랐기 때문이다. 이상할 것 없다. 중요한 건 의견의 불일치가 있었더라도 양국 사이에 의사소통의 중단이 없었다는 점이다. 한반도 문제에 임하는 중국의 입장은 명확하다.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유리하냐 아니냐가 중국의 태도를 규율하는 잣대가 되고 있다.”

 -중국은 지난달 통과시킨 12차 5개년 계획에서 내수 확대를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한국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은.

 “12차 5개년 계획은 두 개의 7%를 강조하고 있다. 하나는 앞으로 5년 동안 연 7%의 성장을 추구하고, 다른 하나는 노동자·농민의 수입을 연 7% 이상씩 늘리겠다는 것이다. 13억 중국인이 발전의 성과를 나눠 갖자는 취지다. 여기에 한국 기업의 기회가 있다. 예를 들어 석탄과 석유, 가스 등 에너지를 사용하고 그 효율을 높이는 데 있어서 한국이 앞서 있다. 환경오염 처리 또한 중국이 뒤진다. 중국은 한국이 필요하고 한국도 중국이 필요하다. 양국은 ‘경제이익공동체’인 셈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걱정이다. 황사가 날아오는 길목의 중국에서 원전 사고가 날까 우려하는 한국인이 많다.

 “동일본 대지진 후 중국의 원자바오(溫家寶·온가보) 총리가 직접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몇 가지 사항을 결정했다. 첫째는 원전의 안전문제에 대한 전면적이고 철저한 조사다. 둘째는 이미 원전 건설공사를 시작한 곳은 한 치의 잘못이 없도록 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새로 지을 원전 공사는 잠시 보류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원전의 안전 문제를 자체적으로 체크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제3자에게 위탁해 감독을 받도록 할 예정이다.”

글=유상철 기자, 사진=김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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