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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영화사 재발견 책 낸 남상국 감독 - 남정욱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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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남정욱 교수(左), 남상국 감독(右)

‘남자 식모’(1968)의 심우섭(84) 감독, ‘맹물로 가는 자동차’(74)의 이형표(1922~2010) 감독, ‘깊은 밤 갑자기’(81)의 고영남(1935~2003) 감독, ‘팔도 사나이’(69)의 김효천(76) 감독, ‘불타는 정무문’(77)의 남기남(69) 감독, ‘사대맹룡’(77)의 김정용 감독(73).

 한국 영화의 황금기라는 50~70년대에 데뷔해 활동한 감독들이다. 영화감독 남상국(46)씨와 영화기획자 남정욱(45·숭실대 문창과 겸임교수)씨는 독특하게도 ‘예술영화가 아닌 상업영화를 만든 감독’이라는 이유로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진 이들을 연구했다. 그 결과를 모아 『심우섭·이형표·고영남·김효천·남기남·김정용 감독과 한국영화, 황금기를 찍다』(연극과 인간 펴냄)라는 책을 최근 펴냈다. 다음은 두 지은이와의 일문일답.

 -이 여섯 감독은 어떤 인물인가.

 (남상국 감독)“올드팬들은 ‘흥행 감독’으로, 영화계에서는 ‘다작 감독’으로 각각 기억한다. 6명이 연출한 영화는 놀랍게도 400편을 넘는다. 최고 한 해 200편이 넘게 제작되던 시대에 활동했기 때문이다. 69년의 경우 심우섭 감독이 11편, 고영남 감독이 10편의 영화를 각각 만들었다.”

 (남정욱 교수)“영화가 거의 유일한 오락이던 시절, 폭발적인 수요에 대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로 단시간에 많은 영화를 연출한 분들이다.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리며 대중과 소통했다. 69년 코미디언 구봉서씨 등이 출연한 ‘남자식모’는 개봉 첫날부터 만원사례를 기록하며 공전의 히트를 쳐 한 시대를 풍미했다.”

 -영화 연구자들이 잘 다루지 않는 감독들을 연구한 이유는.

 (남 감독)“영화팬들을 웃고 울리며 한국영화사의 한 축을 형성한 분들인데, 다작 시대에 상업영화를 주로 만들었다는 이유로 홀대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영화학과(경성대) 출신 영화감독으로서 지금과는 다른 제작환경에서 선배들이 걸었던 길을 기록해 남기고 싶었다.”

 (남 교수)“이들은 예술영화 감독과 서로 다른 재능으로 대중을 사로잡았을 뿐인데도 대중 취향의 작품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후대에 푸대접을 받았다. 김기영·임권택·유현목 감독이 예술영화를 발전시킨 공로로 평가받듯, 우리가 다룬 여섯 감독은 그 시대에 대중과 고락을 같이한 공로를 제대로 인정받아야 한다.”

  -연구 결과, 이 여섯 감독의 한국영화사에서의 위치를 재평가하면.

 (남 감독)“이 분들은 영화에 대한 검열이 존재하고, 매년 15편을 만들지 않으면 영화사 등록이 취소되며 한국영화를 일정 편수 이상 만들어야 돈이 되는 외화 수입 쿼터를 얻을 수 있던 시기에 활동했다. 악조건을 이기며 영화산업의 맥을 이은 이들은 한마디로 한국영화의 오늘을 있게 한 밀알 같은 존재다.”

 (남 교수)“인터뷰와 작품 비평, 증언을 통해 확인해본 결과 이 분들이 활동하던 50~70년대 한국영화는 다작을 통해 액션·멜로·코미디·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가 비약적으로 발달했다. 이들은 당시 아시아 영화계를 주도하기도 했다.”

 -어떻게 책을 만들었나.

 (남 감독)“두 명의 감독을 인터뷰하고, 다른 네 명에 대해 감독론을 쓰고, 충무로 원로 영화인들과 방담을 하며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남 교수)“원로 영화인들을 찾아 간직하고 있던 미공개 사진들과 그 분들만 알고 있던 숨은 이야기를 발굴했다. 필름이 남아있는 영화는 최대한 살펴봤다.”

글=채인택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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