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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Y2K 대비 '끝나지 않은 전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구촌은 컴퓨터의 2000년 연도 인식오류(Y2K) 로 인한 ''대란'' 없이 뉴 밀레니엄을 맞이했으나 당분간 Y2K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특히 관공서, 기업, 단체들이 업무를 본격적으로 재개하는 3일과 4일 이틀과 윤달인 내달 말께 Y2K 오류가 집중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컴퓨터 전문가들은 앞으로 몇주일 혹은 몇달동안 Y2K 오류가 지속적이고 간헐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각국 정부 역시 Y2K를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으로 간주하며 감시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컴퓨터업계의 ''황제''로 통하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 는 2일 CNN의 ''래리 킹 라이브'' 프로에 출연, 세계 컴퓨터 시스템들은 앞으로 몇주 동안 ''대혼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항공, 원자력, 통신, 군사, 금융 등의 분야에서 큰 Y2K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이는 관련 기술자들이 몇달동안 대비를 해왔기 때문이라며 "당분간 끔찍한재난 수준은 아니더라도 대혼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승강기, 항공, 미사일 등의 분야 종사자들이 정말 잘 해냈다"고 덧붙였다.

''세계Y2K협력센터''의 브루스 매코널 국장은 "심각한 Y2K오류는 보고되지 않았으나 우리가 모르고 있는 사소한 문제들이 일어났을 것"이라며 Y2K 위기를 무사히 넘긴 것은 인류의 "대성공"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나 "3일에서 5일 사이에 기업 업무 마비, 시민 생활 불편 등 골치아픈 일들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경계를 늦춰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정보기술용역동맹(WITSA) ''의 해리스 밀러 사장은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며 "연휴기 끝난후 컴퓨터 사용이 급증하는 3일이 다음 시험 관문"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영국, 홍콩, 뉴질랜드, 호주 등 각국 정부도 Y2K문제가 끝나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미국 Y2K특별대책반 책임자인 존 코스키넨위원장은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나 3일과 4일에 최종 점검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Y2K문제를 총괄하고 있는 패디 티핑 장관은 "Y2K에 대한 경계를 늦춰서는 안된다며 연휴가 끝나는 4일을 특히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구촌은 새천년을 맞은 뒤 이틀째인 2일 오후 현재 우려했던 심각한 Y2K 오류와 그로 인한 재난은 발생하지 않았으며 전기와 상수도 공급은 물론 현금지급기(ATM) 와 신용카드 사용, 항공교통 등이 대체로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미국내 7개 핵발전소, 전기, 통신 시설들은 약간의 컴퓨터 오작동 사례가 발견됐으나 큰 문제는 없었으며 뉴욕주식시장의 컴퓨터도 정상적으로 작동됐다.

특히 일부 은행들은 소비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이례적으로 연휴동안 영업을 계속하기도 했으며 일부 국가에서 사용자 급증으로 인한 휴대폰 불통, 컴퓨터 연도표시 오류 등 사소한 컴퓨터 오작동 사례가 발견됐다.

그러나 재난사태를 야기한 것은 아니지만 미국 정찰위성 시스템이 3시간동안 Y2K 장애를 겪은 것이 드러나는 등 문제점도 노출됐다.

미국은 국방부 군사정찰위성시스템의 지상기지 수신기능이 31일 오전 0시 작동하지 않아 정찰위성망으로부터 보내진 사진정보의 일부를 3시간에 걸쳐 수신할 수없었다.

존 햄리 부장관이 "이는 국방부가 관계된 Y2K문제로는 ''가장 중대한 혼란''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보완시스템을 작동시켜 현재는 정보를 수신할 수 있으나 본 시스템이 복구되지않아 수신 정보량이 평상시 보다 약간 적은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구와 달, 행성 등의 움직임과 위치 등을 계산해 정확한 시각을 알려주는 미국 해군 천문관측소의 인터넷 사이트 연도표시가 ''19100년 1월 1일''로 잘못표기됐으나 컴퓨터 작동엔 이상이 없었다.

지난 9월 사상 최악의 원전사고를 겪었던 일본의 한 원전에서 방사능 누출 탐지장치에 연결된 컴퓨터에서 Y2K문제로 인한 고장이 발생했고 또다른 원전에서는 해수온도 측정장치에 연결된 컴퓨터가 오작동 했으나 두경우 모두 본 장치는 정상작동돼인명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었다.

프랑스에서는 기상청 인터넷 사이트 기상도에 연도표시가 ''19100''년으로 나타나기도 했으나 일기예보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다.

또한 영국 런던의 히드로공항을 이륙해 미국 보스턴으로 향하던 영국항공 보잉777 여객기가 Y2K문제가 발생, 운항시스템을 수동으로 전환한다는 기장의 기내방송이있었으나 보스턴에 무사히 착륙했다.

체르노빌 원전사고를 겪었던 러시아도 원전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2000년을맞은 극동지방 추쿠타반도의 빌리빈스카야 핵발전소는 물론 중부 우랄지역의 벨로야르스크발전소에 있는 9기 원자로에서도 Y2K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번 Y2K 오류 방지에 인류가 투자한 돈은 총 3천억달러 이상일 것으로 추산된다.

[워싱턴 파리 AFP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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