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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소리없이 달러와의 한판 전쟁 준비하는 위안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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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전쟁, 진실과 미래
CCTV 경제 30분팀 지음
류방승 옮김, 박한진 감수
랜덤하우스코리아
336쪽, 1만9800원

2006년 중국인들은 관영 CCTV가 방영한 ‘대국굴기(大國<5D1B>起)’에 열광했다. 네덜란드·영국·미국 등 슈퍼파워의 역사를 조명한 다큐멘터리였다. TV 앞 중국인들은 ‘그럼, 미국 다음은 중국?’이라는 생각에 흥분했다. 2010년 이 방송사의 또 다른 다큐멘터리 ‘화폐 전쟁의 역사’가 주목을 끌었다. 파운드에서 달러로의 ‘화폐 패권’ 이동을 다뤘고, 달러의 잠재 경쟁상대인 엔·유로·위안(元) 등을 분석했다. 시청자들은 ‘그럼, 달러 다음은 위안?’이라는 행복한 상상에 젖었다.

 『화폐전쟁, 진실과 미래』는 이 다큐멘터를 제작한 ‘경제30분’팀이 쓴 책이다. 국내에서도 소개된 송홍빙(宋鴻兵)의 『화폐전쟁』과는 여러 면에서 다르다. 송홍빙이 ‘음모론’적 시각에서 국제 금융질서를 봤다면 ‘경제30분’팀은 감정적 충동을 겉어내고 화폐 전쟁의 본질을 냉철하게 분석했다.

 발톱은 숨겼다. 필진은 “복숭아나무와 오얏나무는 말이 없으나, 꽃과 열매가 사람을 그 아래로 끌어들여 저절고 길을 만든다(桃李不言,下自成蹊)”라는 말로 분위기를 설명한다. 중국이 자발적으로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하지 않아도 시장이 그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자신감이다.

‘제2의 일본이 되어서도 안된다’고 했다. 1980년대 달러 패권에 도전했던 일본이 미국 자본의 공격으로 처참하게 깨졌고, 결국 ‘잃어버린 10년’으로 접어들어야 했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 과도하게 금융시장을 개방하거나, 위안화를 평가절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얘기다. 천천히, 조심조심 가자는 주장이다.

 그럼에도 위안화 국제화에 대한 욕망은 숨길 수 없었다. 장밍(張明) 중국사회과학원연구원은 필진과의 인터뷰에서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세계 100위권을 밑도는 나라의 화폐가 전세계적인 화폐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는 달러를 대체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지역 통화로 자리 잡는 것”이라고 했다. 우선 아시아 지역을 ‘위안화 블럭’으로 묶고 이를 확대해나가자는 뜻이다. “아시아에서 돌파구를 찾자. 달러·유로·위안화의 3각 정립 구도 형성이 시작이다”. 책이 제시한 위안화 국제화 방향이다.

 결론은 국력이다. 국력의 뒷받침없다면 화폐 국제화도 불가능하다는 게 역사의 교훈이기 때문이다. ‘시기가 올 때까지 힘을 쌓으며 기다리자’고도 했다. ‘도광양회(韜光養晦)’전술이다. 그들은 그렇게 21세기 화폐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한우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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