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반갑다 우시장 … 소값은 내렸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가축 이동 제한 해제로 8일 전국에서 처음으로 재개장된 문경 우시장은 이날 첫 전자경매에서 송아지 129마리가 출하돼 모두 팔렸다. [문경시 제공]


10일 오전 6시 전남 나주시 왕곡면 장산리의 나주 우시장. 육우 경매가 열린 이날 축산농민과 정육점·축협 직원 등 150여 명이 찾았다. 우시장이 문을 연 건 4개월여 만이다. 구제역 탓에 나주를 포함한 전남 지역 14개 우시장은 지난해 12월 1일 전면 폐쇄됐다. 나주축협 김대환씨는 “대부분 구제역 이후 소 판매가격이 어떻게 형성될지 보기 위해 나온 사람들”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우시장이 개장돼 반가워는 하지만 가격이 어떻게 형성될지 다들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32마리가 나온 이날 경매에선 모두 27마리가 거래됐다. 구제역 이전에 평균 100여 마리가 출하돼 70∼80마리가 팔렸던 것과 비교하면 거래실적이 3분의 1로 줄었다.

 가격도 하락했다. 12마리가 팔린 첫 경매에선 ㎏당 8200∼8300원에 거래됐다. 구제역 파동 이전과 비교하면 1000원이나 떨어졌다. 15마리가 팔린 재경매에선 ㎏당 7500∼7600원에 팔렸다.

 이보다 이틀 앞서 8일 문을 연 경북 문경시 산양면 존도리 문경 우시장도 비슷한 풍경이었다. 문경 우시장은 전국 가축시장 중 처음으로 재개장됐다. 송아지가 거래되는 우시장이다. 소독약을 뿌리는 시장 정문으로 소를 실은 트럭이 쉴 새 없이 들어갔다. 4개월여 만에 송아지 울음소리가 퍼지면서 경매가 시작됐다. 우시장에는 이날 송아지 129마리가 출하됐다. 우시장을 운영하는 문경축협은 신청이 들어온 300여 마리 중 출하가 시급한 송아지 농가만 이날 참여시켰다. 송명선(59) 축협조합장은 “출하시기를 놓쳐 어미보다 덩치가 크면서 젖을 빠는 송아지가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전자경매를 통해 이날 최고가는 10개월령 송아지가 291만원에 낙찰됐다. 평균은 245만원 선. 구제역이 발생하기 전과 비교하면 평균 50만원이 떨어졌다. 그래도 재개장하기 전 개인끼리 거래한 가격보다는 평균 20만원이 올랐다. 우시장에는 이날 500여 명이 모였다. 이들 중 절반은 시세를 지켜보기 위해 빈손으로 찾았다.

 농민들은 우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자 반기기는 했지만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구제역 파동기간 수입산의 시장 잠식이 늘어난 마당에 묶여 있던 소들이 한꺼번에 출하되면 가격 하락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한우 50여 마리를 사육하는 배동호(53·전남 나주시)씨는 “구제역으로 한우 소비가 대폭 감소했다”며 “9일 강진 우시장에서는 소가 거의 팔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농민 정경태(38·경북 문경시)씨는 “구제역이 그동안 너무 부정적으로 알려져 쇠고기를 먹지 않도록 만든 게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국의 우시장은 대부분 다음 주부터 차례로 다시 문을 연다. 대규모 축산농가는 구제역이 완전히 사라진 것도 아닌데 우시장 재개장이 너무 이른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송아지를 팔지 못해 어려움을 겪은 소규모 농가에는 분명 희소식이다. 하지만 송아지를 사려는 농가는 가격이 더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축협은 가족모임이 많은 5월 등이 되면 소값이 오를 것으로 기대했다.

문경·나주=송의호·유지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