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로부터의 E메일 - 김윤규

중앙일보

입력

오늘 아침 새해 첫 일출을 금강산에 올라서 맞았습니다. 그토록 그리던 남북통일이 된 지 벌써 15년이 넘었군요.

1998년 금강산 관광사업을 시작할 때 참 우여곡절도 많았지요. 그래서 그런지 아직도 금강산에만 서면 가슴이 설레입니다. 민족화해와 평화통일의 단초가 됐던 금강산 관광사업에 제 땀이 배어 있다는 생각에 지금도 흥분하곤 합니다. 현대가 금강산 관광사업을 시작할 당시 많은 사람들이 무모한 사업이라며 말들이 많았지요.

하지만 ''21세기 들어 세계에서 손꼽히는 관광지로 발전한 금강산을 바라보면 가슴이 뭉클합니다.

지구상에서 몇 곳 남지 않은 천연자연 관광지라서인지 ''요즘 금강산에는 연 1천만명의 외국 관광객들이 줄을 있고 있습니다. 스키장.골프장.호텔 등 금강산 주변 관광시설이 벌어들이는 수입이 30년 전 국내 전체 관광수입의 서너배란 얘기도 들었습니다.

뭐니뭐니 해도 가장 흐뭇할 때는 배가 아닌 부상 열차를 타고 금강산으로 수학여행을 오는 초등학교 학생들을 볼 때입니다. 왜 우리가 한 땅으로 이어진 곳에 배를 타고 들어가야 했을까요.

이제 닫혔던 길이 열리고 남북이 하나 된지 15년째이지만 분단된 채 살았던 시간들을 되새겨보면 씁쓸해집니다. 그때 우리가 조금만 서로 마음을 열었다면 이렇게 한 몸 되는 게 더욱 빨랐을텐데 말입니다.

내일 아침엔 백두산에 가렵니다. 통천에서 초고속 헬리콥터로 떠나면 10분밖에 걸리지 않으니 이 나이에도 무리는 아닙니다. 오는 길에는 완공 20주년을 맞은 서해안공단에 들를 예정입니다.

사실 한민족을 화해로 이끈 것은 금강산이지만 평화통일을 가져온 건 서해안 공단의 역할이 더 컸지요. 지난 2015년 서해안공단 입주업체의 수출액이 2백억달러를 기록했던 일이 생생하게 기억되는군요.

남북이 힘을 합치니 얼마나 신바람나게 일했습니까. 서해안공단이 없었더라면 우리가 G-10에 들어가는 일도 힘들었을 것입니다.

판문점 기념관에도 들를까 합니다. 이젠 관광지가 된 그곳에서 잠시 묵상이라도 하고 오렵니다.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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