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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 2000] 컴퓨터를 입는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10월 일본 IBM과 올림포스사는 ''입는 컴퓨터'' 를 선보였다.
그동안 이런 종류의 컴퓨터는 시제품으로 몇차례 선보인 적은 있지만 본격적인 시판제품은 IBM사가 최초라는 점에서 화제가 됐다.

이어 12월에는 미국 사이버넛사가 자체 개발한 입는 컴퓨터의 인터넷 판매를 시작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작게, 더 작게 변해온 컴퓨터가 드디어 옷 속으로 들어가게 된 것이다.

입는 컴퓨터의 구성을 살펴보면, 몸 곳곳에 작은 부품으로 나눠 휴대할 수 있게 돼 있다.
무게도 9㎏ 정도여서 무거운 편은 아니다.
또 펜티엄급 컴퓨터와 윈도를 운영체제로 사용하기 때문에 기존 소프트웨어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고, 음성인식은 기본이며 원한다면 키보드로도 입력이 가능하다.

모니터는 가격에 따라 성능에 큰 차이가 있다.
저가형 제품은 머리를 완전히 감싸는 헬멧 형태로 화면의 크기가 크지만 부피가 크고 시야를 가려 외부를 볼 수 없다는 게 단점이다.

고가형 제품은 반쪽 안경형태로 반투명 액정화면을 사용해 모니터의 내용과 외부 사물을 한꺼번에 볼 수 있어 걸어다니면서도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다.

현재 입는 컴퓨터의 가격은 최하 6백만원 정도로 큰 부담이 되지만 급속한 가격하락이 이뤄지는 컴퓨터의 특성을 감안할 때 올해는 입는 컴퓨터의 원년(元年) 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입는 컴퓨터는 과연 우리의 생활을 어떻게 바꿔 놓을까. 가방에서 꺼내 책상 혹은 무릎에 놓아야만 사용할 수 있는 노트북에 비해 이 컴퓨터의 편리함은 차원을 달리한다.

우선 선박.항공기.군사용 장비 등의 정비분야에 일대 전환점이 될 것이다.

수만여 페이지에 달하는 정비지침 등 관련자료들이 눈앞에 설치돼 있는 모니터에 뜨기 때문에 작업을 중단하고 이를 일일이 찾아야 했던 수고를 덜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현장 취재.속보전송에 애쓰는 언론계는 물론이고, 군대와 의료계.금융계 역시 입는 컴퓨터의 혜택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게임.테크노 음악에 심취한 N세대에게도 멋진 도구로 자리하게 될 것이라는 점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도구는 생활과 문화를 바꾼다.
새 천년이 시작되는 이 때 이동전화 못지 않은 큰 변화를 가져올 입는 컴퓨터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를 한 번쯤 상상해보는 것도 색다르면서 신나는 일이 되지 않을까. ''

곽동수 컴퓨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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