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이 스토리2>와 <스튜어트 리틀>,컴퓨터의 따스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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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 천년이 가고 새 천년이 다가오고 있다. 한달 전쯤만 해도 "매일매일이 단 한번밖에 존재하지 않는 날들인데 2000년이라고 뭐 그렇게 다르겠냐"는 마음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요즘 가만 생각해보니까 우리 세대가 정말 대단한 일을 겪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도 사회의 중심부에서. Y2K라는 복병 때문에 사방이 비상에 걸려 있고(그래서 새 천년을 집이 아닌 회사 사무실에서 맞이하는 사람들이 유난히 많다), 요즘처럼 미디어가 발달한 때도 일찍이 없었으니 전세계적으로 '전환의 순간'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도 대단한 경험인 듯하다. 다만 너무 호들갑 떨지 말고 조용하고 차분하게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으면 한다. (난 오늘밤 가족과 함께 조촐한 상을 차려놓고 TV로 생중계되는 전세계 천년맞이 행사들과 보신각 타종을 지켜보면서 새해의 소망을 빌 계획이다)

살아갈수록, 그러니까 나이를 먹어갈수록 주변이 편해야 나도 편하다는 생각이 든다. 모두가 행복한 사회는 이상에 불과하겠지만 그래도 대다수가 행복한 사회가 되었으면 하고 진정으로 바랜다. 우리 어머니는 불교신자시기 때문에 같이 여행을 가면 늘 절에 들르신다. 그러면 옆에서 같이 절을 하기도 하는데 요즘엔 나도 모르게 "나라를 편하게 해달라"고 소원을 빈다. 이런 얘기를 하면 "무슨 호국불교냐"고 놀리는 친구들이 있지만 주변이 편해야 나도 편하다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니 인간의 '이기적'인 본성에서 크게 이탈하는 것은 아니다.

영화와 상관없는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사실은 영화이야기를 하려다보니 그렇게 됐다. 이미 개봉해서 인기를 얻고 있는 <토이 스토리2>와 8일 개봉할 <스튜어트 리틀>이다. 두 작품은 모두 날로 발전하는 컴퓨터기술의 개가로 탄성을 자아내게 하면서 미래의 영화를 상상하게 만든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토이 스토리2>는 4년 전의 <토이 스토리>와 마찬가지의 기발한 시나리오와 신나는 재미, 그리고 감동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캐릭터들의 움직임과 화면의 느낌이 더욱 자연스럽고 따스해지는 진보를 보여준다. <토이 스토리>는 무척 재미있었지만 화면이 어딘지 모르게 금속적인 차가움을 주었었는데 이번 2편은 그런 점이 깨끗하게 사라졌다. <스튜어트 리틀>은 순전히 컴퓨터로 창조해낸 쥐가 너무나 생생하고 자연스러워서 같이 등장하는 고양이들(이들은 실제 동물들이 연기했다)도 컴퓨터 캐릭터들이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였다. <쥬만지><쥬라기공원><스타워즈> 등에서도 컴퓨터 캐릭터들이 등장했지만 다들 미끈미끈한 피부를 지닌 동물에 머무른데 반해 <스튜어트 리틀>은 처음으로 피부 표면이 털로 덮힌 동물을 만들어냈고, 털 하나하나의 표현과 느낌이 매우 자연스럽다는 점이 놀라웠다. <스튜어트 리틀>을 보면서 정말 배우도 '얼굴'만 제공하고 디지털기술에 의해 연기하는 날이 다가오고 있다는 실감이 들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토이 스토리2>와 <스튜어트 리틀>이 날 감탄시킨 것은 스토리의 힘이다. 특히 <토이 스토리2>는 <토이 스토리> 때와 마찬가지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좋아할 수 있는 흥미와 재미 외에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남의 입장을 돌아보게 한다는 점이 좋았다. 1편에서는 새로운 로봇 인형의 등장으로 버림받은 '낡은' 카우보이 인형의 아픔이 아이들로 하여금 내팽겨둔 채 잊어버린 낡은 물건들을 생각하게 만들었고, 1편과 전혀 다른 스토리로 다시 한번 기발한 시나리오로 감탄을 자아낸 <토이 스토리2>도 역시 버림받은 약자들(아이들의 손길을 잃은 채 박물관에 전시될 운명에 처한 서부극 인형들)에게 눈을 돌리게 만든다는 점이 무엇보다도 좋았다.

<식스 센스>를 연출한 M. 나이트 샤말란이 동화를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쓴 <스튜어트 리틀> 역시 '함께 놀 남동생을 원하는' 9살 소년 조지에게 부모가 쥐를 동생으로 입양을 했다는 아이디어가 기발했고, 형과 특히 고양이에게 환영받지 못해 고민하는 스튜어트를 통해 약자와 부적응자에 대한 배려, 그리고 양보와 화해가 주는 따스함을 느끼게 해주어 좋았다. 스튜어트는 고양이들을 포함한 실제 연기자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렸고, 마치 우디 앨런을 연상시키는 듯한 모습이 동정심을 가지게 만드는 사랑스런 캐릭터다.

<토이 스토리2>와 <리틀 스튜어트>, 차가운 기계(컴퓨터)가 따스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는 점이 미래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추신: 새로운 천년이 밝으면 우리 모두 남을 배려하는 따스함을 나눕시다. 남에게 절대로 피해를 주지 않는 것, 그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이니까요. 그리고 '거짓말'도 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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