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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렬 “대통령 인사, 쓴소리 많아” 이원종 “여당, MB에게 부담 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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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전·현직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이 8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오찬 회동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맹형규· 최병렬·주돈식·이원종·손주환 전 정무수석, 정진석 정무수석, 박형준 청와대 사회특보. 여러 정부에서 일했던 정무수석들이 이처럼 모인 건 처음이다. [안성식 기자]<사진크게보기>


최병렬·손주환·주돈식·이원종·맹형규·박형준. 이들은 모두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냈다. 정무수석은 대통령 참모 중의 참모다. 정무적으로 처리해야 할 일이 워낙 많은 데다 정무수석의 판단이 옳고 그르냐에 따라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평가가 달라진다. 노태우 정부 이래 정무수석을 지낸 이들이 8일 한자리에 모였다. 정진석 현 정무수석 초청으로 오찬을 함께했다.

 손주환 전 수석이 먼저 정 수석에게 “정무수석은 원래 욕먹는 자리”라고 말했다 한다. 그는 노태우 정부 후반기에 정무수석을 했었다. 이에 정 수석은 “저도 지금 실컷 욕을 먹고 있다”고 했다 한다.

 김영삼(YS) 대통령의 상도동 가신(家臣) 출신인 이원종 전 수석은 “정무수석은 이명박 정부가 끝나면 어떤 평가를 받을지에 대해 늘 고민해야 하는 자리”라며 정 수석이 중책을 맡고 있음을 새삼 강조했다고 한다. 다음은 참석자들의 대화 내용.

 ▶최병렬 전 수석=이명박 대통령이 참모들의 얘기를 경청하고 있는가.

 ▶정 수석=늘 귀를 열고 계시다. 외부에 소통 부족으로 알려진 건 잘못된 거다. 대통령은 늘 민심의 한복판에서 서서 고민을 한다. 대통령이 그렇지 않은 것처럼 알려진 건 홍보 부족 때문임을 절감한다.

 ▶최 전 수석=성당에 가 보면 대통령의 인사 문제에 대해 쓴소리를 많이 한다. 대통령은 민심을 살펴야 한다. 가까이에 있는 사람만 쓰지 말고 인사의 시야를 넓혀야 한다.

 ▶이원종 전 수석=한나라당이 매우 위중한 상황이다. 각자도생의 길을 가는 형국 아니냐. 당이 잘못 생각하고 있다. 정권 재창출의 주체는 당이지 대통령이 아니다. 당이 대통령만 쳐다봐선 안 된다. 정국 현안 관리도 당이 해야 하는 것인데 당이 오히려 대통령에게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렇게 해선 정권 재창출 가능성이 희박하다.

 ▶손주환 전 수석=내가 정무수석을 할 당시에 노태우 대통령은 다수계인 민정계를 달래 가면서 김영삼 전 대통령을 어떻게 띄워 줄까 고민했다. 계파 조율을 잘하는 게 정무수석의 가장 중요한 임무다.

 언론인 출신인 손주환·주돈식 전 수석은 “해외공관에서 공보공사를 없앴는데 그 나라 언론을 상대할 사람이 없어진 셈”이라며 “국가 홍보에 큰 구멍이 생긴 것”이란 지적도 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이 동남권 신공항 사업을 백지화한 것과 관련해 이원종 전 수석은 “내가 강원도(삼척) 출신이지만 양양공항이 대표적인 국책사업 실패 사례”라며 “백지화는 잘한 결론”이라고 했다.

 현 정부에서 정무수석을 지낸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과 박형준 대통령 사회특보는 주로 듣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각각 정무수석을 지낸 민주당 소속의 이강래 의원과 유인태 전 의원은 개인 사정을 이유로 불참했다.

글=고정애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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