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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엔 별 넷 공참총장이 별 셋 미 장성 지휘 받다니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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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박종헌 공군참모총장이 7일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정책설명회에서 ‘307 국방개혁’의 보완 필요성을 언급한 것을 두고 군 내부에서 박 총장이 작심하고 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박 총장의 언급은 그동안 이한호 전 공군참모총장 등 예비역 장성들이 해온 지적과 사실상 동일한 내용이다. 군 관계자는 “박 총장이 톤은 낮췄지만 군 개혁과 관련한 공군 입장에 대해 할 말은 다한 것”이라고 말했다.


307계획의 상부 지휘구조 개편에 대한 현역 및 예비역 장성들의 반발에 대해 청와대가 “항명(抗命)으로 간주하겠다”는 언급을 한 이후 군 내 언로(言路)는 사실상 막혔다는 게 정설이다. 일각에선 이런 분위기를 감안해 공군의 최고 수장이 공식적인 자리를 빌려 담담하게 설명하는 형식을 취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박 총장의 언급이 알려진 뒤 청와대는 말을 아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알아서 할 것이라는 분위기만 내비쳤다. 그러면서도 “공군의 얘기는 이미 다 개혁안을 짤 때 나온 얘기”라고 했다. 박 총장은 지난달 7일 김관진 장관과 군 수뇌부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307계획’을 브리핑할 때도 “공군의 특성상 총장이 군령권을 갖는 것은 무리”라는 얘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이미 예비역 장성들로부터 여러 번 들었던 얘기다. 계획안대로 충실히 개혁을 추진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김성찬 해군참모총장도 이 대통령에게 상부 지휘구조 개편과 관련한 ‘수정 건의’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상기 육군참모총장만 ‘안대로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한다.

 박 총장은 이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기각’된 안을 이날 다시 언론에 언급한 것이다. 그가 밝힌 ‘보완할 필요’가 있는 핵심 사항은 공군참모총장이 군령권까지 가지면 지휘 부담이 과다하다는 것이다. 공군본부와 작전사령부를 통합하지 말고 별개로 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군 작전이 10~15분이면 끝나는 특성상 총장이 군령권을 갖게 되면 24시간 상황실 주위에서 대기해야 하는 만큼 대민 업무나 군사 외교 등의 군정 업무를 동시에 맡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또 하나 박 총장이 지적한 것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이후 공군 작전과 관련한 한·미 연합지휘체계 문제다. 한·미는 2015년 전작권이 한국군에 전환되더라도 전시에는 현재처럼 오산에 있는 미 7공군사령관(중장)이 한·미 연합군을 지휘하도록 합의해 두었다. 해·공군과 달리 미군의 정찰자산과 폭격기 등 항공기 2000여 대가 증원 전력으로 전개되는 계획을 반영한 조치였다. 따라서 공군총장(대장)이 작전사령관을 겸임하면 미군 중장의 지휘통제를 받게 된다. 국방부는 이에 대해 평시는 공군총장이 미 7공군사령관의 지원을 받으며 작전을 지휘하고, 전시에는 공군 작전본부장(중장)이 7공군사령관의 지휘를 받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방안에 대해 공군 측은 “효율적으로 하자는 개혁인데, 전시·평시로 나눠지는 불합리와 비효율성은 어떻게 설명하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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