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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 비자금 수사 ‘16억 짜리 그림’까지 얽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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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

오리온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실 게임’으로 번지고 있다.

 서미갤러리 홍송원 대표, 중견 가수의 부인인 시행업자 박모씨, 오리온그룹 고위임원 조모씨 등 이번 사건에 연루된 핵심 3인의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면서다.

 이번 의혹의 진원지로 알려진 시행업자 박씨는 이미 검찰 조사를 받았다. 박씨는 검찰에서 2006년 7월 서울 청담동 마크힐스 시행사인 이브이앤에이가 서미갤러리로 송금한 40억6000만원에 대해 “서미갤러리 것으로 위장한 오리온 측의 비자금으로 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검찰은 박씨의 진술과 지난달 22일 오리온그룹과 계열사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수사를 진행해 왔다.

영국 미술가 대미언 허스트의 ‘닷 페인팅’(Dot painting) 시리즈 중 ‘Polypectate Sodium’(2004년). 가격은 약 147만 달러(약 16억원)다. 서미갤러리 홍송원 대표는 이 시리즈 중 한 작품을 시행업자 박모씨에게 16억원에 팔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미갤러리의 홍송원(58) 대표는 이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오히려 “이번 사건의 원인은 채무 부담에 쫓긴 박씨가 만들어 낸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7일 오후부터 자정까지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에 소환돼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였다. 한 수사 관계자는 “홍 대표가 작심한 듯 박씨의 행태를 비난했다”며 “본격적인 반격에 나선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홍 대표는 이날 40억6000만원의 성격에 대해 “16억여원은 박씨 측 시행사에 작가 대미언 허스트의 작품을 팔고 받은 대금이며, 나머지 약 24억원은 과거 박씨 측에 빌려 줬던 돈을 돌려받은 것”이라고 했다.

 홍 대표의 이런 주장은 오리온 임원 조씨 측 주장과 비슷하다. 조씨 측은 “40억6000만원은 박씨가 청담동 마크힐스 사업 대가로 받은 돈”이라는 입장이다.

 홍 대표는 “박씨의 방만한 돈 관계 때문에 이번 사건이 벌어졌다”고도 했다.

 박씨가 무리한 대출을 받아 벌인 서울 흑석동 마크힐스 빌라 사업이 미분양으로 자금난을 겪으면서 오리온 측과 사이가 틀어졌고, 이 때문에 오리온에 대한 거짓 제보를 국세청과 검찰에 했다는 것이다.



 홍 대표는 구체적인 사례도 들었다고 한다. 박씨가 홍 대표와 오리온 임원 조씨를 상대로 낸 앤디 워홀의 작품 ‘플라워’에 대한 반환 청구소송이다. 이 소송은 조씨와 홍 대표에 대한 박씨의 금전 관계 정리 과정에서 불거졌다.

 그는 또 “국내에선 박씨 사업이 잘된 것이 없는데 남편인 가수 최모씨를 비롯한 가족들은 미국 LA 등지의 호화 저택에서 살고 있다”며 그 자금의 출처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 사람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검찰은 누구 말이 맞는지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조만간 오리온 담철곤 회장 일가의 측근으로 알려진 조씨를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16억원짜리 그림 ‘닷 페인팅’=홍 대표가 박씨에게 팔았다고 진술한 16억원짜리 그림은 영국 미술가 대미언 허스트(46)의 작품 ‘닷 페인팅(Dot painting)’으로 확인됐다. 아편·모르핀·LSD 등 마약 성분이 함유된 알약을 상징하는 점의 나열을 그린 시리즈물이다. 의학에 의지한 채 죽음의 두려움을 피하려는 인간의 약한 속성을 꼬집는 작품으로 풀이된다. 허스트는 1988년 이후 약 50점 이상의 닷 페인팅을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크리스티 경매 등에서 작품당 16억~26억원 선에 거래된다.

  최선욱·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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