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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전문가들에게 오늘도 당신은 속았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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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거짓말을 파는 스페셜리스트
데이비드 프리드먼 지음
안종희 옮김, 비즈니스맵
412쪽, 1만5000원

안데르센 동화 ‘발가벗은 거짓말’을 떠올리게 하는 책이다. 우리가 평소 의아하게 생각하던 사실, 전문가들이 모두 항상 바른 말만 하는 것은 아니란 사실을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자, 먼저 책에 든 시례를 소개한다.

 비만의 원인과 결과에는 3000가지의 요인이 얽혀 있다. 그런데 자격증도 없는 연예인, 헬스 강사, 의사 등 자칭 전문가들이 이 중 한두 가지에 초점을 맞춰 일년에 수십 권씩 온갖 ‘효과적인’ 다이어트법을 다룬 책을 쏟아낸다. 과학적 관리법을 개발해 경영학의 비조(鼻祖)가 된 프레데릭 테일러. 그는 쇳덩어리 하나 옮기는 데도 효율적인 방법이 있다고 해서 한때 세상을 풍미했지만 그 효과가 일시적이어서 테일러 시스템은 불과 2년 만에 그가 아이디어를 개발했던 제철공장에서도 폐기됐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오즈의 마법사 효과’ 탓이 크다. 우리는 부모, 선생님 등 세상에는 우리보다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 있으며 그들의 말은 무엇이든 옳기 때문에 받아들여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탓이 크다. 여기에 전문가들은 문제를 단순화하거나 만병통치 처방을 강조하는 등 솔깃한 제안을 할 줄 안다. 또 자신의 의도에 맞는 자료만 선택해 결론을 뽑아내거나 의사들이 제약회사의 부추김에 불필요한 진료를 권하듯이 편견과 부패의 유혹에 넘어가기도 한다. 또한 ‘획기적이고 유용한 결론’을 소개하는 데 급급해 제대로 검증 않고 호들갑을 떠는 언론의 책임도 있다.

 그 결과 의사들은 6번에 1번 꼴로 오진을 하고(미국 사례다) 권위 있는 과학전문지에 실린 논문의 절반 이상이 오류로 판명되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전문가들에게 속지 않을 수 있을까.

 폭넓은 효과를 약속하고 짧고 듣기 좋은 문구로 표현된 전문가 조언은 의심하란다. 잘못된 측정, 나쁜 분석의 결과일 가능성이 높아서다. 연구 결과에 따라 이익에 영향을 받는 기업이나 산업단체에서 연구자금을 지원받은 경우는 특히 왜곡된 조언일 경우가 많으니 조심하란다. 예를 들면 석유회사의 후원을 받는 학자가 펴는 지구온난화 허구설이 그런 예다. 요컨대 단순하고, 보편적이며 확정적인 전문가 조언을 경계하라는 것이다.

김성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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