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2천5백만원·월세 1백30만원, 심사 거쳐 입점해도 프리미엄 3천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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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패션타운에 대한 궁금증은 날로 커져가지만 수없이 팔려나가는 상품 너머의 얘기들은 쉽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 거대한 상인 공동체에 한발 디뎌보기 전에는 실제 매출액, 상가 임대료나 권리금 등 ‘몸통’은 그들만의 비밀이다.

도매상권에선 하루 번 돈 세는 데만 2시간

‘한국의 실리콘 밸리’, ‘패션특구’, ‘비즈니스특구’, ‘잠들지 않는 패션왕국’…. 젊은 상인들이 저마다 성공 신화를 꿈꾸며 모여들고 있는 동대문 패션 타운을 요즘 일컫는 말이다. 많은 환전소를 비롯해 영어·일어·중국어 안내 방송이 동대문 운동장 앞 도로까지 울려나오는 저녁시간이 되면 국제적인 관광·쇼핑 명소로도 자리잡았음을 실감할 수 있다.

그만큼 이곳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은 늘어갈 수밖에 없다. 임대료와 권리금 등 부동산 값이 얼마나 하는지, 돈만 있다고 아무나 장사할 수는 없다는데 어떤 과정을 거쳐야 입점할 수 있는지 젊은 사업가 지망생들은 궁금하기만 하다. 하지만 속시원하게 알려 주는 곳을 찾기는 어렵다.

동대문 패션 타운을 알려면 우선 상인 공동체를 이해해야 한다. 건물 외관이나 마케팅은 백화점식 원스톱 쇼핑을 지향하고 있지만, 실제로 이곳을 움직이는 개개의 세포들은 거대한 상인 공동체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출발부터 남대문·동대문시장의 베테랑 상인들이 개발을 주도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특히 상인들은 자신의 내부 사정을 드러내놓기 꺼려하는 배타적인 속성이 강하다. 단순히 장사가 잘 되는지 안 되는지부터 매출이 얼마나 되는지, 어떤 노하우를 갖고 있는지, 주요 거래처는 어디인지, 점포세는 얼마나 되는지 자신들의 이해와 직접 관련이 없으면 입을 굳게 다문다.

일반적으로 임대료나 권리금 등 부동산 값은 해당 건물의 수익성, 즉 매출 규모에 비례한다. 따라서 디자이너 클럽, 팀204, 아트프라자 등 동쪽의 도매상권과 두산타워, 밀리오레, 프레야타운 등 서쪽의 소매상권의 임대료·권리금 차이는 클 수밖에 없다. 기본적인 매출 규모가 하늘과 땅 차이기 때문. 도매상권은 하루 1천만원 매출은 기본이고 소매상권은 잘되는 곳이 하루 3백만∼4백만원 수준이다. 도매상권에서는 하루 매출이 1만원짜리로 라면 상자에 가득 차 돈 세는 데만 2시간이 족히 걸리는 일이 가끔 목격된다.

도매상권은 임대료 외에 대개 1억원 이상의 권리금이 붙어 있다. 어떤 상가의 구석 코너는 동대문시장의 주요 위치에서 모두 보이는 데다 디스플레이할 공간이 있다는 이유로 최근 10억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하지만 도매상권에선 자기 공장이나 하청을 통해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하고, 사업가로서의 풍부한 노하우가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어 소매상권보다 진입하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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