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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뷰 ]선진국은 번영, 후진국은 갈수록 가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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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공무원으로 19세기 인도에 파견된 앨런 O. 흄은 식민지 행정관들의 시각이 인도의 전통적인 사회·경제 상황과 동떨어졌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그는 특히 인도 계급제도의 불공평성에 경악했다. 1885년 인도 국민회의(Indian National Congress)
를 창설한 그는 "막대한 부를 구가하는 사람들과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바로 곁에서 나란히 살면 대참사가 생기게 마련"이라고 경고했다.

간디와 네루 같은 초기 지도자들도 흄의 경고에 동의했다. 독립국가 인도를 세운 이들 지도자는 식민지가 자치권을 획득해야만 지속가능한 경제·사회 문제의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대중지향적인 정책을 낳는 것이 바로 '자유'라고 판단했다. 그 신념은 결국 아시아·아프리카·남미 등지의 지도자들을 자극, 1940년대에서 1960년대 사이 약 1백30개의 독립국가가 등장했다.

그러나 정치적 자유는 세계 대다수 사람들에게 더 나은 삶을 가져다주지 못했다. 흄이 자신의 고민을 밝힌지 1백 년 이상이 지났지만 대다수 개도국은 여전히 극심한 경제·사회적 탈구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새 천년의 여명이 밝아오면서 불행의 세계적인 불균형은 흄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극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60억 세계 인구중 20억이 하루 1달러 이하로 생활하고 있다. 선진국들은 번영을 구가하고 있는 가운데 점점 더 많은 국가의 사람들은 세계화의 혜택에서 제외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그동안의 세월이 전통적 계급사회에서 빈곤의 세계로 옮겨가는 전환기였을 뿐이다.

물론 외국 원조와 현지 자금조달을 통한 개발 투자가 전적으로 실패한 것은 아니다(지난 50년 동안 선진국들은 개도국에 1조 달러 이상을 지원했다)
. 그에 따른 식량생산 증가로 기아의 우려가 줄어들었고, 더 많은 사람이 백신과 1차 진료를 받게 됨에 따라 사망률이 낮아졌으며, 유아·산모 사망률과 문맹률도 크게 감소했다. 그러나 그런 진보는 자본과 기술의 흐름이나 자치 정부 수립에 따라 생겨난 희망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미국 뉴욕大의 랠프 불티엔스는 "세계화의 번영은 순전히 경제적인 요소만으로 지탱될 수 없다. 현재 필요한 것은 세계화의 새로운 역동성이다. 그것은 바로 세계화를 이끄는 힘과 빈곤국의 개혁인사들 사이의 새로운 계약을 말한다"고 말했다.

이 '새로운 계약'의 구성요소는 무엇인가. 제3세계의 경제·사회적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궁극적으로 모든 의미있는 진보는 지방 차원에서만 이뤄질 수 있다.

통치제도의 확립: 독립국가 인도에 대한 네루의 획기적인 기여는 마을 공회·지방 법원 등 지방통치기관과 의회 기관을 강화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는 점이다. 더 많은 개도국들에 그런 제도가 확립돼야 한다. 아울러 지방 기관들의 활동을 도울 수 있는 자금과 기술을 보유한 국제단체의 도움이 바람직하다.

▶ 지방의 지도력: 역사학자 아서 M. 슐레진저는 60년 전만 해도 세계의 민주국가가 12개국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지금은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선거가 치러지는 국가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개도국에는 젊은 지도자가 부족하다. 그들은 부패 만연으로 공직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따라서 구미의 대학·업계·연구소들은 개도국의 차세대 지도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더 많이 고안해야 한다. 훈련 프로그램과 국제 지원 시스템은 그들의 공직 참여를 재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다.

▶ 여성 교육: 네루는 여성들을 교육함으로써 한 국가는 "경제 및 사회를 근본적으로 개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받은 여성이 결혼을 미루며, 아이를 적게 갖고, 경제 생산성에 크게 기여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은 오래 전부터 입증된 사실이다. 그러나 여성 교육에 대해 탁상공론 이상의 조치를 취하는 개도국은 많지 많다. 그들에게는 여성의 교육·취업 기회를 촉진하는 프로그램에서 구미 교육기관과 국제 원조기관의 후원이 필요하다.

▶ 새로운 동반자 관계: 미국에서만 다음 50년에 걸쳐 10조 달러 규모의 부가 새 세대로 양도될 것이다. 그에 따라 민간 자선단체가 활성화될 것이다. 자선재단들은 개인 창업을 장려하는 프로그램을 고안할 필요가 있다. 비정부기구도 시위대 이상의 역할을 해야 한다.

모든 문명권에서 2000년을 새 천년대로 간주하지는 않는다. 불교권·유교권·힌두권·유대권·이슬람권은 각기 다른 달력을 사용한다. 그렇다고 해도 새 해는 널리 사용되는 그레고리우스歷에 나타난 하나의 표시 이상이 될 수 있다.

인도의 노벨상 수상 시인 타고르가 말한 '평화와 번영의 만조(滿潮)
'를 일으킬 절호의 기회가 바로 지금이다. 그런 범세계적 비전은 최근 역사에서 교훈을 배우는 동시에 구태의연한 관습을 떨쳐야만 실현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새 천년은 집단적인 실패가 이어지는 또다른 천년대가 되고 말 것이다.

Pranay Gupte 객원 칼럼니스트
뉴스위크한국판(http://nwk.joongang.co.kr) 제 410호 1999.12.29/20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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