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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E 교과서 속 이야기 신문에도 있네요] 지각 변동과 판 구조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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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면

지난달 11일 일본 동부 해안에 거대한 쓰나미가 밀어닥쳤다. 그 지역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집도 사람도 모두 바닷물에 떠내려갔다. 폐허만 남은 지 한 달째다. 바닷속에서 규모 9.0의 지진이 발생한 게 원인이다. 지진 발생 이유는 아직도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판 구조론과 탄성 반발설이 가장 신빙성 있는 학설로 꼽히고 있다. 지진이 일어나는 이유를 과학 교과를 통해 알아보고, 지진과 같은 재해가 발생했을 때 인간의 생활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사회 교과로 살펴보자.

중1-1 과학(미래엔) 8단원 지각 변동과 판 구조론 (2)지각 변동
중1-1 사회(지학사) 3단원 다양한 지형과 주민 생활 (3)지진과 화산 활동

이와 같은 사례를 찾아 NIE 지면에 실었습니다.

“일본이 지진으로 난리 났잖아요. 우리나라는 괜찮은 건가요?”(정인우)

“영화 ‘해운대’처럼 동해에서 쓰나미가 밀려오는 건 아닌지 무서워요.”(최소원)

 지난달 28일 서울 건대부중 3학년 과학반 학생들이 박권태(과학) 교사에게 일본 쓰나미에 대한 질문을 쏟아부었다. 일본 동해에서 밀어닥친 쓰나미로 일본 동북부 지역이 초토화된 걸 본 뒤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없는지 염려가 됐던 것이다. 박 교사는 “우리나라는 거리상으로는 일본과 가깝지만, 지진 등 자연 재해와는 무관하다”며 “지구를 구성하고 있는 판 구조를 따져보면 쉽게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지진의 메커니즘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간단한 실험도 함께 진행했다.

박형수 기자

실험으로 알아보는 지진의 발생 원리

기름과 잉크로 맨틀의 대류 모습 확인

서울 건대부중 박권태(왼쪽에서 세번째) 교사가 3·11 동일본 대지진의 진앙지를 고무 찰흙으로 만든 판 모형에 표시하고 있다. [김진원 기자]

박 교사는 “3월 11일에 발생한 일본 대지진은 판의 운동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판은 지구 표면에 있는 암석권을 이르는 말이다. 지구 표면은 7개의 큰 판과 12개의 작은 판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이 이동하면서 부딪치고 밀리고 포개지는 과정을 판 운동이라 하며, 이를 통해 판이 매년 수㎝씩 지표 아래에 있는 맨틀 위를 이동한다. 지진은 판과 판이 만나는 경계면에서 갑작스러운 미끄러짐 등으로 평소 운동 속도보다 빠르게 움직일 때 발생하게 된다.

판의 운동원리는 대류현상이다. 박 교사는 맨틀의 대류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유리 냄비에 기름을 붓고 스포이트로 검정색 잉크를 몇 방울 떨어뜨렸다. 휴대용 가스레인지로 기름을 끓이자 냄비 바닥에 가라앉아 있던 검정색 잉크 방울이 기름 표면으로 떠오르더니 양쪽으로 원 모양을 그리며 돌기 시작했다. “지구 내부로 갈수록 온도가 높고, 지표면 온도는 낮아요. 그 사이에 위치한 맨틀은 위아래의 온도 차에 의해 대류현상을 일으키며 순환을 하죠. 맨틀 위에 위치한 판들은 맨틀의 대류에 영향을 받아 움직이고, 이것이 지표면에서 지진과 화산 활동으로 나타납니다.”

정군은 “모든 판이 움직이고 있다면, 세계에서 지진이 고르게 일어나야 할 것 같은데 왜 일본처럼 특정한 지역에서만 유독 자주 지진이 발생하냐”고 물었다. 박 교사는 “일본은 무려 4개의 판이 만나는 경계에 위치하고 있어 지진이 일어나기 쉽다”며 “세계 지진의 15%가 일본 열도에서 일어날 정도”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거대한 유라시아판의 안쪽에 위치해 지진과 화산 운동이 일어나는 판의 경계와는 거리가 멀다”고 덧붙였다.

고무 찰흙으로 유라시아판·태평양판 제작

우리나라와 일본의 차이점을 명확히 보여주기 위해 고무 찰흙을 활용해 판의 모습을 실제로 만들어봤다. 일본 아래에서 부딪치는 유라시아판과 태평양판을 표현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일본 아래 위치한 유라시아판은 대륙판이다. 지각과 같은 색깔인 노란색 찰흙으로 표시했다. 분홍색으로 표시한 태평양판은 대륙판이 아닌 해양판이다. 박 교사는 “해양판의 표면은 물기를 많이 머금고 있어 매우 무르다”며 “일본 바로 아래에서 딱딱한 유라시아판 밑으로 해양판이 밀려 들어가는 섭입형 경계면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일본 지진도 유라시아판과 태평양판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일어났다. 박 교사는 “쓰나미가 일어난 것도 태평양판이 유라시아판 밑으로 파고들면서 유라시아판 일부가 솟아올라 바닷물을 밀어 올렸기 때문”이라며 모형에서 지진이 발생한 진앙과 진원, 쓰나미 발생 지점을 하나하나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설명했다.

백두진군은 “우리나라가 지진에서 안전하다고 해도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안 됐는데, 모형을 만들어보니 우리나라 쪽으로 올수록 섭입형 경계면이 깊어져 진앙도 멀어지고 피해가 적다는 게 확실히 이해된다”고 말했다. 최양도 “판의 개념을 정확히 몰라 무작정 암기만 했었는데 실험으로 확인하니 원리가 이해된다”며 웃었다.

중앙일보 기사로 더 생각해 보세요

지진 참사의 구체적인 모습 알기

우리나라는 지진 피해에서 비교적 안전한 지역에 위치해 있다. 대다수 국민이 지진의 위험성에 대해 둔감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규모 6.0 이상 강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한다. 신문에는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지진 참사의 내용이 생생한 사진, 구체적인 도표 등과 함께 실려 있다. 칠레나 일본 등 인간의 노력과 준비로 재난 피해를 최소화한 나라와 아이티(사진)처럼 지진 대비가 전무해 아직도 고통을 겪고 있는 현장을 조명해준다. 이런 실제 사례를 통해 지진의 위험성, 재난 대비의 중요성 등에 대해 미리 알고 우리나라에 맞는 대처법을 연구해본다.

관계기사

●2010년 4월 15일자 8면 “집·학교 수천 채 붕괴” 티베트 대재앙
●2010년 1월 24일자 중앙SUNDAY 18~19면 땅은 갈라졌지만 희망의 길은 남아있다
●2010년 1월 20일자 12면 숫자로 본 아이티 지진
●2010년 1월 20일자 14면 약탈·악취·죽음의 땅 탈출 행렬

자연 재해로 인한 사회 변화

자연 재해는 사회 시스템의 변화를 일으키는 계기가 된다. 재해의 원인과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의 과정에서 기존 질서의 문제점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일본 지진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저명한 언론인·저술가인 후나바시 요이치(67)는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지진은 일본의 취약점을 만천하에 드러냈다”고 강조했다. 일본이 안고 있는 노령화, 원자력 의존, 지역 소외 문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말이다. 기존 질서에만 의존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해내지 못하는 일본 젊은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틀에 박힌 사고방식에 얽매여 유연하고 창조적인 사고를 하지 못해 지진 피해가 더 커졌다는 말이다. 기존 질서에서 ‘뉴 노멀(새로운 기준)’로 진화할 때 자연 재해라는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만들 수 있다는 조언이다.

관계기사

●2011년 3월 28일자 E12면 지구촌 대재앙, 선진국엔 ‘쓴약’ 후진국엔 ‘맹독’
●2011년 3월 25일자 35면 ‘뉴 노멀’이 절실한 일본
●2011년 3월 20일자 1면 “지금의 재앙, 일본 운명 가를 분수령”

진정한 구호란

지진 피해는 막대한 인명과 재산 손실로 이어진다. 피해자들은 순식간에 쑥대밭으로 변한 삶의 터전을 보며 망연자실하게 마련이다. 이들을 돕기 위해 세계에서 구호의 손길을 뻗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도움을 주기 전에 생각해볼 일이 있다. 피해 지역 주민에게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말이다. 지난해 세계인을 놀라게 한 강진으로 아이티는 지금까지 극심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1년간 1700명 이상이 콜레라로 목숨을 잃었다. 일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도 40여만 명이 이 병에 걸리게 될 것이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이들에게 가장 절실한 도움의 손길은 콜레라 환자를 치료해줄 훌륭한 의료진 파견과 위생 처리 시설이라고 말한다. 도움을 받는 이를 배려해야 진정한 구호가 이뤄질 수 있다. 일본 지진 피해자들에게도 진짜 필요한 도움이 어떤 건지 고민해볼 일이다. 

관계기사

●2011년 3월 16일자 22면 한류로 받은 사랑, 일본에 돌려주는 스타들
●2011년 3월 12일자 34면 일본 대지진 참사, 한민족의 인류애 보여주자
●2011년 2월 6일자 31면 재난 구호, 눈높이 맞춰라

해볼 만한 NIE 활동

1) 우리나라는 일본과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하지만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일본과 달리 지진 피해가 거의 없다. 아래 ‘판 구조론’에 대한 설명과 지도를 잘 보고 우리나라와 일본에 지진 빈도가 다른 이유를 설명해 본다.

판 구조론

지구의 겉 부분이 지각과 맨틀 일부분을 포함한 암석층인 판으로 이뤄져 있고, 이 판들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이동하면서 지구 표면의 크고 작은 움직임을 일으킨다는 이론이다. 화산 활동과 지진은 판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이동하다가 판의 경계에서 서로 부딪치거나 멀어지고 어긋나기 때문에 일어난다.(중1 과학교과서(미래엔) 228쪽)

2) 일본이 대지진으로 큰 피해를 보자 우리나라에서는 ‘힘내라 일본’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성금 모금 등 온정의 손길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일본의 중학교 역사 교과서에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글이 실리자 ‘일본을 더 이상 돕지 말자’는 목소리도 높다. 일본 지진 복구 성금에 대한 찬반 토론을 해본다.

찬성 재난 복구를 위한 온정의 손길은 이어져야 한다

■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일본 정부에 분노를 금할 수 없지만 일본 시민의 안전을 기원하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 대한적십자사 재난을 당한 이들을 돕는 것은 인류애에 기반한 행동일 뿐이다. 외교 분쟁과 관계없이 계속돼야 한다.

반대 일본은 돈과 물자가 많은 데다 역사 왜곡까지 일삼고 있어 도울 필요가 없다

■ 독도수호전국연대회장 일본에 대한 성금모금운동을 즉각 중단하고 주한 일본대사를 강제 추방해야 한다.

■ 네티즌 위안부 피해 할머니, 소록도 한센인까지 일본 돕기에 나섰는데 일본의 적반하장이 괘씸하다. 역사적인 문제를 초월한 호의마저 등진 일본은 성금을 받을 자격이 없다.

3) 지진과 같은 자연 재해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으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아래 글을 참고해 500자로 정리해 본다.

(가)1930년 미국을 휩쓴 대공황을 해결한 것은 39년 터진 제2차 세계대전이었다. 무기·군복을 만들 인력이 없어 여성들이 공장으로 갔을 정도니 실업과 수요 부족 문제는 일거에 해결됐다. 전쟁이 경제학 관점에서는 ‘이득’이 된 셈이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재앙의 경제학’이라고 부른다. 대규모 전쟁이나 자연재해가 당장에는 막대한 타격을 주지만 멀리 보면 가파른 경제 성장을 가져올 수 있다는 말이다. (중앙일보 2011년 3월 28일자 E12면)

(나)“이번 지진은 일본의 취약점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지진 피해자는 대부분이 노약자고 구호물품 운송 차질에선 지역 소외 문제를 엿볼 수 있었다. 총체적 위기에 빠진 일본은 리셋(reset)해야 한다. 리셋이 잘 되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새롭게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일본은 급전직하할 것이다.” (중앙SUNDAY 2011년 3월 20일자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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