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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일야방성대곡’ 장지연까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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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장지연(左), 윤치영(右)

1905년 일본이 대한제국을 강압해 외교권을 박탈하고 통감부 등을 설치키로 한 ‘을사늑약’을 체결했을 때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이란 사설을 썼던 장지연 황성신문 주필에 대한 독립유공자 서훈이 취소됐다.

 정부는 5일 오전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친일행위가 확인된 독립유공자 19명의 서훈을 취소하는 내용의 ‘영예 수여 및 취소안’을 의결했다.

 이번에 서훈이 취소된 19명은 장지연 주필 외 윤치영 초대 내무부 장관, 김응순 장로교 목사 및 강영석·김우현·김홍량·남천우·박성행·박영희·유재기·윤익선·이동락·이종욱·이항발·임용길·차상명·최준모·최지화·허영호씨 등이다.

 이들 대다수는 2009년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 기재된 1930년대 중일전쟁 협력행위 등이 인정됐다.

 보훈처 서훈취소심사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이들에 대한 서훈 취소를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들이 친일행보를 하기 이전에 독립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취소 결정을 재검토했다. 이후 국무총리실은 보훈처와 협의해 ‘독립유공자가 나중에 친일행적이 드러나면 서훈을 취소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김 총리는 “친일행적과 별도로 독립운동을 한 공도 인정되는 만큼 그 부분을 별도로 생각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종합적으로 볼 때 서훈이 취소되는 것이 마땅하다”며 “관련 단체와 가족들에게 이런 내용을 소상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박선규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전했다.

 보훈처는 96년에도 친일행위가 드러난 박연서 목사와 서춘 매일신보 주필 등의 서훈을 박탈했었다.

 이에 대해 서울대 박효종(윤리교육) 교수는 “친일 문제는 복잡한 것”이라며 “시대 상황을 포괄적으로 보고 판단해야지 시간이 흘렀다고 성급히 판단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장지연 주필처럼 반일활동을 했으나) 몇 가지 행적에 대해 친일을 했다고 (친일파로) 판단하는 것은 성급하다”며 “민족사적 비극에 대해선 충분히 고민할 만큼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철재 기자

◆시일야방성대곡=1905년 11월 20일 장지연 주필이 ‘황성신문’에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와 을사오적을 비판하면서 쓴 사설. 이날 장지연은 검열을 받지 않고 신문을 배포했다는 죄로 체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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