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행 해외 공급 ‘런민비’ 60% 한국 몰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중국은 지금 위안(元)화 국제화를 위해 ‘런민비(人民幣) 해외 수출’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한국은 좋은 투자처입니다. 차이나머니의 한국 진출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한국에서 중국으로만 흘렀던 양국 투자 흐름에 역전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겁니다.”

황더 서울지점장

 황더(黃德·42·사진) 중국은행 서울지점장은 “한국 정부와 기업도 양국 투자 패턴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5년간 북한에 유학한 것을 포함해 18년 동안 한반도에 머무른 중국은행 내 대표적인 ‘한국통’이다. 본점으로 귀환한 지 2년여 만에 지점장으로 승진해 최근 부임한 그를 1일 만났다.

 -중국은행 내 최연소 해외 지점장인데, 어떤 절차를 밟아 선발되는가.

 “엄격하다. 중국은행 내 당(黨)위원회와 이사회를 통과한 후 중국은행업감독관리위원회(은감위)에서 시험을 보아야 한다. 오전 내내 필기시험을 치른다. 오후에는 면접시험이 이어진다. 이 과정을 모두 통과한 사람만 해외 지점장으로 파견된다. 단순히 근무기간이 길다고, 또는 순환 보직 원칙에 따라 해외 지점장으로 내보내지는 않는다.”

 -중국은행 서울지점이 다른 서방 은행 지점과 다른 점이 있다면.

 “서구 은행의 서울 지점은 돈 버는 데 치중한다. 그러나 중국은행은 다르다. 한국과 중국의 무역·투자 교류를 원할하게 하자는 게 첫 경영 목표다. 중국은행의 주인은 국가다. 국유 상업은행이다. 수익보다는 양국 경협 활성화에 더 관심을 두는 이유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가.

 “지난해 홍콩에서 약 7억 위안(약1190억원)의 런민비(현금)를 수입해 한국에 공급했다. 이는 중국은행이 전 세계에 공급하는 런민비의 약 60%에 해당한다. 그만큼 양국 간 경제 교류가 활발하다는 얘기다. 다음달에는 한국과 중국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체크카드 ‘솽비카(雙幣卡)’를 출시한다. 양국 간 ‘소비의 국경’을 허물자는 차원이다. 최근 위안화 가치가 올라가면서 개인 대상 런민비 대출 상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과 중국의 경제 간극을 좁힐 수 있는 상품을 많이 만들고, 또 한국 내 지점(현재 4개)도 올해 2~3개 더 늘릴 계획이다.”

 -중국 투자자가 투자하고 싶은 분야는 어디인가. 또 한국이 준비해야 할 게 있다면 무엇이라고 보는가.

 “제주도가 좋은 사례다. 제주도 개발에 대한 중국 투자자의 투자컨설팅 의뢰 건수가 늘고 있고, 실제로 제주 부동산을 사들이려는 돈이 들어오고 있다. 일본의 대지진과 방사능 유출 이후 제주도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제주도는 잘만 개발하면 백화점·호텔·면세점·위락시설 등을 고루 갖춘 아시아 최고의 휴양지가 될 수 있다. 종합기계업체인 산이(三一)중공업이 최근 한국에 1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것도 눈여겨봐야 한다. 중국 자금은 서방 자본과는 달리 투자의 호흡이 길다. 한국도 장기적인 차원에서 중국 투자자들과 상생(Win-Win)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많이 발굴해 제시할 필요가 있다.”

한우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