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쓰나미 사이렌 더 빨리 더 크게 더 멀리 울려야

중앙일보

입력

관련사진

photo

지진으로 폐허가 된 미야기현의 나토리시.

뉴스위크지난주 일본을 강타한 사악한 지진과 쓰나미가 우리의 정신을 번쩍 들게 하면서 2004년 인도양의 대재앙과 지난해 칠레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를 덮친 쓰나미의 악몽을 떠오르게 한다. 소름 끼치지만 각 재난의 비교가 불가피하다. 그런 ‘신의 행위’에 따르는 체념과 종말론도 고개를 든다. 자연의 노여움 앞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뭘까? 물론 모든 사태에 대비하기는 불가능하다. 자연재해는 언제나 우리 인간의 한계를 가장 엄연하게 일깨워준다. 그러나 2004년 인도네시아 반다아체, 태국 푸껫, 스리랑카, 아프리카의 일부 지역에서 일어난 참사를 보면서 우리는 다음엔 더 잘 대비하겠다고 다짐했건만 가슴 아프게도 국제사회는 바라던 일의 일부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지난 13개월 동안 대형 해일을 세 차례나 겪었지만 세계인이 정신을 차리려면 아직 요원한 듯

지난주 금요일의 일본 참사를 포함해 지난 13개월 동안 쓰나미가 세 차례나 발생해 각 지역의 해안선을 초토화했다. 2010년 2월 칠레에서 쓰나미가 발생했을 때 주민 대다수는 자발적으로 대피했다. 하지만 경보가 발효됐다가 기이하게 곧바로 해제되는 바람에 쓰나미가 칠레의 둘쑥날쑥한 해안선을 덮쳐 200명 이상이 사망했다. 지난해 10월 수마트라에선 자연도 인간도 도움을 주기는커녕 해만 끼쳤다. 대다수는 강한 지진을 감지하지 못해 자발적인 대피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진이 일어난 시각도 밤중이었다. 대피를 촉구하는 경보가 수마트라의 모든 TV 채널에 자막으로 나갔지만 수마트라 서부 멘타와이 제도의 주민은 그 경고문을 보지 못했다. 대다수 마을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가까운 바다에서 나는 우르릉거리는 소리를 듣고서야 쓰나미가 닥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았다. 400명 이상이 익사했다. 공공의식이 가장 강한 일본의 경우 경보 사이렌이 울리긴 했지만 결국 수천, 수만 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뉴스위크가 이번 호를 마감하는 시점에서 50여 개국이 해안 지역에 주민 대피령을 내렸다. 물론 일부는 분명히 과잉반응이다.

또 무엇이 잘못됐을까? 대비 태세가 미흡한 주된 이유는 우리 세계가 쓰나미를 극복할 수 있는 사회를 건설하기보다는 과거의 재난에 계속 초점을 맞춘다는 데 있다. 우리는 이미 쓰나미가 덮친 곳이 어디라고 경고하는 일에는 열심이지만 미래의 사태를 대비하는 일엔 부족하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이 개발한 심해 특수장비인 쓰나미 측정기 40대 이상이 미국 인근의 태평양 주위에서 해수면의 높이를 측정하지만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등 태평양 제도의 주민은 무엇이 자신들을 덮칠지 모른 채 계속 기다리며 지켜봐야 할 처지다. 세계에서 쓰나미 대비가 가장 잘 된 나라라는 일본의 경우도 언제 구조 작업을 해야 안전할지 알려주는 쓰나미 측정기가 없다.

쉬운 문제는 아니다. 쓰나미의 속도는 시속 24km가 넘는다. 적시에 대피하지 못하는 사람은 나무에 올라가거나 떠다니는 통나무를 붙잡고 사투를 벌여야 할지 모른다. 구호대도 피해자들을 즉시 구출해야 안전할지, 곧 다시 닥쳐올 쓰나미가 규모가 더 클지 전혀 분간하지 못한다. 대피한 사람도 각 쓰나미가 도착하는 사이의 소강상태 동안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가 다음 쓰나미에 휩쓸려 갈지도 모른다. 지진의 경우 최악이라고 해도 지속 시간이 수 분에 불과하지만 쓰나미는 몇 시간 동안 해안선을 물바다로 만든다. 특히 가로막힌 만이나 항구가 취약하다. 주민이 즉시 대피할 경우에도 가까운 언덕이 수km 떨어져 있다면 그곳에 안전하게 도달하기 어렵다.

놀랍게도 간단한 보호 조치를 인식하는 면에서도 우리 세계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 2009년 9월 남태평양 사모아 제도에서 쓰나미가 발생했을 때 집 뒤 언덕의 높은 지대로 쉽게 뛰어갈 수 있었던 사람도 자동차를 이용하려 했다. 좁은 해안도로가 피난길에 오른 자동차들로 가득 차면서 교통체증이 생겼다. 결국 많은 사람이 차에 갇혀 익사했다. 2010년 칠레에서 발생한 쓰나미가 미국 캘리포니아에 이르렀을 때 샌타모니카 해변에 있던 사람들은 해안선이 급속히 후퇴하는 신기한 광경에 얼이 빠졌고, 물 없는 바닥에 나뒹구는 해양동물을 구경하러 오히려 바다로 다가갔다. 천만다행으로 쓰나미가 크지 않아 그들은 겨우 대피했다.

관련사진

photo

2004년 발생한 쓰나미가 인도네시아

같은 쓰나미에서 NOAA가 아주 정확한 예보를 내렸지만 하와이는 불필요한 대규모 대피령을 내려 많은 비용이 낭비됐다. 그와 대조적으로 인도네시아 멘타와이 제도의 주민은 2004년 이후 수 차례 쓰나미 대피 훈련을 했지만 적시에 자진 대피하지 않았다. 그들은 여러 차례의 진동을 느꼈지만 쓰나미가 일어나지 않자 대수롭지 않다고 판단했다. 칠레의 후안 페르난데스 섬에선 새벽에 열두 살짜리 소녀가 비상벨을 누르지 않았다면 20명이 훨씬 넘는 주민이 숨졌을 가능성이 컸다. 그 소녀가 밀어닥치는 파도를 본 유일한 주민이었다. 2004년 태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한 여학생이 쓰나미를 동반하는 해안선 후퇴 조짐을 알아차렸기 때문에 수백 명의 목숨을 구했다.

이제는 그런 터무니없는 일을 멈춰야 할 때다. 정확한 실시간 예보를 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 미국에선 NOAA가 몇몇 주요 서부 해안도시에서 태평양의 지진으로 발생하는 쓰나미의 높이와 속도를 예측한다. 하지만 설치된 쓰나미 측정기의 수가 적어 정확성이 떨어진다. 그로 인해 쓰나미의 지속 시간을 예보하는 능력도 제한적이다. 그래서 경보 사이렌도 필요하다. 물론 사이렌은 구식이지만 비상사태에선 인명을 구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비용이 아주 적게 들어도 세계 전체에서 경보 사이렌이 설치된 해안 지역은 거의 없다. 대다수 나라에서 경보 발령에 방송과 휴대전화 메시지를 이용한다. 하지만 요란하게 울려 퍼지는 소리만큼 사람들을 신속하게 대피시킬 수단은 없다.

쓰나미 측정기는 전 세계에 설치될 필요가 있다. 쓰나미 범람 지도도 필수다. 인근 지역의 지진으로 발생하는 쓰나미가 어느 정도로 널리 영향을 미칠지 예상하는 지도를 말한다. 미국에서도 캘리포니아주만 그 지도를 완성했다. 미국의 가장 취약한 알래스카와 하와이는 해안지역 주민을 위한 현대식 쓰나미 범람 지도가 없다. 또 최근 인도양에는 지역 경보센터가 생겼지만 지중해에는 아직 없다. 지중해 동부에는 수마트라 인근의 지각판 경계선만큼 거대한 단층이 숨어 있다. 지난 2000년 동안 지중해에선 지난주 일본과 비슷한 규모의 지진과 쓰나미가 수 차례 발생했다.

그러나 관할권을 정하는 데 따르는 국가 간의 정치, 초현대식 통제실을 갖춘 국가 경보센터를 만들겠다는 환상, 거액의 소요자금, 위험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 때문에 진전이 없다. 우연하게도 일본 쓰나미가 발생한 바로 그날, 유럽 국가들은 파리의 UNESCO 본부에 모여 지중해의 지진·쓰나미 경보 시스템을 설치하는 문제를 논의했다(2005년 이래 일곱 번째다). 유럽연합(EU)은 자존심과 몽상을 버리고 현재 태평양과 인도양, 카리브해를 대상으로 한 미국 NOAA의 태평양 쓰나미 경보센터에 요청하면 내일이라도 당장 세계적 수준의 경보 시스템을 갖출 수 있다. 물론 완벽하진 않지만 가능한 최선의 방책이다.

그러나 세계적인 경보 시스템은 쓰나미 이야기의 일부에 불과하다. 특정 쓰나미만이 아니라 폭풍 홍수, 해수면 상승, 허리케인 등 갖가지 해안 위험에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사회를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 대피 훈련과 지속적인 교육이 장기적 생존의 열쇠다. 비행기를 탈 때마다 우리는 안전띠를 착용하고 구명조끼 사용법을 다시 교육받는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세계의 어느 해안을 방문하든 쓰나미에서 우리 자신을 구하려면 반드시 지켜야 할 간단한 조치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한 가지 원칙을 예로 들자면 해안 가까이 살면서 특이한 해안선 움직임을 목격하거나 30초 이상 지속되는 땅의 진동을 느낀다면 내륙이나 높은 지대로 곧바로 대피하라.

[필자는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이며 그리스 해양연구소 소장이다. 번역 이원기]

관련사진

photo


세계 쓰나미 측정기 설치 현황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20년의 노력 끝에 쓰나미 정보를 정확하게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믿을 만한 측정기구를 개발했다. 대양저에 고정된 압력 기록계와 해수면에 떠 있는 심해 쓰나미 평가·통보 부표(DART)로 구성된다. 압력 기록계는 5000m 해저에 고정돼 해수면 변화에 따른 압력 차를 측정한다. 그 기록계가 음향 신호를 DART에 전달하면 DART는 그 데이터를 위성으로 전송한다. 이 정보는 쓰나미 예측에 긴요히 이용된다. 쓰나미 측정기는 개당 20만 달러 정도지만 현재 전 세계에 약 50개만 설치됐다. 태평양 한가운데에는 거의 없으며, 인도양엔 사실상 전무하다. 지도의 각 점은 단일 DART의 위치를 표시한다. DART는 비행접시와 닮은꼴로 직경이 약 1.5m다. 인도와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일부 국가는 ‘안보 국수주의’를 내세워 NOAA에서 DART 구입을 거부한다. 일본은 대양저 기록기에 연결된 지상 케이블을 이용한다. 그러나 케이블은 지진으로 해저 지형에 변화가 생기면 끊어지는 경우가 잦아 부표장치보다 신뢰성이 떨어진다.

매거진 기사 더 많이 보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