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심쩍은 메일 건드리면 위험

중앙일보

입력

지난 22일 한 네티즌은 ''당신만 보세요'' (just for your eyes) 라는 제목의 E메일을 받았다. 미국의 유명 유머 사이트업체인 메시지메이트에서 보낸 새해 축하 메시지였다.

아무 생각없이 E메일을 열어보았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매우 썰렁한 2000년이 될 것" 이라는 내용이 떠오르고, PC 작동속도가 갑자기 뚝 떨어지는 것이다. 그가 열어 본 E메일에는 ''윈32. 뉴앱트'' 라는 Y2K(컴퓨터 2000년 연도 인식 오류) 바이러스가 들어 있었던 것이다.

바이러스뿐 아니라 걱정은 또 있다. 새 밀레니엄으로 넘어가는 시점을 노린 각종 해킹 사고가 우려되는 것이다. 정부차원에서도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어떤 공격이나 음모가 계획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는 게 문제다.

◇ 확산되는 Y2K 바이러스

지난달 16일에는 Y2K해결을 가장한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세계 유명 소프트웨어의 Y2K 결함을 고쳐 주겠다는 프로그램에 바이러스가 들어 있었던 것이다. 즉시 ''윈32. 픽스2001'' 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지난 6일에도 또 다른 Y2K바이러스 5건에 대한 경계령이 전세계에 내려졌다. 이중 하나인 ''폴리글롯'' 은 마이크로소프트(MS) 의 2000년 연도계산 프로그램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메일을 마구 보내는 악성 바이러스다.

윈32. 마이픽스'' 라는 바이러스 역시 Y2K 해결을 위장한 것이다. 최근에는 윈32. 뉴앱트가 축하카드를 위장해 등장하기도 했다.

Y2K 바이러스라고 해서 다른 컴퓨터 바이러스와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2000년 1월 1일을 전후해 급속히 확산된다는 것이다. 윈32. 뉴앱트는 26일부터 증상을 보여 MS의 특정 웹사이트에 3분마다 전화나 인터넷에 접속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사내통신.전산망 작동속도가 늦어지는 등 PC기능이 떨어진다. 이 바이러스는 내년 6월 12일까지 활동한다.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의 황미경 팀장은 "연말연시를 맞아 평소보다 많은 안부 E메일 또는 사이버 크리스마스카드를 보내는 점을 노려 최근에는 통신을 이용한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고 말했다.

◇ 해킹 비상

해킹에 대한 우려도 눈덩이처럼 커져가고 있다. 최근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은 전세계 해커들에게 2000년으로 넘어가는 첫 주에는 해킹행위를 자제해달라는 공개 휴전 제의를 했다.

해킹 건수가 갈수록 늘어나는 것도 걱정이다. 한국정보보호센터에 따르면 지난 97년 64건에서 98년 1백58건으로 늘었고, 올해는 지난 11월까지 5백건을 넘어섰다.

최근 많이 발견되는 유형은 분산시스템 해킹인 ''트리누'' .다른 컴퓨터에 트리누를 심어 넣어 이를 통해 원래 목표로 하는 시스템을 공격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여러 개의 시스템에 동시에 피해를 준다는 점에서 한번 공격을 당하면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게 특징이다.지난 8월 국내 한 대학의 60개 주컴퓨터가 마비된 사례가 있다.

이밖에 스캔 공격도 걱정거리. 본격적인 해킹 공격을 하기 전에 척후병을 보내 해당 전산시스템에 틈이 있는지 알아내는 것이다.

◇ 대책은 없나

한국정보보호센터의 김재성 선임연구원은 "매년 겨울방학 때 해킹 피해가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며 "내년 1월 1일은 더욱 조심해야 한다" 고 말했다.

바이러스에 대비하려면 백신 회사로부터 수시로 새로운 버전의 소프트웨어를 받아 자신의 PC에 설치해 두어야 한다. 한국정보보호센터는 스캔 공격의 징후를 잡아주고 각종 해킹이 발생할 때 조기 경보를 해주는 ''K-COPS'' 서비스(http://www.y2kvirus.or.kr/k-cops/index.html)를 하고 있다.Y2K와 관련해 해킹의 취약점을 점검해 주는 서비스인데 내년 1월 15일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전문가들은 또 출처가 불분명한 E메일은 건드리지 말고 PC가 이유없이 정지하거나 속도가 떨어지면 점검해야 한다고 말한다.비상시에 대비해 데이터를 따로 백업해 두는 것은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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