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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텃밭 ‘천당 밑 분당’이 달라졌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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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호 01면

“이번엔 좀 바꿔보고 싶다. 이명박 정부가 한 게 대체 뭐 있나. 분당이 아무리 보수 성향이 강하다지만 늘 한나라당 국회의원만 돼야 한다는 법은 없다.”(이미경씨·51·주부)

4ㆍ27 재ㆍ보선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분당을

“분당에 10년 넘게 살면서 선거 때마다 한나라당을 찍었지만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다. 손님들도 이번엔 곰곰이 따져보고 찍겠다는 분위기다.”(오상현씨·48·치킨집 운영)

분당 민심이 심상찮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성남 분당을 재·보선 출마를 계기로 중앙SUNDAY가 1~2일 분당 민심을 취재한 결과 집값 하락과 전세가격 급등, 물가 상승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이 겹치면서 유권자들의 표심이 요동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당은 그동안 ‘제2의 강남’으로 불려왔다. 특히 성남 분당을 지역구에 위치한 정자동은 40평 이상의 중·대형 아파트와 주상복합 고층건물이 많아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곧잘 비유된다. ‘청자동’이라는 닉네임까지 붙었다. 그런 만큼 이곳 주민들은 서울 강남 주민 못지않게 재테크와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다. 30~40대 화이트칼라와 은퇴 후 정착한 실버 세대가 많은 것도 특징이다. 전체적인 삶의 질이 대한민국 중·상류 수준이어서 정치적 성향도 보수적이다. 선거 때마다 한나라당 후보가 편안하게 승리한 것도 그 덕이었다. 한마디로 분당은 서울 강남 벨트(강남·서초·송파)와 함께 한나라당의 확고한 아성이자 텃밭이었다.

‘천당 아래 분당’이란 말이 있다. 부유층이 많이 모여 살고, 주거환경이 쾌적하고 편하다며 분당 주민들끼리 자랑 삼아 주고받는 말이다. 한나라당에도 분당은 천당이었다. 하지만 이게 어느새 옛말이 됐다는 게 한나라당 관계자들의 이구동성이다. 정재영(한나라당) 경기도의원은 “예전엔 한나라당 지지율이 75%까지 나왔는데 지난해 6·2 지방선거 때는 50%를 간신히 넘겼다”며 “한나라당 불패신화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분당의 정치적 분위기가 바뀐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인구 구성비율이 바뀌었다. 분당 신도시 초기에는 영남 출신이 다수였지만 상당수가 죽전·판교로 이사를 갔다. 그 자리에 충청·호남 출신이 들어왔다. 과거엔 실버타운 성격이 강했지만 지금은 30~40대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또 오피스텔과 빌라를 중심으로 서민층이 집중 유입되면서 초창기 분당의 주민과는 사뭇 다른 인구 분포를 보이게 됐다.

여기에 집값 하락과 전셋값 급등으로 내 집 소유자와 전세 세입자 모두 부동산 문제로 인한 상실감이 커졌다. 물가가 많이 오르고 사교육비 부담이 커지면서 젊은 월급쟁이와 나이 든 연금 수령자 모두 생활이 빡빡해졌다. 여당으로선 여러 가지 악재가 겹친 형국이다.

이런 와중에 제1야당인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성남 분당을 재·보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분당 민심이 동요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런 분위기를 타고 반 한나라당 전선을 구축하려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정운찬 전 총리와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를 둘러싸고 여권 실세들끼리 암투를 벌인 데 이어 박계동 전 의원의 폭로전까지 겹쳤다. 이렇듯 한나라당의 적전 분열 양상이 겹치면서 재·보선 결과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박빙의 싸움으로 변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아성이 쉽사리 무너지지 않으리란 분석도 만만찮다. 상록마을 우성아파트에 사는 최영순(57·여)씨는 “분당은 여당 프리미엄이 강한 데다 은퇴한 중산층이 많아 생각보다 훨씬 보수적이다. (야당에서) 누가 나와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보선 특성상 30~40대 직장인의 투표율이 낮은 반면 50대 이상에선 적극 투표하는 성향을 보이는 점도 한나라당으로선 고무적이다. 한나라당이 탄탄한 조직력을 갖추고 있는 데 비해 민주당은 상대적으로 약세라는 점도 막판 변수로 꼽힌다. 한나라당 관계자들이 “결국엔 우리가 승리할 것”이라고 내심 자신하는 이유다.

과연 ‘제2의 강남’으로 불리는 분당에서 한나라당 불패신화가 계속될 것인가. 중앙SUNDAY가 재·보선의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성남 분당을 현지 취재를 통해 유권자들의 표심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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