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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Insight] Ken Blanchard “한국 CEO들, ABC 기억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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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경영 컨설턴트 켄 블랜차드가 에스콘디도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면서 불경기에 강한 기업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벽에 ‘칭찬 고래’로 유명한 샴이 보인다.

켄 블랜차드(Kenneth Blanchard)는 세계적인 경영 컨설턴트이자 기업 리더십 전문가다. 그 이름을 잘 모르더라도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의 저자라면 ‘아하’ 고개를 끄덕일 사람이 많을 것이다. 스펜스 존슨과 함께 쓴 경영 베스트셀러 『1분 경영』을 비롯해 50여 권의 저서를 펴냈고, 전 세계에서 1800만여 권이 팔렸다. 세계 최대의 온라인서점 아마존닷컴의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고, 포춘지 선정 500대 기업과 수많은 CEO를 상대로 40여 년간 경영 컨설팅을 해오고 있다. 이런 그를 한국 언론 최초로 j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에스콘디도에 있는 ‘켄 블랜차드 컴퍼니’ 본사 집무실에서 인터뷰를 했다. 그는 2시간 가까운 인터뷰 내내 고희(古稀·70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열정과 진지함을 갖고 답했다.

글=LA중앙일보 최상태 기자
사진=LA중앙일보 신현식 기자

그의 집무실에는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에서 소련 팀을 상대로 기적 같은 승리를 이끌어낸 미국 아이스하키팀 사진, 2007년 ‘밤비노의 저주’를 깨고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보스턴 레드삭스 선수들의 친필 사인이 적힌 티셔츠, ‘칭찬 고래’의 주인공 ‘샴’ 등 의미 있는 상징들이 걸려있었다.

●최근 사우스웨스트 항공사 회장과 『Lead with LUV』란 책을 냈다고 들었습니다.

 “여행을 자주 하는 편인데 한번은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를 이용했다가 승무원의 열의 넘치는 서비스에 깊은 감동을 받았죠. 빡빡한 업무 속에서 유머를 쓰며 즐겁게 일하는 모습은 무척 감동적이었습니다.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도 대형 항공사가 하지 못했던 흑자 행진을 이 항공사가 이뤄낸 데는 이유가 있더군요. 공항에서 내린 뒤 콜린 바렛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했고 결국 책을 같이 쓰게 됐죠. 참고로 LUV는 사우스웨스트항공의 뉴욕 증시(NYSE)의 심벌이기도 합니다.”

●제목이 ‘사우스웨스트 항공처럼 이끌어라’와 ‘사랑으로 이끌어라’라는 중의적 의미가 있는데요.

 “콜린 바렛 회장은 사우스웨스트 항공 창업자인 허버트 켈러허의 여비서로 시작했다가 회장직을 물려받은 분이죠. 그에게 회장직을 물려준 이유를 언젠가 켈러허에게 물었더니 ‘바렛은 사람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사랑하는 방법을 아는 유일한 사람이었다’고 답하더군요. 사람들을 사랑하며 성공하도록 이끌었더니 회사는 자연스럽게 성장했다는 말이죠. 굉장히 추상적인 말 같지만 성과가 이를 증명합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이 고객만족도에서 4년 연속 1위를 기록했고, 불경기 속에서 흑자를 냈으며, 미국에서 가장 일하고 싶은 직장이 된 것은 이런 철학이 바탕이지요.”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요.

 “기업의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를 직원에게 맞추고 있어요. 직원을 만족시켜야 직원이 고객을 돌볼 수 있고 결국 회사의 수익 창출과 성장으로 이어집니다. 그래야 이익이 나서 주주에게도 배당이 돌아가게 되죠. 하지만 자기 독단적인 리더는 항상 주주와 고객을 위해 일하면서 직원을 희생시키죠. 그 결과 정반대의 수확을 얻게 됩니다.”

●세계적인 불황으로 경영 컨설팅 회사도 많이 어렵다고 들었습니다.

 “우리 회사도 예외는 아니었죠. 2009년 6000만 달러였던 매출이 작년에는 4800만 달러로 줄어들었어요. 중요한 것은 재정적으로 어려울 때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임금 삭감이나 연금 조정에 나섰다는 점입니다. 이는 회사 매출 현황과 지출을 직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매출은 올 들어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요. 연말 매출 실적이 나아지게 되면 삭감된 급여를 원상 복구할 예정입니다.”

●예전에 쓰신 책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의 원리는 요즘 같은 불경기에도 여전히 유효합니까.

 “많은 기업가가 이 책의 내용(칭찬과 격려를 통한 직원과의 관계 개선)이 경제가 좋을 때는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하지만 경기가 나쁠 때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라는 저서를 쓴 짐 콜린스도 강압적인 리더십으로는 좋은 조직문화를 만들 수 없다고 합니다. 최고경영자(CEO)가 마치 매처럼 직원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면 직원들에게 동기부여를 하기가 아주 어려울 것입니다. 불경기에 강한 기업은 직원들 간에, CEO와 직원 간에 신뢰와 존경이 있는 회사였습니다.”

●그렇다면 CEO는 어떻게 신뢰를 쌓을 수 있나요. 노조와의 관계 설정도 쉽지 않은데요.

 “CEO가 신뢰를 쌓으려면 먼저 직원들을 존중해야 합니다. 다시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예를 보죠. 수년 전 유가가 급등하면서 이 회사의 재정 악화에 큰 영향을 줬어요. 당시 켈러허 CEO는 유가와 회사 재정상태를 직원들에게 솔직하게 공개했죠. 그리고 노조 지도자를 만나서 ‘나는 노조를 좋아합니다. 우리가 같은 편에 있어야 회사를 살릴 수 있어요. 나는 당신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라며 솔직한 조언을 구했죠. 그때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찾다가 시간제 근로자 한 명이 ‘비즈니스 셀렉트(business select)’라는 프로그램을 제안했는데 회사가 흑자로 돌아서는 데 큰 영향을 끼쳤죠.”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비즈니스석도 이코노미석과 같은 크기의 의자다. 대신 먼저 탑승할 권리를 줘 본인이 원하는 자리를 선택할 수 있게 해준다. 이와 함께 100% 환불이 가능하고, 보안검색 우선 통과 등 혜택을 준다. 이것이 비즈니스 셀렉트 프로그램이다.

●무한경쟁 시대입니다. 직원들의 개인적 성과와 행복은 어떻게 조화를 이뤄야 합니까.

 “성과를 통해 사람들은 명성을 얻고 부를 얻어요. 그러나 진정한 행복은 부의 축적이나 권력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시간과 재능으로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관용(generosity)을 가질 때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은 성공의 아이템(items of success)을 갖춰야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CEO들이 경기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CEO는 어떤 경우에도 희망을 가져야 하고, 나쁜 경기와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한국은 기술력 우위의 일본과 저가 공세를 주도하는 중국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습니다.

 “한국은 높은 교육수준과 우수한 인력이 아주 강점이에요. 지정학적 위치에도 불구하고 일부 분야에서는 세계를 상대로 메이저 게임(major game)을 하고 있습니다. 희망적이죠. 하지만 북한이 큰 변수입니다. 자기독단적(self-serving) 리더인 김정일이 통치하는 한 한국 경제의 성장에는 상당한 위협이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외국으로 아웃소싱하는 미국 기업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가치, 즉 몸값을 높이는 직원이 될 수 있을까요.

 “예전에는 제조업이 주였다면 지금은 컴퓨터 및 회계·법률 시장까지 해외로 아웃소싱되고 있습니다. 직원들은 더 높은 가치를 창출해야 합니다. 이는 배움에서 옵니다. 직원 스스로가 ‘올해는 이력서에 무엇을 채워 넣을 수 있을까’라고 질문하고 새로운 분야를 정해 지속적으로 배워야 합니다. 20년 동안 같은 일만 한다면 어떻게 가치를 높일 수 있을까요. 배움을 멈추는 순간 성장도 멈춥니다.”

●한국에서는 젊은 세대의 취업난이 심합니다. 젊은 구직자를 위해 조언해주세요.

 “우리 세대만 해도 대학을 졸업하기만 하면 5~6개의 일자리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6~7개의 경력을 쌓아야 겨우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어려워졌습니다. 우선 ‘계속 찾으라(Keep looking)’는 얘기를 드리고 싶어요. 단지 이력서를 보내는 게 아니라 관계를 쌓을 수 있는 활동부터 하는 게 좋아요. 자원봉사 같은 일을 통해 다른 사람을 위해 일하면서 네트워크를 계속 쌓다 보면 괜찮은 일자리를 찾을 기회가 많아집니다. 지금 당장 돈을 벌기 위해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는 것보다 기회를 찾을 수 있는 각종 프로젝트 등에 도전해 보세요.”

●수많은 CEO와 대기업을 상대로 경영 컨설팅을 해왔는데 가장 이상적인 리더는 누구라고 생각하세요.

 “(이 질문에서 그는 잠시 침묵했다) 나는 가장 이상적인 리더가 예수라고 생각해요. 만일 2000년 전에 한 유대인 랍비가 이끄는 12명의 제자와 카이사르가 이끄는 로마제국, 이 둘 가운데 누가 더 오래 살아남는지 내기를 했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유대인 랍비 쪽에 걸었을까요. (웃으며) 요즘 주변에서 존(요한), 피터(베드로), 매슈(마태)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은 흔히 볼 수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강아지 이름에 카이사르가 많죠. 로마제국은 무너졌지만 기독교는 지속되고 있습니다. 예수의 리더십에는 신뢰와 존중, 자기 희생이 담겨 있어요. 한마디로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이라고 할 수 있어요.”

●한국에서도 서번트 리더십이 유행했습니다. 하지만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는 CEO가 많습니다.

 “서번트 리더십의 핵심은 당신 자신에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닙니다. 섬김(Serving)을 받는 사람들, 즉 우리 회사가 섬기는 대상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죠. CEO는 이를 위해 명확한 비전을 갖고 가치를 창출해야 합니다. 직원들의 비위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잘 섬길 수 있도록 직원을 지원하는 역할이죠.”

●서번트 리더십의 경우 성과가 나쁘다면 CEO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좋은 성과는 명확한 목표에서 옵니다. 직원에게 목표를 통해 일의 책임감을 알려줘야 합니다. 나는 너희들을 돕기 위해 와 있다. 만일 그 섬김 대상이 없거나 목표가 없어지면 서번트 리더십은 불명확해집니다.”

●많은 회사에서 직원들이 열정이 없다는 불평을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직원들을 에너지가 넘칠 수 있게 만들 수 있을까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직원들의 문제가 아니라 회사의 리더십의 문제입니다. 사람들은 원래 있던 수준보다 성장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어요. 회사가 비전을 정하고 올바른 리더십으로 이끌어 나간다면 직원들은 자연스럽게 열정을 갖게 됩니다.”

 인터뷰를 시작한 지 1시간30분이 넘자 운동시간이 가까웠다며 켄은 일어날 채비를 했다. 마지막 질문은 스펜스 존슨과 공동 저술한 베스트셀러 『1분 경영』처럼 한국 CEO를 위해 1분간의 조언을 구했다. 이 책은 기업가와 창업가들이 숭배하는 미니 바이블로 20여 년 동안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랑 받은 경영기법서다. 잠시 생각을 하던 그는 안경테 너머로 말을 꺼냈다.

 “한국 CEO들에게 ‘ABC를 기억하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A는 긍정을 강조하라(Accentuate the positive), B는 직원들을 지원하라(Back your people), C는 직원을 당신의 파트너로 만들어라(Capture people as your partner).”

 채 1분이 되지 않았지만 ‘칭찬 고래’의 조언은 짧고도 강렬했다.

켄 블랜차드가 선사한 통찰력의 세계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Whale Done!)

‘늘 깨기만 하는’ 상사의 책상 위에 슬쩍 이 책을 올려놓는다면 어떨까? 미국 기업의 임원인 웨스 킹슬리는 플로리다 출장을 간 뒤 범고래 쇼를 보고 문득 궁금해진다. 무게 3t이 넘는 고래가 어떻게 그토록 기막힌 공연을 할 수 있는지 말이다.

 조련사 웨이브가 ‘샴’이란 범고래와의 교감·경험을 일러준다. 고래에 대한 긍정적 관심과 칭찬·격려가 그걸 가능케 했다고. 또한 실수할 땐 꾸짖는 대신 다른 방향으로 관심을 돌려 격려하는 게 ‘관계(關係)’의 핵심이라는 교훈도 등장한다. 교육학에도 비슷한 게 있다. 주위의 기대와 칭찬에 사람들이 긍정적으로 반응한다는 ‘피그말리온 효과’다. 블랜차드는 책을 쓰기 위해 두 명의 범고래 훈련 전문가를 직접 참여시켰다. 이 책은 자기계발서의 고전(古典)으로 평가된다. 직장인과 전문경영인 모두에게 그만큼 호평을 받았다.

 최근엔 육아용 버전인 『칭찬은 아기 고래도 춤추게 한다』가 국내에서 출간됐다. 범고래 조련사인 에이미는 떼쓰고 편식하는 말썽쟁이 아들 조시(3)에게 특단의 방법을 동원한다. 5t짜리 고래의 훈련법을 양육에 적용한 것. 원전과 마찬가지로 잘못된 일을 혼내는 일보다, 잘한 걸 칭찬해 줘야 착한 아이로 거듭난다고 강조한다.

겅호(Gung Ho)

무슨 뜻인지 생경한 제목이다. 겅호는 한자 ‘공화(工和)’의 중국식 발음이다. ‘힘을 합쳐 나가자’는 파이팅의 표현으로 사용됐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미 해병대 구호이기도 했다. 셸던 볼스와 함께 쓴 이 책은 문 닫기 일보직전의 공장을 회생시키는 페기 싱클레어의 얘기를 다룬다.

 페기는 출하부서의 운영관리자 앤디 롱클로를 만나 동물들을 통한 ‘겅호의 3대 원칙’을 배운다. 겨울나기를 위해 양식을 모으는 것처럼 가치 있는 일에 매달리는 다람쥐, 하천에 댐을 만들 때 우두머리가 없어도 스스로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일을 하는 비버, 목적지까지 가기 위해 서로를 격려하고 칭찬하는 기러기가 그렇다. 조직에 열정을 가져오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비법을 동물 스토리로 친근하게 풀어 나가 세계 25개국에서 갈채를 받았다.

1분 경영(The One Minute Manager)

1500만 독자가 선택한 책이다. 37개 언어로 번역됐다. 내용이 좋아 기업들이 책을 사서 직원들에게 ‘뿌렸다’는 전설 같은 얘기도 전해진다. 켄 블랜차드가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의 작가 스펜서 존슨과 함께 썼다. 1980년대 불황기에 숱한 미국 기업들이 이 책의 원리를 경영현장에 접목해 부흥에 성공하는 기적 같은 일이 생겼다고 한다. 책은 1분 목표설정, 1분 칭찬, 1분 질책의 세 가지 실천법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성과 중심’과 ‘사람 중심’이 모순된 목표가 아니며 ‘사람을 통해 최고의 성과를 낸다’는 철학을 설파한다.

김준술 기자
자료=21세기북스·인터넷교보문고


켄 블랜차드 “나는 CSO다”
·1939년 미국 출생
·코넬대 행정철학 학사, 교육관리 및 리더십 박사
·1979년 경영관리 교육·컨설팅 업체인 ‘켄 블랜차드 컴퍼니’ 설립. 직함 최고정신지도책임자(Chief Spiritual Officer)
·2007~2010년 ‘리더십 10대 구루’ 중 한 명으로 연속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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