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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사고로 뜬 다시마, 진시황도 탐낸 웰빙·장수 식품

중앙일보

입력

미역·다시마 등 해조류는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 방사선이 누출되면서 유명세를 탄 식품이다. 요오드가 풍부한 해조류를 먹으면 방사성 요오드(I-131)에 의한 건강상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입소문이 나서다. 천연의 요오드를 미리 섭취해 갑상선의 요오드 풀(pool)을 채워놓으면 방사성 요오드에 노출되더라도 저장소가 꽉 차 있어 체내에 축적되지 않고 대·소변으로 배출된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에선 요오드화칼륨 등 요오드 성분약에 대한 사재기 열풍까지 나타났다. 이 약 한 알당 요오드량은 130㎎. 해조류를 통해 섭취 가능한 요오드의 양은 이보다 훨씬 적다.

‘해조류 3총사’인 김·미역·다시마 가운데 요오드 최다 함유 식품은 다시마(100g당 136.5㎎). 같은 무게의 미역(11.6㎎)·김(3.8㎎)을 압도한다. 갈조류의 일종인 다시마는 별명이 초초(初草)다. ‘지구 최초의 풀’이란 뜻이다. 영문명은 ‘sea tangle(바다의 엉클어진 것)’이다. 특히 일본에서 인기가 높다. 일본에선 ‘곰부’ 또는 ‘곤부’라고 부르는데 미소(일본 된장)국에 넣거나 녹차와 함께 먹는다. 세계적인 장수지역인 오키나와 노인의 다시마 섭취량이 일본 본토 주민의 2배에 달해 웰빙 식품으로 통한다. 일본의 ‘서기’엔 “다시마는 중국의 진시황이 구한 불로초”란 기록이 나온다.

영양적으론 고(高)요오드·고칼슘·고칼륨·고식이섬유 식품이다. 섭취한 요오드는 대부분 갑상선으로 가서 갑상선호르몬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요오드의 섭취가 부족하면 신진대사가 완만해지고 저항력이 떨어진다.

칼슘 함량은 마른 것 100g당 708㎎(생 것은 103㎎)에 달한다. ‘칼슘의 왕’인 우유(100당 106㎎)가 겸연쩍어 할 정도다. 칼슘은 뼈의 주된 성분으로 성장기 어린이는 물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현대인에게도 필수 영양소다. 혈압 조절을 돕는 미네랄인 칼륨(마른 것 100g당 7.5g)도 풍부하다. 혈압을 낮추는 라미닌(단백질의 일종)도 들어 있어 고혈압 환자에게 권할 만하다.

해조류는 식이섬유에 관한 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다. 마른 다시마 100g엔 식이섬유가 27.6g이나 들어 있는데 이 중 25.2g은 물에 녹지 않는 불용성(不溶性), 2.4g은 수용성(水溶性)이다. 일반적으로 수용성은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데, 불용성은 변비 예방에 유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시마를 물에 담갔을 때 나오는 점액인 알긴산은 수용성 식이섬유의 일종. 다시마를 냉수에 넣고 하룻밤이 지나면 알긴산이 빠져 나와 물이 미끌미끌해진다. 고지혈증·당뇨병·고혈압 환자에게 아침에 일어나 다시마 물을 마시라고 추천할 만하다.

단단한 다시마는 부드러운 미역에 비해 식감이 떨어진다. 맛은 단맛과 감칠맛이 섞인 맛이다. 단맛·쓴맛·신맛·짠맛에 이은 ‘제5의 맛’을 우마미(umami, 감칠맛)라 한다. 다시마의 단맛은 만니톨(당알코올의 일종, 표면에 묻은 하얀 가루), 감칠맛은 글루탐산(아미노산의 일종)의 맛이다. 글루탐산은 조미료(MSG)의 주성분. 다시마가 천연 조미료로 유용한 것은 이래서다.

다시마는 국물 맛을 낼 때 요긴한 식재료다. 다시마 국물을 만들 때는 다시마를 찬물에 담가두는데 이는 글루탐산이 찬물에서 더 잘 우러나기 때문이다. 삶을 때는 약한 불을 사용하되 물이 끓기 직전에 다시마를 건진다. 오래 익히면 알긴산이 우러나와 맛과 식감이 떨어진다.

색이 거무스름하면서 약간 녹색을 띠며 육질이 통통한 것이 상품이다. 한 장씩 반듯하게 겹쳐서 말린 것을 선택한다. 붉게 변했거나 잔주름이 있으면 질이 떨어지는 것이다.

과다 섭취하면 갑상선 기능저하증이 생길 수 있다. 장기간 꾸준히 먹을 계획이라면 하루에 5g은 넘기지 않는 게 좋다.

식품의약전문기자 tk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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