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View 파워스타일] 유재면 웅진식품 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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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소폰, 남자들의 로망이다. 유재면(52) 웅진식품 대표는 색소폰을 부는 남자다. 3년 전 지인의 손에 이끌려 학원에 등록하고 악기를 샀다. “너무 앞만 보고 달리지 말고 삶의 여유를 좀 찾아보라”는 권유였다. 당시 그는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회사는 누적적자가 심각했고, 직원들은 줄줄이 이직했다. 그랬던 회사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았다. 그가 대표에 취임한 2005년에 적자였던 회사는 매출액 1900억원, 영업이익 74억원(2010년) 규모로 성장 시켰다. 웅진그룹 내에서 자체적으로 조사하는 직원 만족도는 16개 계열사 중 꼴찌에서 지난해 2등으로 뛰어올랐다.

 그는 웅진출판(현 웅진씽크빅)에 경력직 대리로 입사해 15년 만에 웅진식품 대표에 취임했다. 재무통인 그는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시절 웅진코웨이의 정수기 렌털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능력을 인정받았다. 웅진식품의 주력 상품인 주스와 차 음료에 더해 커피·두유 등으로 품목을 확대하고, 발효 홍삼 소재를 개발해 건강식품으로도 영역을 넓혔다. 요즘은 ‘먹을거리도 아름다워야 한다’는 신념으로 디자인 경영을 강조한다. 시간날 때마다 미술, 디자인 전시회를 찾곤 하는 이유다. 최근 일본 출장길에는 모리미술관, 하코네 유리박물관, 후지산케이 미술관 야외박물관 등을 훑었다.

 그의 패션 철학은 “지나치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것이다. 조직에 속해 있고, 조직을 대표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에 걸맞은 수준에 맞추려고 노력한다. 자기 자신을 너무 드러내는 것은 비즈니스 상대방을 불편하게 할 수 있다는 것. 정장은 국내 브랜드 갤럭시 단골매장에서 주로 구입한다. 출근 차림은 명품 브랜드를 입지 않지만 캐주얼 웨어는 에르메네질도 제냐 같은 이탈리아 브랜드도 입는다. 그가 멋을 내는 품목은 넥타이와 시계. 정장을 점잖은 스타일로 입는 대신 넥타이쯤은 과감한 시도를 한다. 핑크빛 넥타이는 살바토레 페라가모. 스위스 명품 브랜드인 보메 메르시에 시계 ①는 유럽 출장길에서 함께 간 일행과 같은 디자인을 사서 나눠 찼다. 겨울에는 가죽줄 시계를 차고, 여름이 되면 금속줄 시계로 바꾼다. 몽블랑 만년필 ②은 지난해 입사 20주년 기념으로 직원들이 선물해 준 것. 그의 세 번째 애장품은 이탈리아 와인 루피노 모두스 ③다.

“도전과 열정으로 살아온 저와 닮은 것 같아요. 이탈리아 투스카나 지역에서는 산지오베제 품종이 아니면 최상등급을 안 줘요. 이 와인은 ‘프랑스 와인 한번 이겨보자’고 나쁜 등급 각오하고 프랑스 품종인 카베르네 쇼비뇽을 블랜딩했는데 맛이 좋아요. 공업고등학교를 나와 자동차부품업체에서 기름밥도 먹어봤고, 대학 마치고 입사해서는 과장 때부터 7년 연속 특진을 할 정도로 열정적으로 살았습니다.”

글=박현영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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