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규격논란 HDTV 대중화사업에 차질"-월 스트리트 저널

중앙일보

입력

미국에서 차세대 고화질(HD)TV의 기술 표준이 강화되면서 일부 메이커 제품의 규격을 둘러싼 논란이 야기됨으로써 머지 않아 대중화가 시작될HDTV 사업에 차질이 빗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20일 보도했다.

저널은 전세계의 주요 9개 HDTV 메이커들이 미국가전협회(CEA)를 통해 기술 표준을 표결한 결과 6대 3으로 영화관형 스크린으로 제품이 생산돼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이들 메이커는 2년여 전 HDTV의 기술 방식을 놓고 해상도를 높이기 위해 일정 이상의 주사선이 있어야 하며 영화관형 스크린으로 제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에 일단 의견을 모은 바 있다.

당시의 이런 합의에도 불구하고 미쓰비시, 도시바 및 히타치 등 일부 메이커들은 기존 TV와 스크린 방식이 같은 HDTV 체제를 고수하면서 컨버터인 `레터 박스'를통해 영화관에서 느끼는 것과 같은 효과를 시청자가 누릴 수 있도록 보완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도시바와 히타치의 경우 주사선 규모 등의 기술 표준을 풀 스크린 상황에서만 맞출 수 있고 레터 박스에서는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물론 시청자는 이같은 해상도의 차이를 대부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 때문에 이들 메이커는 당연히 영화관형 스크린으로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는 쪽에 반대표를 던졌다. 이같은 입장에 톰슨 멀티미디어와 RCA 및 GE도 동조하고 있으나 톰슨의 경우 표결에 상정된 것보다 규정을 더 까다롭게 하자는 쪽으로 또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상황이 이에 이르자 절충안이 나와 메이커들은 고육지책으로 HDTV가 아닌 `EDTV'(enhanced digital television)이란 새로운 개념까지 도입했으나 이것이 고해상도TV 보급에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란 우려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소비자들이 HDTV의 이같은 혼선에 영향받아 수상기 구입을 늦추는 쪽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 소재 CEA의 간부인 게리 샤피로는 "표결이 엇갈린 것이 메이커는 물론 소비자에게도 쉽게 수용하기 힘들 것"이라면서 "HDTV의 기술 표준이 계속 표류할 경우 연방무역위원회 같은 기관이 강제성을 띨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뉴욕=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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