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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간접 체벌 시행 학교에 맡겨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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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새 학기 학교 현장이 간접 체벌 시행을 놓고 또다시 혼란 양상이다. 교육과학기술부와 진보 성향 교육감의 방침이 정면충돌하고 있는 탓이다. 교과부는 이달 말까지 각 시·도교육청에 공문을 보내 각 학교가 간접 체벌 방안이 담긴 학칙 개정을 할 수 있게 지도하라고 할 예정이다. 일선 학교에 간접 체벌을 허용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18일 발효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진보 성향 교육감들은 교과부 방침을 거부하고 체벌 전면 금지를 강행할 태세다. 교과부와 교육청의 정책 혼선이 학교 교육에 미칠 악영향(惡影響)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체벌 전면 금지 문제가 불거진 이후 학교 현장에선 교권 약화와 교실 붕괴 우려가 높아진 상태다. 한국교총 조사에서 교사 10명 중 9명이 체벌 금지 후 교권이 추락했다고 응답했을 정도다. 교과부가 학생 신체에 손을 대는 직접 체벌은 금지하되 팔굽혀펴기 등 간접 체벌을 허용키로 한 것은 이런 현실을 감안한 불가피한 조치다. 그런데도 진보 교육감들은 간접 체벌도 저지하겠다는 입장에서 한 발짝 물러남이 없다. 훈육(訓育)과 학교질서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마저 외면하는 처사란 점에서 매우 안타깝다.

 간접 체벌을 저지하는 방법도 문제다. 체벌을 금지한 학생인권조례를 만든 경기도교육청은 학교가 간접 체벌을 할 수 있게 학칙을 고치면 조례 위반으로 보고 제재를 하겠다고 한다. 간접 체벌을 보장한 시행령이 교육청 조례의 상위법이란 사실을 무시하는 발상이다. 다른 진보 교육감들은 현행법상 학칙 인가권이 교육감에게 있는 점을 이용해 간접 체벌을 정한 학칙은 아예 인가하지 않을 방침이다. 학교 자율화 추세는 안중에도 없다는 태도라고 본다.

 체벌 시행 여부는 일선 학교에 맡기는 게 옳다. 체벌 없이도 교육을 잘할 자신이 있는 학교는 그렇게 하면 될 일이다. 그러나 교사·학생·학부모 등 학교 구성원이 간접 체벌은 필요하다고 합의를 하면 실효성 있는 간접 체벌 방안과 절차를 학칙에 정해 시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진보 교육감들은 더 이상 체벌을 둘러싼 혼란으로 학교 교육을 흔들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