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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패트롤] 한해 결산작업 줄줄이 이어질듯

중앙일보

입력

"코스닥은 이제 무너지는 것인가. " 지난 주말 투자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코스닥시장의 주가 폭락이었다.

지난 17일의 코스닥 주가 대폭락은 투자자들의 시위사태로까지 이어졌다. 노동계의 시위와 다른 점은 코스닥 투자자들이 '거리' 보다는 인터넷으로 몰려갔다는 점이다.

투자자들의 항의가 얼마나 쇄도했는지, 집권당인 국민회의가 '고장' 을 이유로인터넷 홈페이지 토론광장을 잠시 폐쇄했을 정도였다.

코스닥 투자자들의 이같은 '사이버 시위' 는 주가의 향방과는 별도로 증권시장의 정치적 휘발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누가 뭐래도 지난 1년간 한국경제가 이룩한 눈부신 반전(反轉)의 1등공신은 증권시장과 투자자들이었다. 증시를 통해 조달된 돈이 금리와 기업의 부채비율을 낮추고 경제를 끌어올렸다.

투자자들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 당연히 대가를 요구한다. 코스닥이 사상 최악의 폭락을 겪었다지만 지난 한주간의 낙폭은 8.51%였다.

이달들어 최고점(14일 273.42)을 치기까지 기록한 상승폭(26.83%)에 비하면 3분의1 정도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이런 비교를 용납하지 않고 시위에 나섰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시위는 잦아지고 거세질 것이다.

그런 의미를 읽는 정부의 고민이 오늘 발표될 코스닥시장 안정화대책에 담길 것이다. 지난주초만해도 코스닥시장에 대해 "과열" , "진정" 등의 표현을 쓰던 정부관계자들의 수사법은 이미 바뀌었다. 대책의 이름도 '안정화' 대책 대신 '중장기 육성대책' 으로 바뀌었다.

전문가들은 이미 코스닥시장의 조정국면이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있다.

이번 주에는 한해를 결산하는 작업들도 줄줄이 예정돼있다. 4대재벌의 숙제였던 부채비율 2백% 달성은 21일 청와대 간담회에서 확인을 받는다.

거의 반년을 끌어온 대우그룹 해외채권단과의 갈등이 성탄절인 25일까지 해결될 것인지도 중요한 관심사다.

대우에 모두 75억달러가 물려있는 해외채권단이 이날까지 국내채권단의 워크아웃 방안에 동의하지 않으면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 과연 대우의 마지막 희망인 워크아웃이 성탄절 선물로 주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세기말 재계의 이해가 첨예하게 맞서있는 석유화학부문 빅딜과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인수, 삼미특수강 새주인찾기도 주중에 마무리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갑자기 이슈가 됐던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문제는 노사(勞使) 모두 중재안을 거부한 가운데 장기전으로 넘어갈 전망이다.

오늘 반가운 손님이 서울로 날아온다. 인터넷시대의 패권에 도전하고 있는 손정의(孫正義) 소프트방크 회장이다. 대선자금 등 과거형의 정쟁에만 매달려 있는 정치인과 당국자들이 제발 그가 전할 메시지에 귀기울여주기를 기대해본다.

손병수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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