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인류 얼마나 달라졌나] 上. 평균수명 30년 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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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인류의 평균 수명은 1900년 47.3세에서 1999년 77세로 1백년 사이에 30년 가량 늘어났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
는 “1900년 사망요인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것은 폐렴·결핵·설사 및 장염”이라고 밝히고 있다.그러나 현재 이들의 자리를 심장병·암·뇌졸중이 대신하고 있다.

금세기 초 항생제가 출현하기 전까지 폐렴이나 결핵으로 인한 사망자는 6명에 1명꼴 이었다.CDC는 하수시스템 등의 등장으로 생활환경이 개선되면서 콜레라·결핵 같은 질환의 대량 발생을 억제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1909년 세계 최초의 화학치료약인 ‘살바르산’(매독치료제)
가 나왔고 1910년대엔 혈청검사가 매독·임질 같은 성병을 진단할 수 있는 주요 수단으로 등장했다.1928년에 플레밍이 페니실린을 개발했고 속속 각종 항생제와 치료제의 개발이 잇따랐다.1930년대 세포배양의 발전은 바이러스 백신의 대량보급을 가능케 했고 1940년대 선진국에선 소아백신 프로그램이 갖춰져 소아마비와 천연두가 기하급수적으로 줄었다.

그러나 이런 이면에는 그늘도 있다.암과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인한 위협과 변화한 생활패턴으로 인한 암의 증가가 바로 그것.‘세기의 흑사병’으로 불리는 에이즈(AIDS)
로 전세계에서 3천3백60만명이 신음하고 있다는 것이 유엔에이즈(Unainds·유엔산하에이즈대책기구)
의 추정이다.또 WHO에 의하면 전세계적으로 암으로 사망한 사람은 7백22만8천여명에 이른다.

질병이 줄어들고 영양과 위생이 좋아진 가운데 인간의 체격은 지난 한세기동안 얼마나 커졌을까.전세계적인 통계치는 없지만 국내 남녀 성인의 체격변화로 이를 유추해 볼 수 있다.

한국 성인에 대한 과학적인 체격 조사는 일본 도쿄대 연구팀이 1913년 처음 실시했다.이 조사에 따르면 당시 성인 남자의 평균 신장은 1백61∼1백62㎝,여자는 1백47∼1백48㎝로 조사됐다.또 몸무게는 남자가 55∼56㎏,여자는 45∼46㎏으로 나타난 바 있다.

한편 대한소아과학회의 98년 조사결과를 보면 20세 남자의 평균 신장은 1백73.4㎝,여자는 1백60.4㎝로 나타났다.1913년에 비해 남자는 약 11㎝,여자는 약 12㎝나 늘어난 것이다.몸무게도 98년엔 남자 성인의 경우 66.7㎏,여자는 55.7㎏으로 1900년대 초반보다 각 각 10㎏쯤 늘어났다.

하지만 과학발달에 따른 체격증대·수명연장의 혜택이 지구촌의 모든 사람들에게 고루 돌아간 것은 아니다.세계보건기구(WHO)
는 아직도 세계 8억4천1백만명이 굶주림과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북한도 예외는 아니어서 한국교육개발원의 귀순자 면담과 자료 분석조사에 따르면 북한 17세 남자의 평균 신장은 1백60㎝,에 여자는 1백55㎝에 그쳐 오히려 부모 세대보다 2∼5㎝나 줄어들었다.

과학·의학의 발달이 인간에게 바람직한 결과만을 가져다 준 것은 아니었다.영국 서섹스대학의 워커교수팀은“인간은 부모세대의 유전자를 물려받을 때마다 평균 4개의 유전자 돌연변이를 일으켜 왔다”며 이 돌연변이가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이에대해 미국 위스콘신대의 제임스 크라우 교수는 사람을 제외한 생명체에선‘해로운’돌연변이가 자연 도태되지만 인간이란 종에서 만큼은 의학의 혜택으로 계속 살아남아 다음 세대에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예컨대 현대인에게 흔히 나타나는 잦은 두통과 시력 약화 등이 인간의 해로운 돌연변이 유전자가 장기간 축적되면서 나타난 결과 일지도 모른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그런가하면 폐렴·결핵과 같이 이미 정복됐다고 단정한 질병이 다시 극성을 부리기 시작했다.CDC의 휴즈 박사는 “항생제 저항성 극복이 다음 세기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며 “아무리 좋은 치료제가 개발되더라도 병원체인 미생물 자체가 약물에 적응하면서 진화하는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더 나은 삶과 건강한 몸을 추구하는 인간에게 21세기는 또다른 도전의 시대다.

최지영 기자<choij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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