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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서비스 우선주의…연매출 10억-로가디스 시흥점 강호석씨

중앙일보

입력

고객을 편하게 하지 마라?

로가디스 시흥점의 첫 느낌은 정갈함과 환대(歡待)였다. 대표와 직원들이 정렬해 고객을 맞는 모습은 지나치지 않으면서도 고객으로 하여금 매장 안으로 들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순간적으로 점검하게끔 하는 묘한 힘이 있었다.

경기도 시흥시 신천동의 에스에스패션 로가디스 대리점(032-691-1513)은 수도권의 한 소도시 변두리에 자리잡고 있지만, 외관과 실내는 신사복 매장의 멋스러움을 지니고 있었다. 고풍스러운 마룻바닥에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와 직원들의 깔끔한 옷차림, 은은한 빛으로 신사복을 비추는 할로겐 램프들…

20여년 동안 신사복 판매라는 한 길만을 걸어온 강호석 대표(45). 그는 25세 때 외삼촌이 운영하던 신사복 대리점에서 일을 시작한 게 긴 인연의 시작이 됐다고 한다.

지금은 이곳이 시흥시 중심가에서 벗어났지만, 8년 전엔 시청을 비롯한 각종 관공서가 밀집한 중심 상권이었다. 유동 인구가 많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지역 유지들이 이곳을 중심으로 업무와 사교 활동을 할 것이란 생각에서 입지를 선정했다.

실제로 그는 라이온스클럽을 비롯한 각종 사교 모임을 찾아다니며 고객을 확보했다. 개업 초기엔 주로 자전거를 타고 매장을 찾던 고객들이 대부분 이 지역에서 내로라 하는 유지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고 한다.

그도 처음에는 지역 신문을 통해 많은 광고를 했었다. 하지만 중산층 독자의 비율이 점점 줄어들면서 광고 효과가 거의 없어졌다. 당시 2만장을 배포하는데 60만원이 들던 전단지도 집중도가 떨어져 별 효과가 없었다.

결국 그는 틈 나는 대로 새벽 2시부터 4∼5시간씩 전단지를 직접 가정이나 사무실 문에 꽂거나, 홍보용 명함을 자동차 문에 끼워 놓곤 했다. 요즘엔 시흥시의 관공서나 단체에서 시행하는 행사를 통해 광고를 하거나 고객의 결혼식에 참석해 단골을 확보하고 있다.

그의 경쟁자는 타사 브랜드가 아니라 백화점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주변에 있던 타사 브랜드는 모두 문을 닫았다. 하지만 백화점을 이길 수는 없었다. 다만 백화점의 단점을 장점으로 활용하는 데서 자신이 운영하는 대리점의 생존 전략을 찾았다.

그 중 하나가 고객에게 무료 세탁을 10회 해주는 것. 보통 양복을 3년 정도 입는다고 할 때, 옷을 사서 버릴 때까지 무료 세탁을 받을 수 있는 셈이어서 고객 입장에선 결코 나쁘지 않은 서비스다. 그는 본사에서 약간의 지원을 받아 4천만원짜리 전용 세탁기를 구입했다. 그밖에 무료 수선은 기본이다.

그는 자신만의 고객 관리 노하우를 '고객을 편하게 만들지 않는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엉뚱한 생각처럼 들린다. 하지만 자세히 들어 보면 일리가 있다. 예를 들어 옷을 구입한 고객이 30여 분 정도 기장 시간을 기다리면 옷을 가져갈 수 있지만, 그는 되도록 다음날 방문해 옷을 찾아 가도록 유도한다.

이렇게 하면 매장을 두 번 방문하는 셈이 돼 매장이 기억에 남기 쉽고, 무엇보다도 차를 나누며 담소할 기회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전날 옷을 구입할 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에서 점주와 고객이 만날 수 있다는 것.

이렇게 만들어진 별도의 만남을 통해 고객의 집안 얘기부터 주변의 다양한 정보까지 모두 고객 카드에 기록한다. 그는 이때 고객의 특성을 면밀히 관찰, 훗날 고객의 대소사 때 편지로 인사할 것인지 전화로 인사할 것인지까지 결정한다.

수요 창출 위해 고객의 컬러 변화를 주도한다

고객이 돌아갈 때 문밖까지 나와서 배웅하는 것도 고객에게 약간은 부담을 주는 태도다. 이렇게 하면 돌아가는 고객은 꼭 한 번씩은 백미러로 뒤를 돌아보게 마련이다.

그는 고객과의 첫 대면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첫 인상이 나쁘게 기억되면, 나중에 여덟 번이 좋아야 첫 인상이 고쳐진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래서 처음 만나는 고객도 '어서 오세요'가 아닌 '안녕하세요'란 인사로 맞는다. 대도시가 아닌 곳이어서 이런 인사를 하면 '언젠가 인사를 나눈 사람인가?'하고 친근감을 갖게 된다는 것.

그는 한가한 시간엔 매장에 앉아 스스로에게 최면을 건다. '내가 판매하고 있는 이 옷이 세계 최고다'라고. 자신이 판매하는 상품에 대한 자부심이 없으면 매사에 적극적일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매장에 진열된 양복에 어울리는 와이셔츠, 넥타이, 액세서리들이 어디에 있는지 암기한다. 고객이 매장 안에서 옷을 고를 때마다 즉각 그 옷에 맞는 와이셔츠나 넥타이, 기타 소품들을 갖다 연출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소도시 상권에서 양복을 판매하려면 주의할 점이 하나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기와 같은 옷을 입은 사람을 만나면 기분이 좋지 않다. 그런데 인구가 적은 데다 양복을 입는 사람도 적은 소도시에선 같은 옷을 입은 사람을 만날 확률이 높다. 따라서 직업상 사람을 많이 만나는 고객에겐 무난한 감색 계통의 단색을 권한다.

'마케팅의 끝은 단골 확보'라고 강조하는 그는 이를 위해 고객 카드를 활용한다. 고객마다 구입했던 옷의 색상 번호를 기입해 이를 분석한 뒤 다음에 구입해야 할 색상이나 상품 리스트를 만들어 보는 것. 그리고 고객이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이같은 상품을 추천한다.

그는 매장을 찾은 고객에게 전화를 자주 한다. 안부 전화를 자주 건다고 해서 기분 나빠 할 고객은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물론 옷을 파는 매장의 주인으로서 전화했다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고, 전화받는 고객 역시 이를 안다.

하지만 인사를 자주 하는 그를 싫어하는 고객은 아무도 없다. 이런 전화를 통해 고객들은 그와의 인간적 관계를 형성하게 되며, 결국엔 주변 사람들까지 잠재 고객으로 확보된다.

그의 마지막 작전! 먼저, 양복을 입어 보는 고객에게 와이셔츠나 넥타이, 액세서리 등을 코디해 모두 입힌다. 그 뒤 필요없는 것을 하나씩 빼겠다고 고객에게 말한다. 이렇게 하면 고객은 일종의 박탈감을 느껴 웬만하면 그대로 입겠다고 한다. 이는 특히 점잖은 남자 손님에게 효과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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