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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천태만상]'생존게임'에서 '생명창조'까지 -1

중앙일보

입력

지난 10월말 인천 시내 번화가의 한 주점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10대 50여명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인터넷 뉴스 사이트에는 화재 관련 속보가 실시간으로 올라오기 시작했고 인천시청과 인천 중구청의 웹사이트에는 사건의 개요와 수습 상황을 알리는 속보란이 마련되었다.

이 속보란에 마련된 ''사이버 분향소''에 빼곡이 등록된 네티즌들의 조문(弔文) 에는 이런 인재(人災) 가 반복되는 현실에 대한 분노와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인터넷 실용화는 20세기 최대의 사건

한국에 인터넷이 도입된 시기는 보통 80년대 초반으로 잡는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인터넷을 실제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은 94년 한국통신에서 코넷(KORNET) 이라는 상용 인터넷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불과 5년 남짓한 시간이 흘렀을 뿐인데 인터넷은 이런 사이버 분향소처럼 다소 생경한 분야에까지 우리 생활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생활의 일부분이 되어버린 인터넷은 이제 우리의 기존 사고와 생활 패턴에 변화를 강요하고 있다.

컴퓨터가 강력한 OA기기로 도입되기 시작하던 시기에 나온 유머 하나. "디스켓을 복사해 오라고 지시했더니 디스켓을 문서 복사기로 A4 용지에 확대복사해 왔더라"는 이 유머는 이제 인터넷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됐다.

"E메일을 사용하려면 어느 우체국에 신청해야 합니까?" 또는 "편지를 부치면 금방 도착한다는데 우체부가 어떻게 그렇게 빨리 배달합니까?"”라는 식으로….

실제로 이 정도까지 넷맹은 아닐지라도 아직 인터넷을 풍부하게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인터넷상의 사이버 세계와 실제 세계의 개념 차이는 크고 작은 오해들을 꽤나 많이 불러일으키는 게 사실이다. 그로 인한 크고 작은 혼란들도 한동안 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000년을 한달 여 앞두고 우리 생활 속에 자리잡은 인터넷과 사이버 세계, 그리고 실제 세계와의 만남에서 비롯된 크고 작은 충격들을 되돌아본다.

◇전자상거래와 인터넷 서바이벌게임

최근 들어 인터넷과 관련해 ''전자상거래'' 또는 ''인터넷 비즈니스''라는 단어만큼 사람들의 입에 많이 오르내리는 단어도 드물 것이다.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의 확장 속도와 전망에 관한 이야기를 반복한다는 것이 오히려 진부하게 느껴질 정도다.
전자상거래가 우리 생활에 얼마나 가까이 다가와 있는지는 시장 규모에 대한 수치를 나열하는 것보다 한가지 예를 드는 것이 훨씬 실감난다.

지난 5월 영국에서 세계 최초로 개최된 이래 7월 국내에서 열린 바 있는 ''인터넷 서바이벌게임''이 그것이다. 일상생활을 인터넷만으로 영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이 게임은 바로 오늘날 인터넷의 위력을 한눈에 보여준다.

목욕가운 정도만 걸치고 참가했던 게임 참가자들은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상태에서 인터넷을 통해 의류를 구입하고 식사를 해결하는가 하면 어느 정도 문화생활까지 영위하는 데 성공했다.

영국 대회에서는 3일만에 모든 참가자들이 주문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이에 비해 국내 대회 참가자들은 모두 하루만에 자신들이 주문한 옷으로 갈아입었고 첫날의 식사도 피자와 커피 세트를 주문하여 해결하는 등 무난하게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되었다.

물론 실제 공간에서의 생활을 완전히 무시한 채 인터넷만으로 생활하려는 시도는 그다지 의미없는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인터넷 서바이벌게임을 통해 점검된 전자상거래의 상황은 벌써 실생활에서 필요한 주요 물품을 거의 모두 인터넷을 통해 조달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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