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고객정보이용' 공방

중앙일보

입력

미국 텍사스에 본부를 둔 항공권예약 네트워크 회사인 세이버그룹은 현재 스위스에서 법정투쟁을 벌이고 있다. 내용은 스위스 탑승객들의 구체적인 신상정보를 수집하고 데이타화 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기 위한 것.

지난 98년 10월 발효된 유럽연합(EU) ''웹 방문자 사생활 보호지침'' 은 회사측이 고객들의 신상정보 이용처를 명시하지 않으면 어떤 형태의 정보 이용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이버측은 탑승객들이 휠체어를 필요로 하는지 유태식 식사제공을 해야하는지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고객서비스 제고에 이용해야 서비스의 질이 좋아지고 지속적인 고객확보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EU지침은 사생활 정보의 자유로운 이용을 금지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얻은 고객정보의 공개여부를 놓고 미국과 유럽이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지난 15일 미국과 EU정상들이 워싱턴에서 모였을 때 이 문제를 집중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온라인 고객들의 정보에 대한 엄격한 보호를 주장하는 EU와 자유로운 이용을 요구하는 미국의 입장이 팽팽히 맞섰기 때문.

미국기업 입장에서 가장 곤욕스런 것은 자신들이 수집한 유럽의 고객정보를 다른 나라에서 활용할 수 없도록 한 EU지침의 규정.

인터넷 사업의 경우 국경을 초월해 합작이나 제휴를 해야 되는데 이같은 지침은 유럽을 사업대상에서 제외하라는 말과 같다는 게 미국 기업들의 주장이다.

여기에다 완벽한 사생활 보호를 할수 있는 국가인지 여부를 가르는 기준이 모호해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 고객들의 피해보상제도도 양측은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

EU는 미국기업들이 유럽고객들의 정보이용이 사생활 침해에 해당하거나 피해를 구체적으로 봤을 경우 고객들이 해당기업을 상대로 피해보상소송을 할 수 있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측은 사생활 침해 여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해 소송봇물이 일 것이 뻔하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EU 관리들은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등 역사적으로 엄청난 인권침해 사례는 모두가 조그만 정보유출에서 시작된 만큼 고객들의 사생활 보호는 어떤 종류의 경제활동에도 우선해야 한다" 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 사생활 권익보호기구의 하나인 전자사생활정보센터(EPIC) 의 마크 로텐버그 연구원은 "이 문제는 사생활보호를 완벽하게 보장하는 기술만이 해결해 줄 것이며 이런 맥락에서 이같은 기술산업의 전망이 매우 밝다" 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