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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수육과 막걸리, 옥돔구이와 사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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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2면

이제 막 첫발을 내디딘 전통주·사케 마리아주. 그 기본 법칙을 소개한다. 기본 법칙을 바탕으로 응용력을 발휘해 먹고 마시다 보면 환상의 커플을 만날 수 있다.

글=이상은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순한 요리인 구절판엔 순한 청주, 느끼할 수 있는 수육엔 톡 쏘는 막걸리, 짠맛과 향이 강한 굴비엔 도수가 높고 한약재 향이 강한 증류주를 매칭했다. 워커힐호텔 ‘명월관’ 박해원 소믈리에와 R&D센터 백석남 팀장.


전통주

구절판 & 12도 청주

쌀을 50% 깎아 만든 12도짜리 청주에 구절판을 매칭했다. 50% 도정한 청주는 깔끔하고 순하다. 순한 술엔 순한 음식을 먹어야 한다. 구절판은 한식 중에서 가장 순한 편에 속한다. 구절판뿐 아니라 대체로 부드럽고 은은한 궁중음식에 부드러운 술 청주가 어울린다. 제례 음식인 나물(고사리·시금치·도라지·숙주나물 등) 역시 간이 약하고 심심해 청주와 잘 어울린다. 구절판은 어렵게 느껴지지만 고정관념만 버리면 집에 있는 재료로도 쉽게 만들 수 있다. 밀전병은 시중에 파는 팬케이크 반죽으로 부치면 된다. 소스는 겨자소스에 묽은 간장을 섞는다. 구절판에 청주를 곁들이니 부담 없는 애피타이저로 안성맞춤이다.

굴비 & 25도 증류주

꾸덕꾸덕 잘 마른 굴비 한 마리만 있으면 밥 한 그릇은 ‘뚝딱’이다. 이 굴비는 의외로 맛있는 술안주이기도 하다. 단 도수 높은 술과 함께 마셨을 때 얘기다. 굴비는 짜고 향도 굉장히 강해 도수 낮은 술과 마시면 술이 묻힌다. 한약재를 넣어 향이 진한 25도 전통주에 굴비를 매칭했다. 높은 도수와 한약재의 진한 향이 굴비의 짠맛과 비린내를 깔끔하게 잡아 준다. 도미·조기와 같이 기름기가 별로 없고 냄새와 맛도 강하지 않은 생선엔 16도 이하의 청주가, 은대구·고등어·전어처럼 기름기가 많은 생선엔 16∼20도의 청주가, 굴비처럼 맛과 냄새가 특별히 강한 생선엔 25도 정도의 증류주가 적당하다.

수육 & 막걸리

우설(소의 혀)·도가니뼈·양지머리를 삶아 수육을 만들었다. 술은 생쌀 막걸리. 막걸리는 전통주 중에서 탄산이 가장 풍부하다. 톡 쏘는 탄산이 도가니의 끈적끈적함과 느끼함을 싸하게 씻어 준다. 기름기 많은 파전에 막걸리를 마시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보면 된다. 여기서 잠깐. 육류라고 무조건 막걸리와 어울리는 건 아니다. 양념갈비처럼 자극적인 맛의 고기 요리는 막걸리보다 도수가 높은 술과 마셔야 한다. 안동소주를 비롯해 25도 이상의 증류주가 맞다. 양념이 강한 중국요리에 독주인 고량주를 마시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전복버터구이처럼 가벼운 요리엔 가벼운 술준마이다이긴조주, 옥돔구이처럼 중간 정도의 요리엔 준마이긴조주, 도미조림과 같이 양념이 진한 요리엔 혼조주가 적당하다. 하얏트호텔 ‘아카사카’ 황성남 소믈리에와 후쿠다 다카노리 셰프.


사케

옥돔구이 & 준마이긴조주

소금간만 해 구운 옥돔구이는 일식에서 가벼운 맛과 무거운 맛의 중간에 있다. 이렇게 날것도 아니고 강한 양념을 첨가한 것도 아닌 소금구이 같은 음식엔 쌀을 40% 깎은 준마이긴조주가 어울린다.

전복버터구이 & 준마이다이긴조주

사케는 쌀을 깎아내는 비율에 따라 구분된다. 혼조주는 30% 정도 깎은 것, 준마이긴조주는 40% 정도 깎은 것, 준마이다이긴조주는 50% 정도 깎은 것이다. 많이 깎아낼수록 술맛이 깔끔하고 가볍다. 깔끔하고 가벼운 술 준마이다이긴조주엔 양념을 거의 안 한 음식이 어울린다. 생선회, 특히 광어나 도미처럼 부담 없는 맛의 회와 초밥이 잘 맞는다. 초밥 중에서도 장어초밥처럼 진한 양념을 발라 굽는 것은 준마이다이긴조주가 아닌 혼조주와 어울린다. 전복버터구이를 준마이다이긴조주에 매칭해 봤다. 버터구이라고 해서 언뜻 느끼할 것 같지만 다른 양념은 안 하고 버터만 살짝 발라 구워 전복의 신선함이 느껴진다. 그 신선함을 가벼운 준마이다이긴조주가 살려 준다.

도미조림 & 혼조주

간장과 설탕으로 조린 도미조림은 달착지근하면서도 짜다. 양념 맛도 진하다. 간장과 설탕을 이용한 조림은 일본요리 중에서 가장 무거운 편. 가볍고 산뜻한 술을 마시면 술이 묻힌다. 혼조주가 어울린다. 자칫 느끼할 수 있는 양념 맛을 강한 술이 잡아 준다. 쌀과 물, 누룩으로만 만든 준마이다이긴조주, 준마이긴조주와 달리 양조 알코올이 첨가된 혼조주는 향도 더 강하다. 조림뿐 아니라 냄비요리에도 어울린다.

위스키

『위스키 바이블』의 저자 장동은씨 ‘디아지오 라운지’ 조우상 셰프가 재현한 위스키 마리아주.

가벼운 음식에는 가벼운 술, 무거운 음식에는 무거운 술이 맞는 건 당연한 이치다. 위스키·코냑·데킬라 등 와인을 제외한 서양 술을 음식과 매칭할 때도 이 법칙은 대체로 통한다.

 스카치위스키의 경우 서로 같은 향이 나는 음식과 술을 매칭하면 성공 확률이 높다. 음식이 지닌 풍미를 배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샐러드를 먹을 땐 풀 향기가 나는 위스키가 어울린다. 날로 먹는 멍게·해삼이나 생선회에는 해초향이 나는 위스키를 마신다. 바다의 싱그러움을 더 느낄 수 있다. 특히 생굴에 해초향 나는 위스키를 한 스푼 뿌리면 풍미는 진해지면서 비린 맛을 없앨 수 있다. 쇠고기 스테이크처럼 그릴에 구운 음식엔 훈연향(스모키향)이 나는 위스키가 좋은 매칭을 이룬다. 그을린 듯한 스모키향을 더 진하게 느낄 수 있다. 비스킷이나 쿠키엔 맥아나 시리얼향이 나는 위스키가 좋다.

 프랑스 술 코냑은 향이 강하다. 코냑 특유의 달콤한 과일향이 달콤한 디저트와 잘 어울린다. 보드카는 전통의 짝꿍이 있다. 캐비어(철갑상어알)다. 러시아인들은 예부터 보드카를 얼려 한 번에 들이켠 뒤 캐비어를 먹는다. 멕시코 술 데킬라는 매콤한 멕시칸 요리를 곁들이면 좋다. 흔히 소금이나 커피를 찍어 먹지만 멕시칸 칠리소스를 뿌린 나초나 퀘사디아를 함께 먹으면 좋다. 데킬라에 매운 타바스코 소스를 넣어서 마시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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