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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부산대 박재윤 총장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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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21세기 대학의 위상과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세계적으로 대학들이 변혁의 과정에 있습니다. 변혁과 혁신이 선진국의 경쟁력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실력 있는 인재를 양성하고 새로운 이론과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국가와 사회발전을 대학이 앞서서 끌고 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대학이 국가와 사회의 발전을 선도하는 역할을 제대로 담당하지 못했습니다. 21세기 대학은 국가와 사회의 발전을 이끌어 가야 합니다. 이런 상황은 비단 우리나라 대학만이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보아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미국의 경우에도 대학들이 최근 많은 변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도 대학제도들이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일본도 공립대학들이 agency로 변하고 있는 등 세계적으로 대학들이 개혁의 소용돌이 속에 있습니다. 우리 대학들도 변혁하지 않으면 선진국 대학들과격차가 더 커질 것 입니다."

-총장께서는 부산대학교 최초의 외부영입 총장입니다. 취임후 부산대학교에 느낀 점은 무엇입니까.
"외부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부산대학교의 잠재력이 크다는 것입니다. 하나는 교수들의 학문적 배경이 다양해 학문발전에 있어서 매우 좋은 조건이 되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는 학생들의 기질이 대단히 개방적이고 진취적입니다. 한 예로써 동아리 수가 150개 정도이고 7천여 명 정도가 동아리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다른 대학에서는 보기 힘든 현상입니다. 이 두 가지 점에서 부산대의 발전잠재력이 무척 크다는 사실을 취임 후 새삼스럽게 느꼈습니다."

-총장께서 생각하는 부산대학교와 학사행정의 방향은 무엇입니까.
"4년 내지 8년 뒤에는 부산대를 우리나라 대학들 중에서 국제화에 가장 앞서가는 대학으로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국제분야에서 일할 인재를 찾으려고 할 때 부산대학교 졸업생을 먼저 찾게 할 것입니다."

-재임기간 동안의 계획을 요약한 것이 바로 '환태평양권의 핵심역량대학'이라는 것입니다. 총장님께서 생각하시는 환태평양권 핵심역량대학이란 무엇입니까.
"부산대학교와 유사하게 환태평양권에 위치하고 있는 선진 대학들, 예를 들어 미국의 UCLA라든지 캐나다의 UBC, 호주의 맬버른대학, 일본의 오사카대학, 중국 상해의 후단대학, 싱가폴의 National University of Singapore 등 6개국 6개 학교들과 공동네트웍을 형성할 것입니다. 이 네트웍을 통해 대학행정, 교육 연구, 학생생활 등 대학생활 전반에 걸쳐 긴밀하고 체계적인 교류를 가겠습니다."

-환태평양권 핵심역량대학 모습을 갖추기 위하여 준비중인 계획이 있습니까?
"강의를 사이버대학을 통해 수강할 수 있게 할 것입니다. 7개 대학이 공동으로 즐길 수 있는 학생축제도 준비중입니다. 우선 내년부터 부산대를 포함한 7개 대학의 교수들이 참여하는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합니다. 4개 분야에 걸쳐 시작해 해당분야를 더욱 넓혀 갈 것입니다."

-총장님께서 말씀하신 국제화 대학 위상에 맞는 부산대 학생이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할 것은 무엇이 입니까.
"학생들이 국제적인 차원에서 생각해야 합니다. 국제적인 시야에서 바라보는 자세를 갖춰야합니다. 모든 현상을 세계적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생각해야 합니다."

-최근 내년 등록금인상안을 두고 학생들이 술렁이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등록금문제는 어떤 식으로 해결하실 생각입니까.
"우선 학교 재정이 대단히 부족합니다. 교수들의 보수도 사립대학의 절반 내지 2/3 수준에 지나지 않고 학교 시설물의 보수, 관리도 못 합니다. 정부 재정도 여러 가지 제약이 있어서 학교가 필요한 예산을 충분히 지원해 주지 못 하는 실정입니다. 또한 국립대학의 등록금이 사립대에 비해서 낮은 수준이어서 등록금 인상의 필요성은 누구나 공감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의 어려운 사정도 있기 때문에 일시에 대폭으로 인상하는 방안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다만 교육원가에 비해서 단과대학별로 납입금의 비율이 지나치게 격차가 많은 것은 조정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학교의 재정적인 필요와 학생들의 사정 양측을 감안해서 합리적인 인상안이 만들 것입니다."

-국립대 민영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국립대를 민영화한다는 정부방침은 이해가 안 됩니다. 국립대학이 없는 나라는 있을 수 없습니다. 국가발전을 위해 국립대학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장기적으로 국립대학도 현재처럼 정부재정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는 것은 어렵지만 그것이 민영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국립대학의 경우에도 수익사업을 계속 개발해서 재정적으로 자립도를 높여 가야 합니다."

- BK21사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BK21사업은 대학원중심 대학에 대한 지원 위주입니다. 일부 지역우수대학, 즉 학사과정중심 대학 지원이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대학원과 학사과정, 연구와 교육을 병행하는 대학에 대한 지원정책이 없습니다. 병행하는 대학이 대학구조의 중추적인 부분이 되고 대학원중심 대학은 오히려 예외적 입니다. 따라서 대학원중심 대학을 발전시키려면 연구와 교육을 병행하는 대학을 지원하고 별도의 재원을 마련하여 대학원중심 대학을 육성지원해야 합니다."

-부산대의 정보화는 어떻게 진행하실 계획입니까.
"국제화는 정보화없이 불가능합니다. 통상산업부 장관으로 재임할 때 정부기관중에서 전자결제제도를 가장 먼저 도입했습니다. 1년 정도의 시험기간을 거쳐 2년차에서 대부분을 전자결재로 처리했습니다. 부산대학교 발전계획위원회에서 정보화 종합계획을 작성하고 있습니다. 이 계획은 내년 3월부터 시행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전자결제제도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중입니다. 전자결제가 진행이 되면 서류가 없는 학교행정업무가 실현되리라 봅니다."

-인터넷 전자우편 주소나 홈페이지를 가지고 계십니까.
"인터넷을 상시적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전자우편은 물론 개인홈페이지와 총장공식 홈페이지 두 개를 가지고 있습니다. www.pnuvision.org는 총장후보시절 만든 홈페이지입니다. 그리고 학교 홈페이지에 총장으로서의 홈페이지가 있습니다. 제가 매니아처럼 그렇게 특별히 많이 이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러 가지 점에서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의 하루 방문객은 어느 정도입니까.
"요즘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예전 총장선거 때는 많이들 방문을 했습니다. 홈페이지 잘 만들었다고 다른 후보들이 홈페이지를 철수할 정도였어요.(웃음)
"

-부산대등 전국의 국립대학들이 지역중심대학으로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지역중심대학으로서의 부산대의 역할은 어떤 것이 입니까.
"대학의 기능은 연구, 교육, 사회봉사 세 가지입니다. 연구와 교육에 있어서는 지역중심대학의 개념을 쓰지 않으려고 합니다. 연구는 국제적인 차원에서 환태평양 핵심역량대학들과 어깨를 겨루면서 연구해 나가야 하고, 교육면에서도 전국적으로 우수한 인재를 모아서 전국에서 가장 국제적인 대학, 국제화를 추구하는 대학으로 육성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사회봉사는 자연히 지역을 중심으로 하게 됩니다. 상과대학이나 공과대학을 통해 지역기업에 대한 경영, 기술자문을 종전보다는 강화할 예정입니다."

-학교주변 상업문화, 소비문화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총장님께서 생각하시는 부산대의 대학문화는 어떻습니까.
"저는 학교 앞의 상업지역을 건전하고 풍요로운 현대적 대학촌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우리 학교 주변에서 영업하시는 분들과 정기적인 간담회를 갖겠습니다. 우선 12월 20일 학교앞 음식점 600여개중 우선 200개 업소의 대표들을 초청해 부산대학교가 어떠한 이념으로 학생을 가르치는지 설명할 계획입니다. 또 경영학부 교수가 '자영업의 경영전략' 특강을 합니다.이런 모임을 정례화해 이분들이 단순히 학교 앞에서 장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부산대학교 학생과 학교 앞에 오는 젊은이들의 교육에 참여하고 있다는 의식을 갖게 하려고 합니다."

-새로운 21세기를 이곳 부산대학교에서 시작하고자 하는 수험생들에게 한 말씀 하신다면.
"내년 3월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저와 사실상 동기생이 되는 것입니다. 제가 6개월 먼저 학교에 입학했지만 6개월 동안 여러 가지 새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해서 동기생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 학생들을 국제화의 첫 제네레이션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이주호=인터넷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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