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전·월세 부분상한제 도입 신중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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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한나라당까지 포퓰리즘으로 갈 것인가. 민주당의 전·월세 상한제가 부작용이 크다며 반대하던 한나라당도 전·월세 부분상한제를 발의했다. 4월 국회에서 통과되면 임대료가 많이 오른 지역은 ‘관리지역’으로 묶인다. 정부가 정해준 임대료 이상으로 올리지 못한다. 그 이상 받으면 집주인은 과징금을 내야 한다. 세입자가 반환 청구하면 초과 임대료는 내줘야 한다. 이렇게 되면 임대료는 안정되고, 세입자에게 유리해질 것이라는 발상이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얘기다. 임대시장을 안정시키긴커녕, 혼란만 초래할 가능성이 더 크다.

 임대시장에서 민간부문의 비중은 압도적이다. 사람들이 집을 사서 임대 놓는 건 투자 수익을 위해서다. 하지만 상한제로 기대만큼의 수익을 거두지 못하거나, 손해를 보게 된다면 집을 사서 임대할 이유가 없다. 임대주택 공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난달 정부가 내놓은 전·월세 안정대책 중 가장 효과적인 정책으로 꼽혔던 게 임대사업자에 대한 지원이었다. 임대사업자 요건을 완화하고 세제혜택도 늘렸다. 투기는 밉지만,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반면 임대료가 제한되면 임대 수요는 대폭 늘어난다. 이번 전세대란은 임대 수요가 늘어 발생했다. 임대료 상한제로 임대주택 공급이 줄고 수요가 늘어나면 전세대란은 불가피하다. 이쯤 되면 임대료가 문제가 아니라, 임대 물건 자체가 태부족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저소득층 세입자가 가장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시장구조로 진행된다.

 그뿐 아니다. 손해 보기 싫다는 집주인과, 어떻게든 전·월세를 얻겠다는 세입자 간 이면계약이 성행할 수도 있다. 임대시장의 암시장화가 진행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관리지역으로 묶이지 않은 지역의 임대료는 오히려 크게 오를 수 있다. 강남 3구를 투기지역으로 묶자 강북과 수도권의 집값이 뛰었던 전례도 있다. 정부가 그 수많은 집들의 적정 임대료를 하나하나 매기는 게 가능한지도 의문이다. 노태우 정부 시절 전세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리자 정책 의도와는 달리 전세대란을 겪었다. 서민을 위한 정책이라면 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꼼꼼히 따져 신중하게 접근하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