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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물 5t 쏟아내는 굴절방수차 … 화생방 전문 특수재해차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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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일본 육상 자위대원들이 17일 도쿄 인근 요코타 공군기지에서 미 해군의 고성능 펌프를 대형 트럭에 싣고 있다. 이 펌프는 이날에 이어 18일에도 후쿠시마 제1원전 원자로 3호기의 냉각 작업에 동원됐다. [요코타 AFP=연합뉴스]


18일 오후 1시55분 일본 동북부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원자로 냉각작전 개시’라는 명령이 떨어지자 자위대 소속 소방특수차가 고압의 물줄기를 뿜기 시작했다. 11t 용량의 물탱크를 장착한 소방차가 쏟아내는 거대한 물줄기는 이 원전의 3호기로 향했다. 이날 자위대 소속 6대와 미군이 지원한 1대 등 총 7대의 소방차가 작전에 투입됐다.

일본의 후쿠시마 제1원전 3호기에 18일 자위대 특수소방차가 과열된 원전의 냉각을 위해 물을 뿌리고 있다. 사진은 일본 NHK의 방송 화면을 촬영한 것이다. [로이터=뉴시스]

 소방차들은 몇 분 간격으로 한 대씩 번갈아 물 뿌리기 작전에 투입됐다. 소방차가 물을 뿌리는 중간중간에도 방사선량을 측정했다. 수치를 확인하면서 작전을 좀 더 효과적으로 펼치기 위해서다. 물을 뿌린 직후 3호기에서는 흰 연기가 피어올랐다. 가열됐던 원자로가 물을 만나 식는 과정에서 발생한 수증기다. 이 수증기에는 방사성물질이 포함돼 있지만 자위대원들은 이에 개의치 않고 결연한 표정으로 작전을 계속했다. 3호기 냉각작전은 40분 만에 끝났다. 이날 로버트 윌러드 미군 태평양사령관은 “미국은 일본 원전사태 수습이 계속 진전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낙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폐연료봉이 보관돼 있는 3호기의 수조 용량은 약 1200t. 하지만 이날 쏟아부은 물은 약 50t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소방차를 동원한 살수작전은 당분간 반복적으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물을 뿌린 뒤 원자로에서 흰 연기가 나는 것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는 증거”라며 “어제 살수작업 후에도 방사선량 수치가 조금 떨어졌다”고 밝혔다. 또 “특히 폐연료봉이 노출된 3호기 건물 윗부분이 폭발사고로 모두 파괴된 상태라서 적지 않은 냉각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NHK는 이날 작전을 중계하면서 “방사능 오염 외에도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르는 작전이었다”며 “3호기 주변에는 수소 폭발로 인한 파편들이 흩어져 있어 소방차가 한꺼번에 물을 뿌리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소방청도 이날 제1원전 3호기에 대한 냉각작업을 위해 최첨단 장비와 정예 인력을 대거 동원했다. 도쿄소방청은 소방구조 기동부대 소속 소방차 30대를 도쿄에서 280㎞ 떨어진 후쿠시마 원전에 집결시켰다. 19일 새벽 살수 작업에 돌입했다. 지상 40m에서 분당 5t의 물을 쏟아내는 굴절방수탑차와 22m짜리 사다리가 설치된 소방차 등이 총동원됐다. 핵·생물·화학(NBC) 재해 현장에서 위험물질을 분석하는 특수재해대책차량 등도 포함됐다.

 후쿠시마 원전 운영업체인 도쿄전력은 살수작업과는 별도로 원자로 냉각장치를 재가동시키기 위한 전력 복구작업을 진행했다. 이날 작업은 우선 1·2호기에 전력을 공급해 냉각장치를 정상화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320명의 긴급 전력복구반을 투입했다. 이들은 이날 후쿠시마현에 전기를 공급하는 도호쿠전력의 송전선을 원전 내 설비들과 연결하는 작업을 벌였다. 도쿄전력은 조만간 1·2호기의 긴급노심냉각장치(ECCS)가 재가동에 들어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강진 이후 쓰나미와 폭발 사고 등으로 설비와 배선이 손상됐을 가능성이 있어 전기가 공급되더라도 냉각장치의 정상작동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도쿄전력은 3·4호기에 대한 전력 복구작업은 이르면 19일께 완료할 계획이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서울=최익재·민동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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