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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방사능 한반도로 오지 않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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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전영신
기상청 황사연구과장

지난 11일 터진 일본 동북지역 대지진의 여파가 확산일로에 있다. 지진으로 끝나지 않고 쓰나미에 이어 원자력 발전소 파괴라는 재앙이 이어지고 있다. 지진과 쓰나미의 피해를 보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도 원전의 방사능 유출로 피해를 보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한때 방사능 물질이 한반도로 몰려온다는 유언비어까지 있었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과학적으로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된다.

 일본 원전의 원자로에 이상이 생겨 누출된 방사능은 공기 중에 노출되어 상층 5㎞ 정도 높이까지 확산하는 데 12∼40 시간 정도 걸리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일단 방사능 물질이 상층까지 떠오르게 되면 편서풍을 타고 일본의 동쪽인 태평양으로 이동한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편서풍이 부는 지구 북반구 중위도에 속한다. 우리나라에서 비행기를 타고 태평양 건너 미국으로 갈 때 걸리는 시간이 반대로 미국에서 올 때 걸리는 시간보다 짧은 것도 같은 이유다. 갈 때는 편서풍을 타고 가고, 올 때는 거슬러 오기 때문이다.

 한반도 상층에선 일년 내내 편서풍이 분다. 하층에서는 바람의 방향이 그 지역의 조건에 따라 수시로 바뀐다. 일시적으로 일본의 하층에서 동풍이 불더라도 걱정할 것이 없다. 방사능 물질은 상층으로 확산돼 편서풍에 실려 태평양 쪽으로 날려가게 돼 있다.

 북반구 중위도에서 편서풍이 부는 것은 남쪽의 뜨거운 열대 공기와 북쪽의 차가운 극지방의 공기가 만나기 때문이다. 온도 차이와 함께 지구자전에 의한 전향력의 영향으로 중위도대의 공기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움직이게 된다. 늘 서쪽으로 불어 ‘편서풍(偏西風)’이다. 높은 고도일수록 그 온도 차이도 커지므로 약 10㎞ 고도 대류권 상층에서는 강력한 편서풍인 ‘제트기류’가 만들어진다. 국제선 항공기는 제트기류의 영향을 받는다.

 방사능에 대한 우려를 키운 뉴스는 런던 화산재정보센터(VAAC)의 경보였다. 지난 15일 원전 사고가 난 지역을 포함해 아시아 지역을 비행하는 항공기를 대상으로 ‘방사능 경보’를 발표했다. 일부 언론에서 마치 한국으로 방사능 물질이 유입되었기 때문에 경보가 나왔다는 식으로 추정하는 기사를 보도했다. 사실과 다르게 국민에게 불안감을 주었다.

 기상청은 일본 원전 사고가 발생하자마자 수퍼컴을 활용해 즉시 방사능 확산 모델로 예측자료를 산출해 그 결과를 관련 기관에 제공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역시 한반도 주변에 늘 불고 있는 편서풍 때문에 후쿠시마 원전에서 누출된 방사능이 태평양 쪽으로 퍼져나가는 것으로 예상됐다. 나중에 입수한 중국과 일본 기상청이 예측한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방사능 문제를 담당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방사능이 누출되었을 때 기류를 분석해 어디로 확산될 것인가를 예측하는 세계기상기구(WMO)와 같은 국제기구 간의 공조체계는 잘 갖추어져 있다. 우리나라는 자체적으로 방사능 확산을 예측하는 독자적 운영기술을 갖추고 있다. 위험이 예상될 경우 우리는 충분히 예측할 능력을 지니고 있다.

전영신 기상청 황사연구과장